아침에 베란다 창문을 열었더니만 날씨도 마침 선선해진 것 같고 꼭 놓치고 싶지 않은 바로 이 풍경이 있었거든요.
도쿄에서 전철로 약 1시간 30분 거리인 가와고에의 히카와 신사입니다. 가와고에는 지금부터 한 100년쯤 타임슬립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전통 관광거리예요. 여기 있는 스타벅스처럼 스타벅스도 100년 전에는 이런 모습이었으려나요?
종종 시원하게 신사 안에 불어오는 여름 바람에 알록달록 차랑거리는 풍경 소리가 기분이 참 좋습니다. 차랑 차랑한 소리가 꼭 매달려 있는 소원들이 이루어주는 주문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침에 느꼈던 선선함이 거짓말처럼 가와고에에 도착하자마자 해님이 불같이 뜨겁네요. 몸보신이 되는 런치를 먹어야겠어요. 가와고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장어와 고구마가 유명하다고 해서, 우나기(장어) 고구마 솥밥을 먹어보려고 합니다.
일본어로는 솥밥을 가마메시 라고 해요.
우리 메뉴는 가와고에 가마메시 정식 (장어+고구마 솥밥)으로 정했습니다. 주문받으면 그때부터 밥을 짓는 거라 약 25분 소요된다고 안내해 줍니다. 손님 시간은 괜찮으신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주문 들어갑니다.
식당 분위기도 일본 느낌이 정갈하게 묻어나고, 접객 서비스도 매우 친철한 느낌을 받아 우선 먹기 전에 합격!
시원한 얼음물 원샷하고, 더위를 식히다 한숨 자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 때쯤 한상 차림을 가져다주네요.
아침을 안 먹어서 배가 고팠는지 솥밥이 왠지 작아 보여 걱정했는데, 오히려 조금 남길 뻔했어요. 그래도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냠냠했습니다. 장어와 고구마 그리고 버섯과 우엉이 일본간장 양념과 어우러진 갓 지어진 밥! 뜨거운 미소시루로 마무리 자극적이지 않은 딱 일본 밥상이다 싶습니다.
장어가 더 많이 들어있어도 좋은데, 그럼 이 가격보다 비싸지겠죠? 오늘 점심값은 현금으로만 1,510엔이었습니다.
가끔 아직도 일본은 현금으로만 받는 가게들이 종종 있어요. 무거운 동전 지갑을 조금 가볍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