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4년, 4계절 3인 가족의 두 번째 봄 이야기
엄마
모래 바람이 휘날리는 돗토리 사구에 도착했습니다. 도쿄에서 멀기도 하고, 도착해서는 따가운 모랫바람과 싸우며 모래 언덕을 힘들게 등산해야 하는 곳입니다. 어렵게 찾아온 만큼 이곳에서의 기억도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휘날리는 머리카락, 세찬 바닷바람에 날린 따가운 모래 알갱이들이 맨살을 공격해 왔습니다. 왜 하필 이날 반바지를 입었나 싶지만, 그 촉감이 아직도 생생하니 이 또한 소중한 추억이 되었네요. 은성이는 이곳이 무엇이 그리 좋았는지, 그 후로도 돗토리 사구에 다시 가고 싶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저는 조용히 못 들은 척했습니다.
아들
일본에서 사막을 만나다니, 이거 정말 꿀잼이잖아요? 그래서 9시간 동안 차를 타고 돗토리 사구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이 아주 그냥 날 죽일 듯이 불어대니, 이거 쉽지 않았어요. 사진 뒤편에 보이는 모래언덕 정복에 도전한 결과, 저는 모래범벅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진상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끝자락에 다다를 때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저를 덮칩니다. 생각만 해도 무서운 곳, 지금까지 돗토리 사구였습니다.
아빠
이곳은 일본에서 대형 사구 지형을 볼 수 있는 돗토리현의 바닷가입니다. 원래는 많은 인파와 강한 바람으로 인해 바닷가까지 걸어가는 것을 포기하기도 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날씨 탓인지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풍화작용으로 쌓인 모래가 이렇게 거대한 사막의 형상을 하고 있어 기억에 남는 곳입니다. 세찬 바람을 뚫고 멋진 추억을 위해 점프하는 사진을 찍었는데, 역시 사진은 찍어 본 사람이 잘 찍는 것 같습니다. 은성이가 점프를 여러 번 실패하며 시도하며 찍은 사진 중 그나마 제일 잘 나온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