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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주해 Jul 21. 2018

통학버스 어린이 방치 사고 그리고 방치된 방지 법안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매년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

대체 이 더위에 어울리는 표현은 뭘까. 어떻게 이렇게 매일 더울 수가 있나 싶다. 잠깐 걷는 10분 동안 몸이 녹아내릴 지경이다. 성인에게도 괴로운 날씨다. 그런데 지난 17일 경기도 동두천에서 통학버스 안에 수시간 동안 방치된 아이가 또다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매년 반복된다.

이런 안타까운 사고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매년 전국에서 반복되고 있다. 물론 모든 사고가 사망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00도 가까이 올라가는 한 여름 차량 내에 방치되면 학부모와 아이가 받을 심적 충격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때가 되면 직업을 갖는다. 직업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직업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안전과 관련된 사고와 관리자의 과실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 마음을 다해 안타까워하거나 자신의 일처럼 흥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 위해 여름철 통학버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최근 미국에서도 안타까운 사고가..

이미치 출처 : Los Angeles Times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 휘티어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19세 이헌준 학생이 스쿨버스에 9시간 동안 방치돼 결국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날 스쿨버스 창문은 전부 닫혀있었고 차량 실내 온도는 100도에 가까운 온도였다고 한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운전자는 중범죄로 기소됐다.


이 불행한 사건을 계기로 캘리포니아주가 직접 나서 이헌준 학생의 영어 이름을 딴 '폴 리 버스 안전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모든 스쿨버스 및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버스 안전법이 시행되며 이 중 하나는 스쿨버스 내 아동 안전 경보 장치를 갖추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고 예방 대책 현실...

이미지 출처 : STN Media

전국에 주차시설을 잘 갖춘 어린이집, 유치원이 몇 군데나 있을까? 지나가다가 마주치는 대부분의 통학버스는 땡볕에 주차돼 있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창문만 열어서는 나아지는 게 없다. 그런데 어린이 통학버스와 관련된 법,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 교육도 이런 식이다. 즉 실효성이 없다.


얼마나 실효성이 없냐면, 이런 식이다. 방치 사고 예방을 위해 통학 차량 운전자들은 의무 안전교육은 2년에 3시간만 이수하면 된다. 또는 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경우 과태료가 8만 원, 아이들의 승하차를 돕는 동승 보호자는 교육대상에서 제외됐다.


동일한 사고를 대하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온도차가 극명하다. 미국은 위에서 아래로 법이 제정된 반면, 우리나라는 아래서 위로 법 제정을 요청하고 있다. 여기에는 답답함도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 그동안의 안전예방대책이 사실상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

국민청원 및 제안 목록 캡처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인 '슬리핑 차일드 체크'는 차량의 맨 뒷좌석에 경보음이 울리는 버튼을 설치하고 만약 운전자가 버튼을 누르지 않고 시동을 끄게 되면 경보음이 울리는 안전 경보 장치이다. 다시 말해 통학버스 운전자는 시동을 끄기 위해서 맨 뒤 좌석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이동하면서 아이들이 남았는지 확인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청원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동안의 땜질 방식을 꼬집어 말하고 있다.



차량 내 어린이 방치 사고, 국내 처벌 수준은?

이미지 출처 : pe.com / 소방공무원이 실제 사고를 대비한 훈련

지난 2016년 7월 전남 광주에서 통학버스에 방치된 아이가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광주 교육청은 해당 유치원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최근 법원은 이 유치원의 폐쇄 명령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광주지방법원은 1심에서 교육청의 폐쇄 명령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유치원을 폐쇄해 얻을 수 있는 공익적 효과가 적고, 유치원 원장의 경제적 타격과 원생 및 학부모의 정서적, 경제적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우려돼 유치원 폐쇄 명령은 부당하다'라고 판시한다.


매년 반복되는 차량 내 어린이 방치 사고의 본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동안 형식적인 제도가 사고를 키웠기 때문이다. 이제는 강제할 필요가 있고, 필요하면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사안에 따라 중범죄로 분류할 정도로 차량 내 어린이 방치 사건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실제로 이헌준 사고의 운전자는 유죄 판결을 받았고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대로는 안된다.

미국의 스쿨버스 운전기사는 매년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어린이 안전 점검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통학버스를 특별하게 생각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어린이집, 유치원마다 조금씩 다른 통학버스 색깔만 봐도 정부가 통학버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허술하다. 사고가 일어나면 그제야 땜질 처방식이다. 이제는 더 이상 아이들이 어른들의 실수로 안타까움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Posted by 카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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