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궁 : 이런 경우가 거의 없잖아 첫날에 그러는 경우가
느낌이 왔는데 남들처럼 두번세번더만나보고 얘기하는 거나
그 자리에서 얘기하고 두 번 세 번 만나는 거나
그게 그거이지 않을까
탐궁은 첫날 이후 나를 설득했다. 소개팅이 처음이었고 소개팅을 하면 삼세번을 만나봐야 한다 들었다. 주변에서 처음 만나자마자 고백하는 게 수상하다고도 했었다. 내 개인적으로도 누군가를 만나 호감을 갖는 것도 오랜만이었고, 비록 풋내기 때지만,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다가 거절당한 상처가 있어, 조심해야 된다고 선을 더 그으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탐궁과의 카톡에서 그의 진심을 볼 수 있었다. 허투루 시간 낭비하지 말고 서로 솔직해지자는.
탐궁과 만나 오랜 대화 끝에 결국 정식으로 사귀기로 했고, 공원을 산책했다. 마주 보고 대화할 때 부끄러워 거부하던 손을 뻗어 탐궁의 손을 잡았다. 그래, 진짜 처음부터 좋았고 이 손이 잡고 싶었는데 괜히 내가 튕긴 거일 수도... 처음엔 탐궁의 눈빛 ( ͡° ͜ʖ ͡°) 이 부담스러웠다지만, 실은 나를 따뜻하게 담고 있는 그 눈빛이 좋았다. 나를 알아봐 주는 듯한 눈.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은 이미 나 몰래 시작했던 것 같다.
사랑은 연필로 쓰라고 했던가, 그와 큰 이변이 없으면 잘 해보기로 마음먹고 카드를 써갔었다. 그리고 탐궁과 "오늘부터 1일"을 한 후, 나는 그날 급하게 참석하기로 했던 작가 강연을 갔었다.(김중혁 작가님!!) 그곳에서 감촉이 좋은 연필을 선물 받았다. 그 연필 꼭지에는 '20140610' 우리가 사귀기로 한 날짜가 새겨 있었다. 나름의 첫날을 기념하는 기념품이 된, 그 연필로 집에 돌아와 일기를 썼다.
"내가 원하는 속 시원~한 말이 나오지 않았으나,
언어 외에 전해지는 그 무언가를 믿으며 속아 넘어가듯 그에게 걸기로 함."
그래 속아 넘어가듯, 어차피 사랑은 도박이라고 이 사람이랑 나랑 알아가면서 금방 쫑이 날 수도 있고 모르는 일이지만, 그 뒤에 일은 지금 선택한 내 몫이다. 탐궁도 탐궁이지만 무엇보다 그를 선택한 나를 믿기로 했고 우린 연인이 됐다. 주변에서 빠른 진행에 놀라거나, 한편으론 너무 나 답다는 식이었지만... 틀린 선택은 절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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