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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목수 Aug 04. 2019

해외 NGO 현장의 모습들

한정된 예산으로 성과를 내려면? 몸으로 뛰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북서쪽 끝 말라카 해협의 입구에는 ACHE(아체)라는 지방이 있다. 


 아체는 2004년 인도양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으로, 수십만 명의 쓰나미 희생자 중 절반 가량이 이 지역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피해가 큰 지역이다. 인도네시아는 16,000개가 넘는 섬에 언어와 문화가 다른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이루어진 나라다. 그중 자신들 만의 독립국가를 세우기 위해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지역이 있는데, 아체는 분리 독립 요구가 가장 극심한 지역이었다. 아체는 위치 상으로도 외지고, 정치적으로도 인도네시아 중앙 정부의 손길이 잘 닿지 곳이라서 쓰나미 이후 복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시민군을 조직하여 정부군에 대항하던 아체 지역의 게릴라들은 쓰나미로 인해 정부에 대항할 힘을 한 순간에 모조리 잃어버렸다. 그런데 쓰나미 해일이 덮친 직후 인도네시아 중앙 정부는 아체 지역의 피해 복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평소에 중앙 정부와 대립하며 분리 독립 투쟁을 일삼던 사람들이 태도를 바꿔 '중앙 정부에서 피해를 복구를 해달'고 하니 정부 입장에서는 얄미웠던 모양이다. 


2004년 인도양을 휩쓴 쓰나미 동심원의 완전 정 중앙에 인도네시아 ACHE 지역이 있다.  출처: http://www.sheppardsoftware.com


 그런데 정치적 문제로 기싸움을 하기에는 쓰나미 피해가 너무 컸다. 마침 UN이 적절한 타이밍에 중재를 해서 아체 지방 정부와 인도네시아 중앙 정부 간에 협상이 이루어졌다. 중앙 정부는 가용 자원을 최대한 투입해서 쓰나미 피해를 복구에 발 벗고 나서고, 아체 지역은 앞으로 인도네시아의 중앙 정부를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고 다시는 분리독립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협상 조건이었다. 쓰나미 재해를 빌미로 정치적 평화는 챙겼으니 이 걸 좋아해야 할지... 아무튼 UN, 중재 한 번 참 잘했어! 


 바로 이 아체 지역에서 구충제를 무료로 보급하는 NGO 프로젝트가 있다. 아체 지역은 아직도 질병과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고, 기생충에 감염된 인구 비율도 매우 높다고 한다. 그런데 그곳에 구충제를 나눠주려 갔더니, 외국인이 이상한 알약을 공짜로 나눠준다며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더란다. 구충제를 나눠 주니까 일단 받기는 하는데, 먹지 않고 몰래 버리기도 하더란다. 해당 프로젝트의 한국인 NGO 활동가는 이슬람교로 개종까지 해가며 현지인들과 동화되어서 몇 년에 걸쳐 구충제 보급 사업을 열심히 했다. 몇 년이 지나서야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구충제를 받아먹기 시작하였고,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가 천천히 나오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NGO 교육에서 만났을 때 직접 말씀은 못 드렸지만 프로젝트 담당자님께 정말 존경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출처 : https://unsplash.com/search/photos/nepal


 또 다른 NGO 활동으로 네팔 산악 지역에 만든 어린이 도서관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유명한 연예인이 홍보대사로 나서면서 아주 힘차게 진행되었다. 도서관 건립기금이 충분히 모여서 네팔의 굽이진 산골짜기에 번듯한 도서관 건물을 새로 지었다. 그런데 새로운 건물을 짓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네팔 쪽에서는 유리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국경 너머 인도 쪽 도시에서 유리를 공수해왔는데, 사람도 이동이 어려운 그 멀고 험난한 산악 길을 유리가 깨지지 않게 옮기느라 자재 운반비가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건물을 완성하긴 했는데, 히말라야에는 눈보라와 돌풍이 자주 불어서 1년도 못 가 그 귀한 유리가 몽땅 다 깨져버렸단다. 네팔 산악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은 스스로 유리를 갈아 끼울 만한 여유가 없다. 애초에 유지보수가 불가능한 건물을 지어 준 격인데, 현지 사정을 사전에 미리 파악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히말라야 산악 지역의 집들은 뭉툭해 보여도 나름 그 지역의 기후와 환경에 수천 년 동안 적응하면서 눈보라와 돌풍을 막아줄 수 있게 발전되었을 것이다. 일의 추진이 조금 느리더라도 현지 사정과 환경을 찬찬히 제대로 알아보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쉽다. 



 우리 NGO는 자카르타 시내에 있는 주정부 산하의 직업 훈련 시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지 않던가? 긴급구호가 끝나고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빈부격차가 큰 자카르타와 같은 대도시일수록 저소득층에 대한 직업교육이 절실하다. 사회 구조상 가난한 사람은 자녀 교육을 제대로 못 시키고, 가난이 자꾸만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자카르타 뜨븟 지역에 위치한 직업 훈련 기관 PSBR 건물


 자카르타 주정부가 운영하는 우리 직업 훈련 시설에는 모두 9개의 전공이 있다. 자동차 정비, 용접, 미용, 요리, 재봉, 에어컨 수리, 핸드폰 수리, 컴퓨터, 가구 등이다. 그중 우리 NGO에서는 한국에서 IT장비와 전문가를 들여와 이 곳 컴퓨터 전공 과정을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가구 전공 과정은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 2019년에는 요리 전공에 한국인 요리 전문가를 파견해서 아이들에게 한식 조리법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흔히들 해외 NGO 활동이라고 하면 판잣집 같은 다 허물어져 가는 건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카르타 주정부가 제공한 번듯한 건물에서 활동 중이다.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 현지 정부와 협력했기 때문에 교실 짓느라 허송세월 하거나, 예산의 대부분을 건물 짓느라 탕진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목공실은 기존 교실에 붙여서 교실 일부를 추가로 만들었지만, 예산에서 차지한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학생 교육이라는 본연의 목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오늘도 전 세계에 수많은 NGO 프로젝트가 한정된 예산으로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을 도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NGO 활동은 성과를 측정하기가 쉽지 않고, 나름 성공적인 프로젝트라고 해도 티가 잘 안나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인 영리 목적의 비즈니스는 매출과 이윤이 숫자로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누가 잘하고 못 하는지 금방 드러난다. 하지만 NGO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비즈니스와 달리 예산 지출은 있지만 수익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을 잘 썼는지 못 썼는지 깔끔하게 판단하기가 애매한 것이다. 


 NGO 프로젝트에서 조금씩 새 나가는 예산을 잡지 못하면 돈이 여기서 새고 저기서 새다가, 결국에는 예산이 부족해져서 NGO 프로젝트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매출 실적을 따지는 사장도 없고, 수익에 대한 책임도 없기 때문에 자칫 예산 낭비에 둔감해지기도 쉽다. 그래서 우리 NGO 활동가들은 예산 지출에 대해 스스로 더 조심하고 더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1,000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 그 어느 곳 보다 필요한 곳이 바로 NGO 활동 현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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