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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목수 Oct 27. 2019

목공수업 #6 라운지체어

식탁 만들기보다 어려운 의자 만들기!


 매우 도전적인 과정이다. 목공 초보 우리 학생들과 그냥 의자도 아니고 무려 라운지체어를 만든다니.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가구가 있다. 용도별로 나누면 가정용 가구와 사무용 가구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가정용 가구를 다시 공간별로 나누면 침실 가구, 거실 가구, 주방 가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서랍장, 거실장, 식탁, 의자, 소파, 좌탁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그 많은 가구 중 가구 제작자에게 가장 도전적인 가구는 바로 의자다. 가구 디자인의 꽃, 의자. 우리가 아는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들의 대표 작품도 대부분 의자다. 한스 베그너핀 율 같은 전설적인 가구 디자이너들의 대표 작품도 대부분 의자고, 미국에서 유명한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 부부의 대표 작품도 바로 임스 체어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좋아했던 가구는 바로 일본의 조지 나카시마의 가구였다. 조지 나카시마 역시 코노이드 체어, 즉 의자로 유명하다.


한스 베그너의 JH-501 체어, 일명 케네디 체어

 대부분의 가구는 정적이고 쓰임새가 한정적이지만, 의자는 앉는 사람에 따라서 그 쓰임새가 변화무쌍하다. 한 번은 케네디 대통령이 티브이 토론회를 한 적이 있는데, 장 시간의 토론을 하며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의자가 불편하다고 했단다. 그래서 편한 의자를 찾아서 대령한 것이 바로 한스 베그너의 의자였다. 


 이 의자는 그 후 케네디 체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었고, 나중에는 더 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완벽하다는 의미에서 무려 'The Chair'라는 이름으로 명명되기도 하였다. 




 의자는 이처럼 사용하는 용도도 다양하고,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도 함께 변하는 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콧대 높은 예술계에서도 의자의 예술성을 인정해서 큐레이팅을 통해 의자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가구 따위가 무슨 전시회냐며 코웃음 치던 예술계였다. 


 그래서 의자를 만들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등받이가 직각으로 솟아 있는 형태의 간단한 형태의 의자를 만든다면 스툴을 만드는 것보다 손은 한두 번 더 가겠지만, 기술적으로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그런데 여기에 각도가 기울어지고 곡선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하는 디자인에 따라 의자 다리를 살짝 기울이고 등받이에 곡선을 넣으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미묘한 변화에 따라 구조의 결합 방법이 상당히 까다로워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자를 제작할 때 각 파트 간의 결합은 매우, 매우 견고해야만 한다. 


 의자는 심지어 덩치가 훨씬 큰 식탁보다도 더 튼튼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식탁 위에 무거운 것을 올리면 얼마나 많이 올릴까?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봤자 30Kg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식탁에서 밥만 먹으란 법은 없다. 어떤 영화에서는 식탁 위에서 주인공들이 정사를 나누기도 하던데... 음... 가구 제작자 입장에서 말씀드리건대, 식탁을 그렇게 험하게 쓰시면 금방 망가져요. 엣 헴(헛기침). 식탁은 기본적으로 허리가 길고, 다리도 긴 데다가 그 위에 넓고 얇은 상판이 얹혀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그리 튼튼하지는 않다. 그래도 괜찮은 것이 앞에서도 말했지만 식탁 위에는 무거워봤자 사람 한 명 이하의 무게가 올려지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또 음식물이 살아서 식탁을 뒤흔드는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자는 다르다. 체중이 좀 나가는 사람은 100Kg 이 훌쩍 넘는데, 사람이 의자에 앉고 일어서고 할 때는 실제 체중의 몇 배에 해당하는 압력이 순간적으로 의자에 가해진다. 또 우리는 심심하면 의자 뒷다리로 일어서서 의자를 까닥까닥하고 흔들어대기도 한다. 체중 100Kg인 사람이 의자 뒷다리에 체중을 모두 싣고 흔들흔들할 경우 의자에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압력의 크기를 한 번 계산해주실 수학자분 계실까요? 농담입니다. 수학적 분석까지 하지 않더라도 의자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은 가구 목수에게는 그저 상식 아니겠습니까?  


학생이 그린 측면 View 


 자, 식탁에 올라가는 음식의 무게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포지션, 그리고 의자에 가해지는 무게와 시도 때도 없이 흔들리는 포지션을 서로 비교하면 둘 중 무엇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지 답은 분명하다. 의자 수업을 시작하면서 저 덩치 큰 식탁보다 의자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을 학생들에게도 해주었다. 설명을 하기 전에 물어보면 모두 저 큰 식탁이 더 튼튼해야 한다고 대답하던 우리 학생들도, 설명을 듣고 나서는 의자가 더 튼튼해야 함을 쉽게 수긍한다. 단순히 수긍만 하지 말고 제발! 꼭! 좀! 튼튼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 얘들아! 


 수업의 시작은 늘 비슷하다. 한 달 동안 어떤 순서로 수업이 진행이 될지 제작 과정을 차례대로 설명한다. 시간 관리를 위해 1주 차, 2주 차, 3주 차, 그리고 마지막 4주 차에 할 일을 구분한다. 수업의 진도를 이렇게 분명하게 정해놓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끝 도 없이 늘어지기 때문에 시간 관리하는 법을 훈련하기 위해서 스케줄 체크를 꼼꼼하게 해 준다.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면 먼저 의자 도면을 보면서 의자의 구조를 보고, 종이에 도면을 따라 그리면서 각 파트의 부재 크기를 직접 기입한다. '앞다리 - 561 x 33 x 33 mm' 이런 식으로 목재의 길이와 넓이, 그리고 두께를 모두 적어서 숫자 감각을 익힌다. 


측면 프레임 완성!!  Imam(좌),  Adhan(우)


 처음에 우리 아이들은 이 숫자가 얼마나 큰 나무 조각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 하는 것 같지가 않다. 하지만 숫자들을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아, 36mm가 대략 이만한 두께구나' 하면서 느낀다. 길이 단위와 숫자의 크기를 정확히 이해는 못 하더라도 느낄 수 있으면 된다. 나는 인도네시아에 와서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센티미터와 밀리미터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봐왔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에게 정확한 수치 단위 사용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매 번 다른 가구를 만들면서 이런저런 수치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다 보면 결국엔 학생들도 숫자의 크기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그럼 된다. 여기서는 그 정도면 된다.


등받이와 측면 프레임을 각각 만들어서 드디어 서로 드디어 조립이다!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는 이 의자도, 하나하나 나누어 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우선 등받이를 보면 사각 프레임이 있고, 등받이로는 원형 막대가 세로로 나있다. 위쪽 프레임과 아래쪽 프레임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서 막대를 쏙 꽂으면 된다. 이때 막대가 흔들리면 기분이 나쁘니까 막대 굵기와 구멍 크기를 딱 맞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막대의 굵기를 아주 살짝 크게 가공해서, 구멍에 삽입되는 부분은 사포로 갈아내거나 혹은 칼로 조금씩 깎아내면서 막대의 굵기를 하나하나 구멍에 맞추면 실수 없이 딱 맞게 맞출 수 있다!


 가장 복잡한 부분은 측면 프레임인데, 정확한 각도와 단단한 결합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등받이는 세로 살이 많아서 손은 많이 가지만, 구조적으로는 비교적 단순해서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측면 프레임은 구조가 약간 까다롭다. 재단기와 라우터 등 목공 기계를 정확히 세팅하고 차례로 가공하는 법을 학생들에게 먼저 보여주었다. 그러고 나서 학생들이 기계 세팅을 그대로 사용해서 따라 가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1년 가까이 가구반 수업을 듣고 곧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기계 세팅이 정확하게 되어 있으니 침착하게 곧 잘 만들었다. 학생들이 너무 잘 만들어서 얼마나 기특하던지... 


완성된 라운지체어에 앉아 기념 컷!

 이렇게 등받이와 좌. 우 측면 프레임이 만들어졌으면 가로 지지대를 추가해서 서로 조립만 하면 된다. 학생들은 하나하나 따라 하니까 너무 멋있는 의자가 만들어져서 자기 스스로도 놀란 눈치였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더 정확하게, 더 깔끔하게 하라고 학생들을 채근하기도 했지만, 결국 멋진 퀄리티의 완성품을 보면서 다 같이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만든 라운지체어들은 우리 Dream Center Project Jakarta를 후원하는 후원자 분들께 감사의 표시로 하나씩 선물로 드렸다. 부족한 작품이지만 각각의 장소에서 아무쪼록 유용하게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목수들은 좋은 가구를 정성껏 만들어서 내 보낼 때는 딸자식을 시집보내는 것 같은 기분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나는 딸자식 시집을 보내 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떤 기분인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가구에도 운명이 깃든다는 것 정도는 안다. 좋은 집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가구의 행복한 운명을 상상해본다. 


못 생긴 일반 식탁 의자


 여담이지만 가구 교실의 현지 강사인 리코와 젠다는 라운지체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실력이 안 돼서, 다음 해에는 라운지체어가 아닌 일반 식탁 의자로 모델을 바꾸었다. 우아한 의자보다는 기본적인 구조의 의자를 만들어 보는 것이 실제로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말썽쟁이 학생들도 어느덧 초보 목수가 되어 가고 있다. 세월이 속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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