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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지옥으로

데모도 ep61

by 글짓는 목수

"꼬르륵!"

"하하하 꼬르륵!"

"하하하 남일이 아닌 듯"


택건과 안나는 서로 배를 잡고 웃었다.


"안 되겠다. 뭘 좀 먹어야겠지? 아무래도 오늘 안에 레카가 도착하긴 힘들 거 같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해야겠는데…"

"야영이 아니라 노숙 아녜요? 하하하"


택건과 안나는 차에서 내렸다. 주변은 암흑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졸음 쉼터에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고속도로 위에도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간간히 트럭이 한 두대씩 차가 지나갈 뿐 칠흑 같은 어둠만이 지배하고 있다. 택건은 차 트렁크에서 원터치 텐트와 돗자리를 꺼냈다.


"오~ 브라더 이런 건 언제 준비했데?"

"내가 준비성이 좀 철저한 편이지 하하"


텐트를 펼치고 바닥 안에 두툼한 돗자리를 깔았다. 그러고 나니 정말 야영하는 느낌이 났다. 다행히 졸음 쉼터에는 간이 화장실도 비치되어 있어 생리 현상도 해결할 수 있었다. 둘은 계획에도 없던 야영을 하게 되었다. 택건은 차에서 버너와 냄비를 꺼내어 라면을 끓였다. 낮에 바다에서 잡았던 남은 전복과 조개를 아이스박스에서 꺼내 함께 끓였다. 안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렌턴 불빛을 비춰 택건이 라면을 끓일 수 있도록 도와줬다. 맛있는 라면 냄새가 숲 속 가득 퍼져나간다. 둘은 텐트 안에 들어가 라면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나 원래 라면 잘 안 먹는데, 라면이 왜 이렇게 맛있는 거지?"

"라면은 원래 밖에서 먹어야 제 맛이지, 집에서 백날 끓여 먹는 라면은 그 맛을 느낄 수 없어"

"왤까요?"

"음... 맛을 미각만으로 느낄 때와 오감으로 느낄 때의 차이라고 할까?"

“오~ 그럴싸한 표현인데요”


숲 속의 칠흑 속 적막 속 으스스함과 밀려오는 허기 그리고 작은 텐트 속에 아늑함과 함께 먹는 라면은 집에서 먹는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맛을 만들어 냈다. 둘은 지금 라면이 아니라 추억을 먹고 있는 중이다. 둘은 포만감에 텐트 안에 드러누웠다.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 배부르다. 이제 좀 살 거 같네요"

“사삭사삭”


그때 텐트 밖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어? 무슨 소리지?"


그 소리는 조금씩 텐트와 가까워졌다. 그리고 한 둘이 아닌 듯 동시 다발적인 움직임이 느껴졌다. 둘은 숨죽인 채 그 소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바로 텐트 옆까지 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지? 도대체"


안나가 텐트의 지퍼를 살짝 열어 밖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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