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

평범한 남자 EP 56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部长!请您离开张主任~拜托了"(부장님 장주임에게서 떠나 주세요. 부탁입니다.)

"你这是什么意思?"(무슨 소리야?)


차오찡이 퇴근길에 나를 찾았다. 긴히 할 얘기가 있다며 나를 데리고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녀의 말에 커피잔을 들어 입에 가져가려다 다시 탁자에 내려놓는다. 오늘 장주임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차오찡의 말로는 며칠째 식음을 전폐하고 집에 누워 있다고 한다. 장주임이 나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힘들어 한다며 하소연 한다. 그리고 나 때문에 자신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낸다.


"我离不开她!"(저는 그녀 없이는 살 수 없어요)

"..."

"如果她放不弃向你的感情我会做不该做的事!"(만약 그녀가 계속 당신을 향한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전 어떻게 돌변할지 저도 알 수 없어요)


차오찡은 나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 장주임이 나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쌓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그녀는 나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녀가 자신을 멀리하려 하자 그 감정은 분노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사태가 심각해질 줄은 몰랐다고 한다.


동성의 사랑에만 갇혀있던 그녀가 이성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전에는 그녀가 자신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자신이 그녀가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존재가 되어버린 걸 깨달았다고 한다.


장주임에 대한 나의 감정은 그리 중요치 않다. 다만 그녀가 이성의 사랑을 알아가려는 것을 막아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동성애라는 단어는 아직 나에게는 너무도 생소하며 용납되지 않는 그런 반사회적이고 반인간적인 것으로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곧 떠나야 할 나에겐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려 노력할 혹은 바로잡을 여유가 없다.


"我有个条件"(조건이 있어)

"是什么?"(예 뭐죠?)

"离开公司"(회사를 떠나줘)

"这是什么意思?"(무슨 말이세요?)

"如果你们都离开公司,我会回国"(너희들이 나가면 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어)

"真的吗?"(정말인가요?)


그녀의 눈에 생기가 돌며 나의 제안에 큰 관심을 보인다. 나는 그녀에게 솔직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며칠 안으로 퇴직 신청을 받을 거라고 말했다. 난 여기 인원정리가 끝나는 데로 바로 떠날 거라는 말을 전해주었고 그녀 또한 중국 밖으로 나를 밀어내는 것이 나와 장주임을 떼어놓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이다.


사내에 희망 퇴직 공고가 붙었다. 몇 없는 인원이지만 동요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차오찡은 예상했던데로 바로 희망 퇴직서를 제출했다.


[部长您真的离开公司吗?](부장님~ 정말 떠나시는 거예요?)


장주임이 아마 차오찡에게 무슨 얘기를 들은 모양이다. 사내 메신저로 물어온다. 그녀는 책상 파티션 위로 고개를 들어 답장이 없는 나를 쳐다본다.


"请大家都聚在会议室"(다들 회의실로 잠시 모여주세요)


나는 사무실 직원들을 소집했다.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하나 둘씩 회의실로 들어온다.


"大家都看过公告吧?现在公司情况不怎么好就决定公司暂时解散,我很遗憾告诉你们这个事情"(다들 게시판 보셨겠지만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아 사업을 임시 종료하기로 결정이 났습니다. 이런 갑작스러운 통보를 드리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쑨메이는 화가 난 표정으로 따져 묻는다. 류과장과 차오찡은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듣고 있고, 왕기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눈치이다. 장주임은 자칫하면 또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到现在刘科长和曹婧告诉我要辞职还有病假中的小袁也要辞职"(현재까지 류과장과 차오찡이 퇴직 의사를 알려왔습니다. 그리고 병가 중인 샤오웬도 유선으로 희망퇴직 확인을 받은 상황입니다)

"一个月之内辞职?这太不像话了吧?"(한 달 안에 퇴사하라니 너무 한 거 아니에요?)

"我也真抱歉这一点,所以公司会给你们另外6个月的补偿"(그 점은 저도 가장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이달 안에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자에게는 퇴직금과 별도로 6개월치의 급여를 보상해주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법적으로 그들은 한 달 안에 회사를 나가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6개월치의 급여는 그들에게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다. 어차피 회사 사업 종료가 결정 난 마당에 회사에서 버텨봐야 사실 이득 될 건 없다. 돈을 챙기고 다른 직장을 빨리 알아보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对不起你们!"(다들 정말 미안하게 됐어)

"部长 这事儿太过分了"(부장님 정말 너무 서운해요)


직원들과 조촐한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류과장과 샤오웬을 제외한 4명의 직원들이 같이했다. 희망퇴직 건으로 마음 상했을 그들에게 비공식적인 사과와 위로를 위한 순수한 나의 요청과 사비를 들여 모인 자리이다.


"这都是首脑决定的我也没办法,请你们拜托了,我相信你们很快会找到更好的工作。以后景气好了公司会再找你们的"(위에서 결정한 일이라 나도 어쩔 수가 없네, 미안하지만 내가 부탁할게 너희들 다들 다시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경기가 회복되고 합자회사가 사업을 재개하면 꼭 다시 너희를 찾을게)


가슴 한 구석이 뜨끔하다. 사실 위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깐 것은 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실을 모두 그들에게 오픈 해서 나에게 돌아오는 건 차가운 시선과 손가락 질 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사실 다시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미 양측의 신뢰가 깨지고 종료된 관계를 다시 이어갈 이유가 없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불필요한 진실은 그냥 묻어버리는 것이 좋다.


"来!来!别这么郁闷了 为了更好的未来!干杯!"(자! 자! 너무 우울해하지 말고 한잔해!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건배!)


다들 나의 격려에 잔을 들어 건배에 응한다. 한 사람만이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다.


"我不同意!"(전 동의할 수 없어요!)

"部长!张主任喝醉了我陪她先走了"(부장님~ 장주임이 취한 것 같네요 먼저 데리고 들어가겠습니다.)


순간 분위기가 냉랭해진다. 옆에 앉아 있던 차오찡은 반대의사를 밝힌 장주임을 일으켜 밖으로 데리고 나가며 우리 테이블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다. 둘이 식당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다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본다. 장주임은 차오찡에게 끌려가며 나를 바라본다. 그녀의 눈망울은 금새라도 터져내릴 듯 젖어있다.


누구도 허락하지 남녀 간의 감정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한 번 생겨난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웃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감정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간절해진다.


마무리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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