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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Dec 20. 2019

먹고 더블로 가?

[빵을 끊어라] 포브스 야요이

청정 국가를 자부하던 호주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오늘도 시드니의 미세먼지는 심각한 수준이다. 계속되는 산불과 가뭄으로 시드니 주변 산들은 잿더미가 되어가고 대기질은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미세먼지를 피해 8,000km를 날아왔지만 이곳도 먼지에서 안전하지 않다. 인간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자연재앙으로 돌아오고 있는 듯하다.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와 미세먼지를 피해 찾은 곳은 도서관이다.

시드니 스모그

인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재앙이 있다. 그건 바로 밀가루이다.


인류는 밀의 경작으로 수렵에서 농경사회로의 전환을 맞이했다. 안정된 식량(밀) 공급으로 정착 생활을 시작했지만 사실 그건 밀의 노예가 되었던 것이었다. 밀의 번성을 위해 한 곳에 머물며 그들의 안전한 생육을 지켜주었던 것이다. 밀은 인간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번성한 식물이 되었다. 더욱이 인간들의 분에 넘치는 관심으로 수많은 품종개량(유전자 조작)을 통해 슈퍼 밀이 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 관심은 계속 진행 중이다.


최근 밀가루 음식만 먹으며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되지 않는 불쾌한 경험을 자주 한다. 밀가루를 먹으면 대변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생활비 절약을 위해 간편하게 해 먹는 밀가루 음식들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도서관에 이 책을 만났다.


관심이 크면 속독이 가능하다. 소파에 앉아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읽으면서 놀라움과 고마움이 여러 번 밀려드는 것을 애써 가라앉히며 완독 했다. 최근의 나의 몸의 변화는 분명히 밀가루와 관련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독서였다.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이 먹은 것이 당신이다.)

                                                           - [빵을 끊어라] 중에서 -


식생활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만큼 먹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음식을 섭취하는 동물이다. 신선식품(그냥 먹는), 가공식품(공장에서 만든), 조리식품(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조리한) 것까지 너무도 많은 것을 먹는다. 지금도 그런 인간의 미각을 자극할 가공식품과 요리 식품을 개발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인간은 필요한 것을 먹지 않고 원하는 것을 먹는다"

                                                               - 글 짓는 목수-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인간은 원하는 것을 먹고 동물은 필요한 것만 먹는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만 먹는 동물에게는 질병이 거의 없다.(가축이나 애완동물을 제외하고) 지구에서 가장 많은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그 질병의 상당 부분이 바로 우리의 먹거리에서 만들어진다. 문제는 알면서도 바꿀 수도 바꾸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음식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현생 인류의 시초인 사피엔스 시절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자연 그대로 주어진 음식만 먹던 시절에는 질병은 거의 없었다. 뭐 재수가 없어 독이 든 걸 먹어 죽거나, 배고파서 썩은 고기를 먹거나 아니면 맹수에게 잡아먹히거나 혹은 옆에 있던 화가 난 사피엔스에게 맞아 죽었거나 이 부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뇌가 좋아하는 것은 몸이 싫어한다.


 인간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멀쩡한 몸에 암이 생길 리가 있겠는가? 몸이 싫어하는 뭔가를 계속 주입했기 때문이다. 뇌의 유혹에 끌려다니다 보면 결국 암과 함께 생을 마감하는 인간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주변에서 자연사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과거 나는 증조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봤다. 내가 유치원 다닐 때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온 가족이 시골집에 둘러앉아 증조할머니의 마지막을 밤새 지켜봤다. 내가 새벽녘에 온 가족들의 곡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증조할머니는 조용히 온화한 표정으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것이 자연사라는 것을 나중에 청소년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그 이후로는 자연사 소식을 접해 본 적이 없다. 사회생활의 시작과 함께 돌아다닌 수많은 초상집의 고인들은 다들 몸에 종양이라는 불청객을 데리고 저세상으로 가셨다.

Wheat flour

인간이 만들어낸 불량식품 - 밀가루


가공식품과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밀가루이다. 밀가루를 빼면 세상에 먹을게 별로 없을 정도로 우리 식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물론 밀가루가 인간의 모든 질병 유발자라고 하면 밀이 기아에서 구해낸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섭섭할 수 있다. 또 그 덕분에 우린 미각의 풍요를 즐기지 않았던가?


쾌락은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입안을 감도는 감칠맛과 쫄깃한 식감이 주는 쾌락은 서서히 망가지는 몸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우리는 이 보상에 길들여져 나중에 닥칠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 무감해진다. 인생과 닮아 있다.

유전자 변형 밀과 기업농

사실 인류가 처음 만난 밀은 불량식품이 아니었다. 인간은 기업농과 품종개량(유전자 변형)으로 10배가 넘는 생산량 증대를 이뤄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농약과 인공비료도 생산량 증대에 일조했다. 그렇게 변신한 밀은 글루텐 함량이 고대의 밀보다 40배나 증가되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우린 더욱 푹신하고 부드러운 빵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속에 포함된 글리아딘(단백질의 일종) 성분의 더욱 강력해진 점착성이 장기능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며 또한 담배의 니코틴처럼 중독성까지 안겨준다. 나쁜 것을 알지만 끊지 못하게 된다.


유명(幽明)을 달리하고 싶지 않으면 유명(有名)한 이를 쫓아라!


우리와 친근한 맥도널드, KFC,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에는 어김없이 이 밀가루가 들어간다. 그것도 아주 푸짐하게 아낌없이 넣어주신다. 과연 저 글로벌 식자재 회사들의 CEO들도 자신들이 만든 걸 먹을까? 물론 홍보용 영상으로 먹는 모습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먹음직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나면 쓰레기통을 뱉어낼 것들이다. 글루텐 덩어리를 제공하고 그들은 엄청난 부(富)와 함께 우리의 건강까지 가져가 버린다. 그런 우리는 입안을 감도는 순간의 쾌락을 위해 과감히 그들에게 돈과 건강을 갖다 바친다.

Novak Djokovic

세계 남자 테니스 랭킹 1위였던 노박 조코비치가 쓴 <이기는 식단>이 화제가 되었다. 그는 변화무쌍한 몸의 컨디션을 잡는 방법으로 밀가루와의 작별을 고했고 항상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말고도 세계의 많은 유명 인사들이 글루텐 프리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몸값이 높으신 분들은 몸이 재산이다. 우리는 유명한 사람들의 식습관을 배워야 한다. 그들의 성공에는 분명 건강한 몸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운동선수라면 더욱 그러하다.


몸만 해치는 것이 아니다


밀 속에 포함된 고농도 글루텐은 직접적으로 뇌에 손상을 줄 수는 없다고 한다.(입자가 커서 뇌에 침입할 수 없다.) 하지만 혈액 속에 침투한 글루텐은 몸이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만들고 공격하게 한다. 전쟁에는 잔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발생하는 활성 산소가 몸을 산화(노화)시킨다. 그리고 뇌로 가야 할 정상 산소 대신 녀석들이 뇌에 침투하고 뇌의 산화를 촉진시킨다. 산소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적재적소에 공급되는 통제된 산소만이 우리에게 이로운 것이다.

  

 그래서 밀가루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두통과 뇌 안개(멍해지는 현상)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현재 자신의 뇌가 녹아내리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뇌 손상은 결국 감정적인 심리상태까지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일과 현상은 복합적으로 생겨나기 마련이다. 두통이 난다고 '게보린'이나 '펜잘'만 찾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원인을 찾고 치료해야 한다. 대부분이 식습관이다.

Dalai Lama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보인다>

                                         -달라이 라마 저서-


이제는 채우는 삶 보다 비우는 삶이다. 위와 장을 비우는 것이 더 이롭다. 항상 뭘 먹을지만 고민하는 현대인들은 뭘 먹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선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인간관계도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오래간다. 몸이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실 우리 세상(자본주의 사회)은 사지 않고 먹지 않고 쓰지 않는 인간을 싫어한다. 그래서 그런 것들은 잘 가르쳐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물질과 음식을 소비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경제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를 해야 또 생산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우리의 건강까지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먹고 더블로 가?


과거에는 부유의 상징이었던 허리둘레는 이제 만병의 근원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만병의 근원을 원천 제거하는 방법에는 관심이 없고 뱃살을 줄일 수 있다며 광고하는 다이어트 제품과 각종 헬스기구,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돈을 쏟아붓는다. 덕분에 경제는 더 성장하고 잘 돌아간다. 먹는 것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먹고 또 빼기 위해 돈을 쓰니 일석이조이다. 그냥 먹고 더블로 성장한다. 우리의 뱃살처럼... 그럼 또 우리는 열심히 벌어야 한다. 오늘도 지옥철을 타고 출근한다. 먹고 빼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Abdominal obesity

사실 책은 밀가루가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나는 그 이면에 감춰진 모습들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밀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결국 인간이 원했지만 원지 않는 결과를 얻은 것뿐이다. 무지한 사람들은 그 속에서 희생양이 되는 것이고 아는 자는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이다.


굶주림과 가난에 허덕이던 시절에는 이것저것 주워 먹어 몸속에 회충은 키웠을지언정 종양은 키우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매 한 가지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 말로 먹는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후회는 항상 뒤늦게 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산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건강한 몸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기본이 바로 서지 않으니 어찌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나의 몸도 밀가루의 글루텐 맛에 길들여져 있었다. 몸이 아파하는 신호에도 그냥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이제 먹는 것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저자가 추천하는 글루텐 프리 2주 운동에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책 속에는 밀가루를 피하는 여러 가지 방법과 글루텐을 제거한 건강한 식단에 대해서도 잘 소개해주고 있다. 활용해 볼 만하다. 달라진 나의 몸을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글감이 생기겠지 하는 뿌듯한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해본다.

Stop Bread - Gluten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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