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벼르다가 다른 책에 밀려있다가 드디어 읽게 됐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예상보다 강했다. 책을 읽는 동안 공감과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혈압이 오르는 건 처음인 듯... 어떻게 이 흥분을 글로 표현해야 할까?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다들 공감할 내용일 것 같다. 막말과 무례함이 난무하는 회사생활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은 이제 그 막말과 무례함이 나와 조직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비용에 대해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월급은 한 달 동안 내가 욕먹는 대가?!
과거 첫 직장에서 신입사원으로 직장생활하던 시절 상사에게서 자주 들었던 말이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듣는 모욕적인 막말들은 월급을 위해 참고 버텨야만 했던 혹독한 훈련이었던 것이다. 뭐 물론 신입사원이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겠냐마는 그렇다고 막말 듣고 성장한 직원이 또 할 수 있는 건 뭘까?!
무례함의 비용
저자는 이 무례함의 비용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사례와 구체적인 통계수치들을 근거하여 막말과 무례함은 조직과 사회에서 사라져야 하는 악의 씨앗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 또한 기대했던 첫 직장에서 막말과 무례함이 난무하는 회사의 민낯을 경험하고 난 후 이런 현상이 인간과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20년간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어딜 가나 직장에는 막말하는 무례한 상사들은 그 존재감을 과시한다. 나의 직장생활 경험으론 이런 상사들은 회사에서 어느 정도 직위와 실력을 인정받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이런 무례함을 윗사람들은 조용히 눈감아 준다. 조직을 이끌고 나가려면 어느 정도의 희생과 강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 역할을 해줄 인원이 필요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경영진들 많기 때문인 것 같다.
뇌가 화상(Burn)을 입다?!
Burning brain
막말하는 무례한 상사가 있는 조직은 단기적인 성과가 좋아 보일 순 있다. 막말과 협박 속에서 어떻게든 output을 내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 부하직원들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그런 환경에 노출되면 소뇌 속의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amygdala)에 화상(Brain burn)을 입혀 상사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부정적인 감정이 분출되는 지경에 이른다고 한다. 그 부정적인 감정은 조직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다. 어린 시절 학대 속에서 자란 아이가 커서 무의식 중에 자기 자녀를 학대하는 그런 대물림 같은 현상이 조직 내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상사의 그런 행위가 용인된다는 것은 결국 내가 부하직원에게 그렇게 행동해도 용인될 수 있겠구나 하는 명분을 안겨주고 악행은 답습된다.
회사는 영리 추구가 목적이다. 만약 그 조직이 성과가 나고 실적이 우수하다면, 직원이 마음에 상처를 입든 뇌 화상을 입던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피해 보상의 필요가 없는) 현상엔 관심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과를 내는 인재들은 그런 문화 속에서 오래 남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그런 개개인의 능력에 의지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협업의 문화가 형성될 수 없기 때문에 롱런(Long run)은 불가능한 것이다. 능력 있는 자는 기회 봐서 떠나가고 남은 자들은 생계 때문에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성과를 내기 힘들다. 버티기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럼 막말 상사는 더 강력한 무례함(쪼기)을 선사할 것이다. 악순환은 극치로 내닫는다.
얘기하다 보니 과거 직장에서 당했던 막말과 무례함들이 머릿속을 계속 스쳐 지나가는 고통을 수반한다. 나도 "뇌 화상"의 피해자인가? 그럼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뭐 저자가 현상 파악만 하진 않았겠죠? 저자는 다방면 직원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인 회사 조직은 수직 하향 평가(인사평가)를 기본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은 위에게는 굽신, 밑에는 갈굼의 행동 패턴(Patern)이 나타나는 것이다. 조직에서 승진하고 연봉을 올리려면 윗사람이 끌어줘야 하는것이다.
윗사람 따라 주말에도 골프 치고 비서(집사?)처럼 수행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윗분들도 팔은 안으로 굽듯이 오랜 시간같이 근무하고 동고동락한 부하직원에게 애착이 가는 건 당연지사. 그 무례한 상사가 부하직원을 대하는 태도는 알 바 아니다.
그러므로 상향 평가, 수평 평가를 통해 다방면으로 그 직원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평가 비중도 분산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조직 안의 신뢰와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가능하다. 자칫하면 서로가 눈치 보고 의심하는 불신지옥이 될지도모른다.
"고마워 & 고맙습니다"
제도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분위기이다. 분위기는 말 한마디에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 또한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지만 상사나 팀장들에게서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들어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냥 회사 내의 소모품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왔다. 직장생활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서로 경쟁에 놓여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상황일수록 정중함은 중요하다. 상대방을 한 인격체로 대우해 줘야 한다. 작은 정중함의 온기가 바이러스처럼 퍼져갈 때 그 조직은 강해질 수 있다. 그럼 그 분위기는 문화로서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 또 한 번 강조하게 된다. 우선 친구나 동료에게 자신을 평가를 부탁해 보라 진심으로... 혹시 나부터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10여 년이 넘는 나의 회사생활의 경험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저자가 주장했던 것처럼 나도 편도체에 화상을 입은 건 분명해 보인다. 지금도 수많은 직장인들이 현업에서 뇌 화상을 입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좀 더 많은 직장인들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럼 시작하는 월요일엔 조금은 달라진 모습으로 직장동료들을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