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목수 Jun 30. 2020

마음은 기다리는 것이다

팔공 남자 시즌 2-45

"쑨샹! 왜 띠아오챤은 안 왔어? 전화도 안 받던데..."

"모미 아파서 올 수가 없다요"

"그래? 많이 아픈가 보구나, 모임 끝나고 찾아가 봐야겠네"


  교회 예배가 끝나고 목장 식구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띠아오챤은 결국 교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나를 의식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안 에스더 목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한가득이다. 교회 식구를 자신의 가족처럼 챙기는 그녀의 모습에서 과거 예수의 헌신적인 사랑이 느껴지는 듯하다. 여자를 좋아하거나 아끼는 마음은 있었지만 존경하며 우러러보는 마음이 생기는 건 그녀가 처음이다. 


"저도 같이 갈게요"

"희택 형제도? 그래 같이 가봐요"


  목장 모임이 끝나고 나와 그녀는 쑨샹의 안내를 받아 띠아오챤의 숙소를 찾아갔다. 그녀의 숙소는 영대 근처의 한 원룸이었다. 나의 원룸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 그녀의 원룸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는 문에 귀를 가져다 대어 본다.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집에 없나 보네 아픈 애가 어딜 간 거지?"

"쿵쿵쿵! 貂蝉!”(띠아오챤!)


  안 에스더는 문 앞에 서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띠아오챤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쑨샹은 혹시 자고 있을지 모를 그녀를 깨우려는 듯 문을 두드리며 그녀의 이름을 외친다.


"끼이익! 어이! 조용히 좀 합시다! 아놔! 저 계집년 집은 뭐 조용할 날이 없어?"

"저기요! 계집년이라니요? 말씀이 좀..."

"쿵!"


  반대편 원룸의 문이 열리더니 반쯤 열린 문틈으로 머리에 새집을 지은 듯한 중년의 남자가 머리를 빼꼼히 내밀더니 신경질적인 말투로 한 마디 내뱉고는 그녀가 말문을 열려고 하자 문을 닫아 버린다. 


"헉! 정말 어이가 없네요"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내려가죠"

"喜宅! 개짐연 是什么呀?” (희택! 계집년이 뭐예요?)


  흥분한 그녀가 그 남자의 원룸 문을 두드리려 하자, 나는 그녀의 팔을 잡아채고 만류한다. 이미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을 짐작했기에 더 말을 섞어봐야 진흙탕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녀를 손목을 끌어당겨 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쑨샹은 내가 대답을 않자 답답했는지 그 남자가 말했던 "계집년"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듯 스마트폰을 드려다 보며 우리 둘을 뒤따라 온다.

 

"어! 띠아오챤!"


  원룸 건물 밖으로 나온 우리는 멀리서 원룸 골목 사이로 걸어오는 띠아오챤을 발견했다. 그녀는 파자마 차림으로 시장표 삼디다스 슬리퍼를 질질 끌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양쪽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무언가를 흥얼거리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 손에는 하얀 비닐봉지가 다른 한 손에는 반쯤 먹은 아이스크림이 들여있다. 안 에스더는 그녀를 발견하고 이름을 불렀지만 이어폰을 끼고 있는 그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도 그녀 쪽으로 걸어간다. 거리가 좁혀지고 그녀의 시야에 우리의 발걸음이 들어왔을 즈음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고는 화들짝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어... 어떠케?"

"띠아오챤! 어찌 된 일이야?"

"어... 언니... 그게.."

"많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괜찮은 거야?

"撒谎!"(거짓말!)

"哎! 大叔! 你别说!住口!” (에이! 아저씨! 조용히 해요!)

"你干嘛!生气呀?” (너 왜 화를 내고 그래?)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며 안 에스더의 눈치를 살피다 내가 던진 말에 시선을 돌리더니 나를 쏘아보듯 쳐다보며 소리친다. 그런 모습을 본 안 에스더는 우리 둘을 번갈아 보며 무슨 상황인지 의아해한다. 쑨샹은 그런 띠아오찬의 옆으로 가서 그녀의 팔을 잡고 만류하며 속삭이듯 말한다.


"어디가 아픈 거야?"


  안 에스더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띠아오챤을 쳐다보며 말한다. 바라본 그녀의 하얀 봉지 속에는 빨간 떡볶이와 튀김이 들려있다. 그녀는 손에 쥐고 있는 아이스크림과 다른 한 손의 떡볶이와 튀김을 번갈아 보고는 자신이 다음 해야 할 연기가 떠오른 듯 봉지를 든 손을 이마로 가져다 대며 눈가를 찌푸린다.


"아... 머리가 아파서요..."

"두통인가 보네 많이 아파? 교회도 안 나오고... 연락도 안되고 해서 많이 걱정했잖아"

"미...안에여 언니"

"是!头疼跟饮食的确是没什么关系 哈哈哈”(그래! 두통이랑 먹는 건 확실히 상관은 없지 하하하)

“大叔~您可不可以关闭您的大嘴门,求您了!”(아저씨~ 그 고상한 입 좀 닫아주실래요? 제발요!)

“嘎嘎嘎”(큭큭큭)


 띠아오챤은 안 에스더가 신경 쓰였는지 또다시 나를 쏘아보더니 좀 전과는 다른 다소 예의를 갖춘 비꼬는 말투와 차분한 어조로 나에게 얘기한다. 그 모습을 본 쑨샹은 뭔가를 눈치챈 듯 큭큭거리며 혼자 웃는다. 안 에스더는 그런 상황이 의아한지 나와 띠아오챤을 번갈아 쳐다본다.


"열은 없는데..."

"잠잤더니 괘안졌어요"


   안 에스더는 띠아오챤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댄다. 괜찮다는 띠아오찬의 말에도 걱정이 되는지 그녀를 데리고 근처 약국으로 향한다. 두통약을 사서 그녀에게 쥐어주고 나서 그녀의 원룸으로 데려다준다. 혹시 더 아프면 연락하라며 그녀가 원룸 건물 계단 위로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다. 쑨샹은 띠아오챤을 좀 더 지켜보고 가겠다며 그녀를 뒤따라 올라간다.


"자! 우린 가요"

"예"

"둘이 무슨 일 있어요?"

"아뇨 별거 아녜요!"

"음... 혹시 서로 힘든 일 있거나 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 예"

"힘든 일은 나누면 반이 된다잖아요"

"그런가요?..."


  그녀는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한다. 답답할 만도 할 텐데 그녀는 왜 모두에게 그런 표정으로 일관하는 걸까?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상대방의 마음은 여는 것이 아니라 열릴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라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 무엇이 현실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