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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Jul 01. 2020

사랑은 사라진다

팔공 남자 시즌 2-46

"녀보세요"

"你在干嘛?”(너 뭐해?)

“咦? 你是谁呀?”(응? 누구세요?)

“是你的上帝啊~”(너의 하나님이다~)

“放屁呀你! 아저씨! 少来! ” (웃기시네, 아저씨 적당히 해요 좀...)

“噢!厉害厉害”(오! 대단한데)

“你哪儿知道我的手机号码?”(내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我是上帝嘛什么都知道”(하나님은 모든 걸 다 알지)

“别拿我开心好不好, 我没心情跟你玩”(장난치지 마요, 그럴 기분 아니거든요)

“出来!”(나와라!)

   

  안 에스더에게 띠아오챤의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이런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다. 불편한 관계는 직장만으로 충분하다. 하루의 대부분을 불편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이외의 시간까지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다. 얼마 되지 않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 불편한 사람을 들여놓고 싶지 않다. 그녀는 아직 그런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먼저 손을 써야 한다. 개선 가능한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 한다. 가능하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적을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새파랗게 어린애를 피해 다녀야 하는 굴욕은 피하고 싶다. 


"왜요?"

"我有话跟你话说”(할 말이 있어) 

“就说嘛!”(하세요!)

“顺便请您吃一顿饭,正好你住的地方和我的不远”(밥도 한 끼 할 겸 해서, 마침 너의 집 우리 집에서 가깝더라)

"你为什么请我吃饭啊?” (왜 밥을 살려는 건데요?)

“我是长辈嘛, 长辈请小辈请个饭是一种韩国的传统美德” (어른이 손아랫사람에게 밥 사는 건 한국의 전통미 덕이야)

”屁~我知道你心里有鬼 "(웃기시네~  능구렁이 속을 모를까 봐)

“什么意思?”(무슨 말이야?)

“你也想跟我上床,是不是?”(당신도 나랑 자고 싶지?)

“헐! 算了! 你自己上床睡吧! 那我挂了!”(헐! 됐다! 너 혼자 자라! 끊는다!)

“稍等! 那你。。 请我喝酒吧”(잠깐! 그럼... 술 사요)

“술? 我们信上帝的呀!嘎嘎”(술?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인데... 큭큭)

“又来了! 那算了!” (또 시작이네! 그럼 됐어요)

“好吧好吧"(오케 오케이)


  그녀와 영대 앞 삼겹살 집에 앉았다. 그녀는 주말에 봤던 파자마 입고 삼디다스 슬리퍼를 끌고 나타났다. 정장 바지와 셔츠에 넥타이를 졸라맨 샐러리맨과 같이 앉은 모습은 주변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녀는 메뉴판을 집어 들더니 자신이 먹고 싶은 것들을 주문한다. 그리고 메뉴판을 나에게 던지듯이 건넨다.


"아저씨도 고라요!"

"어? 어! 난 그냥 너 먹는 거 같이 먹을게"

"好吧!”(그래요 그럼)


   잠시 뒤 술과 기본 안주가 나오자 그녀는 소주잔과 맥주잔을 나란히 앞에 놓더니 반쯤 채운 맥주잔에 소주가 가득 담긴 잔을 투하한다. 나는 팔짱을 낀 채 한쪽 입고리를 올린 채 가만히 지켜본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폭잔주를 한잔 들이켜고는 나를 쳐다본다. 


"你要吗?”(마실래요?)

“给我! 我来吧!”(줘봐! 내가 할게!)


   나는 그녀 앞의 잔을 가져와 내 앞에 놓는다.  맥주잔에 소주를 1/3 정도 붓고는 맥주병을 현란한 손목 스냅을 이용해서 흔들어 댄다. 강력한 압력으로 팽창된 맥주가 병 입구를 막고 있던 엄지 손가락의 틈새로 폭발하듯 맥주잔 안으로 분사된다. 하얀 맥주 거품과 잘 믹스된 폭탄주 한 잔을 그녀 앞에 놓는다.  그리고 다른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켠다. 그녀는 자신 앞에 놓은 폭탄주 잔과 나를 번갈아 보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잔을 들어 맛을 음미하더니 맛이 괜찮은 듯 한 번에 들이켜고는 입술에 묻은 거품을 혀를 날름 거리며 핥아먹는다.


"캬~ 네 건 不好喝~”(맛없어)


  그녀는 나의 행동에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주변의 대학생들도 나의 폭탄주 제조 장면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그녀의 기세는 한 풀 꺾였다. 술로 상대할 사람이 아니란 걸 깨달은 듯 보인다. 할 말을 잃은 듯 불판 위의 고기만 흡입하기 시작한다. 


"왜 도망쳤냐?"

"我哪儿..."(내가 언제...)


  빠르게 움직이던 그녀의 젓가락이 멈추고 불판에서 입으로 가져가려던 고깃덩이가 다시 불판 위로 떨어진다.


"도망은 내가 가야지"

"..."

"그런데 일하는 여자보다 그런데 오는 놈이 더 나쁜 거야"

"..."


 그녀의 까칠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의아한 표정으로 조용히 나를 쳐다본다. 나는 소주잔을 채워 한잔 마시고는 불판 위에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를 한점 집어 막장을 듬뿍 찍어 입안에 넣는다. 삼겹살의 뜨끈하고 담백한 육즙과 막장의 달콤 짭짤함이 섞여 씁쓸한 소주가 지나간 식도를 달래준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것이다. 세상은 나쁜 수요는 통제하지 못하면서 나쁜 공급을 탓한다. 성욕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꽤 괜찮은 수요이다. 끊임없고 지속적이다. 그렇기에 더욱 좋은 상품이 된다. 인류가 생겨나고 역사 속에서 성매매가 사라진 적은 없다.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욕구의 빠르고 효율적인 충족을 추구하며 발전해 왔다.


  성은 파는 자나 사는 자나 나쁘기는 매 한 가지다. 그런데 사는 자는 당당하고 파는 자는 왜 숨기는 것일까? 자본주의는 돈을 가진 수요자에겐 관대하다. 우리는 돈을 가진 자에게 모든 것을 판다. 돈을 가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몸도 마음도... 그리고 영혼까지도...


  사랑을 통해서 얻는 육체의 쾌락을 돈으로 쉽게 얻을 수 있기에 사랑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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