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person who is suitable for working in company
우연히 보게 된 독서 관련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저자(서 메리 작가)를 알게 되었다. 내가 본 그녀의 유튜브 영상은 곳곳에 어색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어색함 속에 묻어있는 진솔함이 느껴졌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준비한 유튜브 영상 속의 그녀의 모습은 책 속에서도 여러 번 강조했던 그녀의 소심한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 보였다.
그 모습이 그녀가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는 것이 더욱 공감을 가져온 것은 아닐까? 상처만 받는 소심한 수백만의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이다. 뭐라고 할까? 회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만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회사원의 모습이었지 않을까?
All the awkward in the video is the one of her strength
사실 퇴사 관련 책들이 넘쳐나는 서점에서 나 또한 여러 권의 그런 부류의 책들을 보아왔던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책은 뭔가 다른 차별화된 공감을 가져다주었다.
책은 그녀의 5년간의 직장생활 동안 경험과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번역가, 작가, 일러스트 작가)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솔직 담백하게 얘기하고 있다. 책 속 곳곳에 들어간 일러스트(삽화)는 이 책의 재미와 공감을 배가하고 있다. 책장 아니 화면(전자책)이 술술 넘어간다. 빈틈없이 글로 채워진 책 보다 삽화가 들어간 책은 읽기 한결 수월하다. 책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에 충실하다. 전달과 공감이 잘 된다. 글 속에서 상상되는 장면을 삽화로 웃프게 묘사하고 있다. 이 다분한 끼를 어찌 숨기고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도 빈틈없는 사람보다는 어딘가 허술함이 보이는 사람이 더 인간답게 느껴지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회사와 세상은 빈틈없는 로봇 같은 사람을 원하지만 내 곁에는 좀 허술해도 인간미 있는 사람이 있길 바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혼자 출장 갈 때가 가장 행복했다.
물론 출장 전날까지 고객을 만나기 위해 철저한 자료 준비와 전략을 짜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지만 당일 출장지까지 움직이는 기차와 비행기 안에서 낯선 곳을 걷고 보고 느끼는 순간만큼은 오로지 나만의 여행이다. 그런 작은 행복도 이전 직장의 상사를 만나기 전까지 였다. 그와 같이 가는 출장은 땅만 보고 걸어야 했다. 출장 중 1분 1초도 한 눈을 팔 수 없다. 지도 맵(내비게이션)의 최단, 최적 동선만 따라 움직인다. 도보 시에는 육상선수가 골인지점을 통과할 때처럼 상체가 하체보다 더 앞으로 나온 채 걷고 있다. 가장 빠른 환승 구간, 지하철 시간까지 이미 다 꿰차고 있다. 고개를 숙인 채 그의 구두 뒷굽만 보고 뒤따라가야 했다. 그 상사와 일을 시작하고 난 후로 나 또한 조금씩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는 나 홀로 출장 갈 때도 나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만약 내가 그가 예상한 위치까지 도착해 있지 않을 경우엔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했다. 회사는 절대 직원에게 낭만이나 여유를 즐길 시간을 주지 않는 법이다.
회사 생활에 가장 힘든 부분이 단체 생활에 적응한다는 것일 것이다.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개인의 색깔을 없애버린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은 공감할 것이다. 식사는 먹는다는 개념이 아니고 넣는다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등병에서 일병 때 까지는 젓가락도 쓰지 못했다. 포크 숟가락을 사용했다. 식판 위의 구분되어 담긴 반찬과 밥은 경계선을 넘나들며 뒤섞인 채로 입속으로 돌진했다. 군대 시절 형성된 식사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덕분에 식사시간은 단축되어 회사생활에서 먹는데 고통받진 않았다. 이미 트레이닝되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빨리 드세요?' 소개팅에서 나의 흡입 속도 때문에 당황한 여자를 여럿 보았다. 식사가 아닌 흡입이다. 나의 위장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유명인사가 아니다.
이제 자신의 길을 찾고 밥벌이하는 방법을 알아낸 초보 프리랜서이다. 갓 구워낸 빵이 더욱 맛있는 건, 신선함과 온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경험은 신선하고 따끈따끈하다. 더욱 귀감이 갈 수밖에 없다. 이미 인지도 있는 유명인사의 성공 스토리는 너무 멀어 보인다. 공감은 가지만 거리감이 있다. 그녀는 생계밀착형 프리랜서 생존기라 공감(共感)을 넘어 동감(同感)을 느낀다. 현재의 저자가 있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기다림이 있었다. 견뎌낸 시간들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변화와 혁신은 고통과 인내를 수반한다. 그것을 견디어 냈기에 다른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의 독립은 쉽지 않다. 아무나 할 수 없다. 더욱 귀감을 받는 이유이다.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해 보이는 소심한 그녀의 독립과정은 고통과 인내를 견뎌낼 수 있는 멘털을 지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속성장과 효율 극대화에 혈안이 된 한국인은 그런 외형적으로 정체된 시간을 잘 견디지 못한다.
프리랜서의 고민들
프리랜서의 고민이 당장의 생계유지라면, 직장인은 고민은 미래의 생계유지가 아닐까? 직장은 나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 직업을 찾아야 한다. 평생 같이 갈 수 있는 나만의 직업 말이다.
"지금의 불안은 미래의 안정"
- 글 짓는 목수 -
프리랜서가 좋고 직장인이 나쁘다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장단점이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이 일을 10년 20년 뒤에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봐야 한다. 100세를 살아야 하는 시대이다. 인생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되짚어 봐야 한다. 물론 지금 선택한 직업도 10년 20년 뒤를 장담할 수는 없다. 만약 변화에 익숙한 프리랜서의 길을 걸어왔다면 아마도 또 다른 변화는 처음보다는 수월할 것이다.
"Everyone is different"
사람은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이 아니다. 다 똑같을 순 없다. 조직생활에 적응 못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직 생활에 적응을 잘해야 출세한다'라고, 나 또한 회사생활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이다. 조직에 적응 못하는 자들을 실패자로 몰아세운다. 시대가 바뀌어도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조직의 상명하복 (上命下服) 문화 속에 개인의 창의와 생각은 묻혀버리고 기계처럼 일한다. 지금은 생각의 차이가 기업의 가치를 바꿔가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Be the only one, not to be the best"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최고보다는 유일함을 강조한다. 최고는 그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 항상 불안하고 언제 따라 잡힐지 모른다. 유일함은 쉽게 따라올 수 없다. 지금 세계에 잘 나가는 기업들의 방향을 보라. 효율과 생산성에 집중하는가? 아니다. 지금은 유니크와 크리에이티브를 강조한다. 최고보다는 최초가 되려고 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프리랜서 작가, 번역가들을 위한 유용하고 현실감 있는 정보들을 전달하고 있다. 따끈한 최신 정보들을 식지 않은 경험들과 함께 이야기한다. 프리랜서 세계는 주어진 자유만큼이나 혹독하고 치열한 현실 또한 알려주고 있다. 프리랜서(작가, 번역가)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유용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프리랜서의 길은 어쩌면 두렵지만 갈 수밖에 없는 길인지도 모른다. 호주머니 사정이 열악하고 기성세대가 장악하고 있는 기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꿈꾸는 시대이다. 그들은 삶의 의미를 돈에서 찾지 않는다. 돈은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지만 지금의 돈을 위해 미래의 꿈을 접어버린 기성세대들과는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은 결혼하고 애 키우고 나중에 하면 되잖니?!"
꿈을 찾아 회사와 직장을 떠나는 이들에게 부모들이 건네는 말이 아닐까? 참고 견디며 부모들이 지나온 길을 답습하길 바란다. 세상의 변화는 그들이 지나온 길을 지워버렸다.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하나 깨달은 건 시간이 지날수록 하고 싶은 일은 더욱 하기 힘들어질 거라는 것이다. 통장의 잔고는 쌓여왔지만 나의 청춘의 열정과 혈기는 식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회사는 내가 헌납한 열정과 혈기를 돌려줄 수 없다. 다만 퇴직금과 소정의 위로금만 있을 뿐이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다. 돈의 중요성보다는 시간의 중요성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닫게 된다.
저자가 자신의 인생 책 중에서 알랭 드 보통의 불안(원제: Status Anxiety) 소개한 영상이 있다. 그녀가 백수 시절을 버티게 해 준 책이라고 한다. 인간은 모두 현재의 지위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행복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 가진 자도 못 가진 자도 결국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불안은 그런 세상이 정해놓은 틀에 얽매이는 순간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정해논 길은 치열하고 불공정한 경우가 더 많다.
Habour Bridge and book
회사 체질인 사람이 어딨겠냐고 반문하겠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어떤 길이 옳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이 누구인지 빨리 깨닫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이 책은 프리랜서로의 길을 가려는 자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직장이 없어지는 시대를 더 오래 살아가야 할 청년들에게 프리랜서의 길이 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