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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Nov 26. 2021

차별화는 장점의 극대화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 김휘빈

웹소설 공모전 본선에서 떨어졌다.


네이버 지상 최대 웹소설 공모전에서 예상치 못하던 본선 진출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해내며 내게 적잖은 기대를 안겨줬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인간이란 동물이 참 간사하기 그지없다. 처음 도전한 웹소설 공모전에서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30작품)까지 오른 것도 정말 놀랍고 감사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더 큰 욕심이 생긴다.


  본선 결과 발표 전까지 원고를 퇴고하고 이리저리 수정하며 어떻게 하면 소설의 완성도를 올리고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고심하며 하루하루를 보낸 것 같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 때문에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본선 결과가 발표되고 수상 명단에 나의 소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한 숨을 내쉬며 한 동안 먼 산을 바라봤다. 온몸의 기운이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사실 애초에 나의 소설은 웹소설과는 적잖이 거리가 있는 글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의 소설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내 소설이 어떻게 본선까지 올라간 건지 잘 모르겠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확인한 것이니까 말이다.


 웹소설이 뭐길래?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는 그래서 집어 든 책이었다. 웹소설에 대한 관련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이 정도 결과를 도출했으면 제대로 알고 덤비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내가 쓴 소설이 웹소설에서 지향하는 부분과 어디서 동떨어져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웹소설의 장르와 소재


  우선 책을 읽고 난 후 웹소설의 소재나 장르(현대 판타지)가 나의 소설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나의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인 요소들에 제한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처음 소설을 기획할 때부터 웹소설이 아닌 에세이에 가까운 순수 소설을 써보자는 취지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실성에 너무 집착한 플롯 구성으로 웹소설 독자들이 바라는 현실 초월의 기대와 상상을 저버린 부분이 있다. 웹소설의 주요 독자층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바쁘고 고단한 현실에 찌들어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현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현실을 소설 속에서 또다시 드려다 보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다. 물론 독서를 즐기는 자들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킬지는 모르지만 짬짬이 심심풀이(킬링타임)로 읽어 내려가는 웹소설 독자들에게는 공감보다는 사이다 같은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했다.

  

   나의 소설은 웹소설의 주요 키워드(소재)인 '회귀', '빙의', '환생'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내용이다. 많은 류의 웹소설은 처음부터 소재 설정부터가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현판(현대 판타지)이 그나마 현실의 배경에서 가장 가까운 장르이긴 하지만 주인공 혹은 소재가 실제 현실과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소설은 세상과 단절되어 쓰는 것이 아니다. 소설을 포함하여 많은 예술은 세상과 닿아 있음으로써 의미가 커지는 것이다"


           -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 중에서 -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구상한 그 비현실적인 설정과 세계가 현실을 살고 있는 작가의 세상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현실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특별한 능력 혹은 상황을 통해 초현실로 넘나드는 사이다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독자는 그런 기발한 소재와 상상을 즐기는 것이다. 말 그대로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 같지만 현실에 간섭하는 소재 그것이 웹소설(판타지, 현판, 로판 등)에 주된 플롯 구성이다. 현실과 비(초) 현실을 잘 버무려서 그럴듯하게 연결시키고 꾸며내는 것이 바로 웹소설 작가의 능력인 것이다.


소설과 메타버스의 융합


  요즘은 순문학(일반 소설)에서도 SF/과학 소설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그만큼 현실 속의 고통과 따분함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픈 현대인들이 취향이 이야기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과거 수많은 작가들이 현실에 대한 시사성 있는 소설들을 부단히도 써내려 왔다. 그런 류의 소설들은 넘쳐나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초(비) 현실을 배경으로 시사성이나 인간 본성을 다루는 류의 새로운 시도가 각광을 받는 듯 보인다.


  요즘 메타버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며 관련 콘텐츠 대한 관심과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는 기존의 온라인 게임 혹은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전설 속 이야기 같이 그것 만의 단절된 세계가 아닌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연결시키는 새로운 개념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과 그곳에서 소비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대가나 효과가 현실 세계에서도 반영되는 것이다. 가상과 현실세계가 서로 간섭하며 상호작용을 한다.  


  이제는 소설 시장도 현실의 세계와 가상의 세계(메타버스?!)를 연결시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 같다. 지금은 볼 수도 알 수도 없는 마치 기존의 고전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시의 세계를 양자역학의 발견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처럼 그동안의 가치체계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발상을 소설 속에서 미리 재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건 과학자들이 가설을 세우고 실험과 연구를 진행해 나가는 모습처럼 작가 또한 소재, 플롯(가설)을 설정하고 이야기(실험 연구)를 진행해 나가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초반러쉬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은 무의식적인 스마트 폰의 스크롤 행위 속에서 뭔가 눈에 띄는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를 발견하고자 한다. 그것의 대부분이 영상(유튜브, 넷플릭스 등)이나 이미지(인스타, 웹툰)이다. 게 중에는 텍스트에서 그런 자극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웹소설을 찾는다. 그들은 텍스트를 읽지 않는다. 그들은 텍스트를 마치 이미지처럼 소비한다. 주요 단어, 대화 등을 눈으로 훑으며 그 속에서 빠르게 사이다를 찾아낸다.


"'훅'은 1화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1화에서 세게 못 때린다면 떡밥이라도 날리고 5화 안에서 훅을 줘야 한다"


            -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 중에서 -


  그래서 웹소설은 1화(혹은 프롤로그)에 모든 것을 갈아 넣어야 한다. 1화에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나머지 299회 분의 독자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1화에서 기발한 소재와 설정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전체의 내용 암시 등을 모두 집어넣어야 한다. 만약 여기서 독자가 2화를 클릭한다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1화의 임팩트는 최소 5화까지는 이어진다. 독자가 1화를 보고 난 후 머릿속에 떠올린 희미한 안갯속에 가려진 이야기가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5화까지 그 안갯속에 가려진 세계를 독자의 구미에 맞게 보여줬다면 그 독자는 구독과 좋아요 더 나아가 유료결재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독자들은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읽지 않는다. 연재를 해 보면 자주 느낄 것이다. 이 사람들 글을 제대로 읽기는 한 것일까 싶은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 중에서 -


  이런 이유로 웹소설 작가는 초반 집필에 아주 많은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는 이제 선택받기 힘들어진 세상이다. 처음부터 흥미진진해야만 한다. 나중에 독자에게 실망을 안겨줄지언정 일단 꼬시고 봐야 한다.


  이건 마치 남자가 마음에 드는 이성을 꼬실 때 간도 쓸개도 다 내줄 것처럼 생쇼를 다하다가 잡히면 먹이를 주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뭐 요즘은 바로 이혼과 이별로 미련 없이 헤어지는 세상이지만 일단 꼬셔서 낚아야 회를 처먹든 매운탕을 끓여먹든 아니면 진짜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항에 넣고 애지중지 키우든 할 수 있는 것이다.


   기나긴 여정


  연재라는 웹소설의 특징상 최소 100화 이상(판타지는 최소 200화 이상)으로 이어지는 장기간의 집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독자와의 피드백과 작가의 자기 관리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혼자 쓰고 출판사를 통해 수정 편집을 거쳐 출간을 하는 도서 혹은 전자책 시장과는 또 다른 세계이다. 쓰면서 지속적으로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새로운 소재 생각하고 트렌드를 이어가야 한다. 무대 위에서 관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자신의 연기와 대사를 직접 애드리브 쳐야 하는 긴박감 넘치는 시간의 연속을 일상처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쉽지 않다. 그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모적인 힘든 여정이다.


"인간으로서의 내가 있어야 작가로서의 내가 있다. 작가에게는 4대 보험도, 퇴직금도, 복지도 없다. 무조건 자신을 아껴야 한다"


           -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 중에서  -


  언젠간 번아웃(Burn-Out)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롱런하기 위해선 쉬어야 한다. 나 또한 소설을 쓰다가 여러 번 경험했다. 번아웃이 찾아오면 아무리 해도 글이 써지질 않는다. 그럴 땐 노트북을 덮고 소설의 세계를 잠시 떠나 있어야 한다. 나는 주로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여유가 된다면 여행을 떠난다.

  

   웹소설 작가는 한 작품을 끝내고 일정한 기간의 휴식기가 필요하다. 만약 유료 연재 중에는 쉴 수가 없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원고를 업로딩 하며 독자와의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 마치 어김없이 정해진 시간에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과 같은 처지이다. 다만 누가 뭐라고 이래라저래라 업무 지시가 없을 뿐이다. 뭐 그게 더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차별화는 장점의 극대화


  요즘 [오징어 게임], [DP] 최근의 [지옥]에 이르기까지 넷플릭스 드라마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한국의 IP(Intellectual Property , 지적재산권) 시장이 주목을 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적지 않은 영상 콘텐츠들이 웹소설이나 웹툰 등의 원작에 기인한다. 이번에 내가 응모했던 '네이버 지최공' 또한 2차 콘텐츠(웹툰) 제작을 염두에 둔 공모전이었다. 수많은 온라인 플랫폼 혹은 제작사들이 신선하고 기발한 소재의 원작 IP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단점을 없애는 데 주력한다는 것은 그냥 둥글고 무난해진다는 의미일 뿐이다"


           -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 중에서 -


  기발하고 신선한 글은 어디서 오는가?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단점을 보완해서 완벽해지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라왔다. 왜냐면 국영수를 골고루 다 잘해야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대학 간판이 좋은 직장을 안겨주고 좋은 직장이 좋은 배우자와 미래를 보장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기 때문이다.


  나 또한 학창 시절 지금은 기억도 하지 못하는 상형문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 많은 수학 공식을 외우고 또 외우며 수학 성적을 올리려 그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결국 수포자로 수능을 망치고 말았다. 그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공상하는 것에 더 집중했다면 내가 글쓰기에 흥미가 있고 소질이 있다는 것을 인생의 중반부를 넘어가는 이 시기에 발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상의 잣대에 맞추려 의미 없이 시간을 낭비하며 낙오자로 낙인찍히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원망스럽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이라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단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장점을 극대화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단점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무시하고 장점에만 집중하는 것이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씁쓸하지만 둥글고 무난한 사람은 이제 잉여인간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세상을 탓하며 이런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도 없지 않은가? 장점을 극대화하고 자신만의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면 부족한 부분은 성취된 것들(금전적, 명성적)로 보완할 수 있다. 독자들도 알고 있다 작가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작가가 독보적인 이야기를 창조해 낸다면 맞춤법이 좀 틀리고 플롯이나 맥락이 좀 엉성하더라도 따라오게 되어 있다. 부족한 것은 천천히 보완된다.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쓴 소설이 형식적인 부분에서 웹소설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형식적인 부분들을 보완하고 나의 강점인 부분(내용, 문체)을 잘 살리면 지금보다는 좀 더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



P.S.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공모전 기간 저의 소설을 읽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https://novel.naver.com/best/list?novelId=100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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