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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Nov 06. 2022

모성애와 이성애는 연결된다

[서가명강 24 -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  박찬국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과 같이 너희도 사랑하라"

                                                                                      [요한복음 13:34]


 사랑(Love, 愛)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하는 가치가 아닐까. 이건 비단 성경에서 뿐 아니라 인간이 숭배하는 그 어떤 종교에서 유사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 만큼 우리는 사랑을 떼어놓고 삶을 얘기할 수 없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우리는 평생을 이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간다. 나 또한 사람이 사랑하며 사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사람=삶' 의 공식은 변할 수 없다.

서가명강 24 -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 with coffee

 또 다시 철학서를 집어 들었다. 저자 박찬국의 책은 뭔가 알 수 없는 끌림이 있다. 책이 정말 잘 읽힌다. 책을 읽다 보면 나와 잘 맞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말 그대로 믿고 보는 작가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의 책이 그렇다. 이미 그의 니체(서평참조)와 쇼펜하우어(서평참조)의 철학서 두 권을 읽고 적잖은 깨달음과 공감을 얻었다. 이번에도 저자의 이름이 보고 한치에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역시 그의 문체와 스토리텔링은 또 한 번 나에게 글을 쓰게 하는 영감을 가져다준다. 이번에는 이전의 철학서와는 조금은 색깔이 다른 이야기이다.

사랑의 기술 [원제 : The art of Loving]

사랑의 예언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의 또 다른 별칭이다. 그건 그가 남긴 [사랑의 기술 : The art of loving]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근현대 철학사를 통틀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철학자로 마르크스를 꼽는다. 하지만 가장 많이 읽힌 철학자는 에리히 프롬이다. 마르크스가 심오하고 어려운 철학이라면 에리히 프롬은 친근하고 가까운 철학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은 사람은 많지 않지만 [사랑의 기술]을 비롯한 그의 저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힌 철학서이다. 한 번쯤은 들어본 제목인 이 책은 그가 사랑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과 열정을 쏟았는지 보여준다. 그는 평생을 사랑을 연구하고 실천하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을 남겼다.


"인간 실존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사랑이다"

                                                                                      - 에리히 프롬 -


 왠지 모르지만 이 사랑이라는 단어가 요즘 들어 너무도 가슴속을 후벼 파는 듯한 기분이다. 인간이 가진 수많은 감정이 있지만 사랑만큼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사랑하는 마음의 상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사랑하는 자녀의 모든 것을 품어주는 것처럼 사랑하게 되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가지게 된다.


"남녀의 사랑에서는 분리된 두 사람이 하나가 되지만, 모성애에서는 한 몸이었던 두 사람이 분리된다."                                                                       

                                                         - 책 속 인용문 -


사랑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남녀 간의 사랑, 즉 이성애일 것이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만물이 음양의 원리에 의해 돌아가는 것처럼 남과 여 즉 암과 수는 세상을 이루는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 또한 인간의 가장 큰 동기 유발의 두 가지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성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위대해지고자 하는 욕망) 그래서 사랑은 남녀의 가장 큰 관심사이며 둘 사이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사랑의 시작 - 모성애(母性愛)母性愛)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느끼는 사랑은 이성애가 아니고 모성애이다. 어머니를 통해 사랑을 배운다. 그렇기에 모성애는 사실 이성애의 모체라고 볼 수 있다. 모성애의 결핍은 이성애의 결핍을 가져올 수 있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없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인간은 배우고 학습하는 존재이다. 배우지 못한 것을 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배우지 못한 것을 행한 사람이 바로 에리히 프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와 깊은 정서적, 신체적 접촉을 갖지 못하면 아이의 정신발달은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즉 어머니와의 접촉이 아이에게는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것이다"

                                                                                           - 책 속 인용문 -

                                                                                 

프롬의 어머니는 사랑이 아닌 돈을 선택했다. 사랑을 포기한 결혼의 대가는 그녀의 삶을 우울증의 구렁텅이로 빠뜨렸다. 사랑받지 못한 그녀는 사랑할 수 없었다. 프롬은 그런 어머니와 근심이 많은 아버지 사이에서 불안한 아이로 성장했다. 최초의 여성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했다. 모성애의 결핍은 이성을 통해 채우려 한다.


기울어진 이성애(異性愛)


그가 성인이 된 이후 다가온 아니 다가간 사랑은 모두 연상의 여자들이었다. 처음으로 11살 연상의 프리다 라이히만과의 결혼 그리고 이후 찾아온 사랑 또한 15살 연상의 카렌 호르나이였다. 그는 유년시절 결핍된 모성애를 이성을 통해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는 결핍된 모성애로 인해 바로 서지 못했고 바로 서지 못했기에 바로 선 사랑을 할 수 없었다. 어머니와 형성되지 못한 사랑은 어머니에게서 분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이성에게서 어머니를 찾은 것이다. 상호보완적인 사랑이 될 수 없다. 결국 그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두 번째 결혼 또한 기울어진 사랑이었다. 동갑내기 사진작가 헤니 구어란트와 결혼은 그녀의 불치병으로 인한 프롬의 일방적인 보살핌으로 이어졌다. 프롬에게 그녀는 사랑하는 존재이기보다는 보살핌의 대상이었다. 결국 기울어진 사랑은 그녀의 죽음(자살)으로 끝이 났다.


동등한 이성애


사별로 인한 아픔을 극복하고 만난 세 번째 아내 애니스 프리만, 프롬은 그녀를 통해 진정한 남녀 간의 사랑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결핍되었던 어머니의 사랑을 극복해낸다. 안정된 사랑의 관계 속에서 그는 [사랑의 기술]을 집필해 낼 수 있었다. 글을 그가 썼지만 영감은 모두 그녀에게서 얻은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모성애의 결핍에서 시작된 사랑은 보살핌이 필요한 사랑에서 보살핌을 줘야 하는 사랑을 거쳐 서로를 보살피는 동등한 사랑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모든 사랑의 과정을 통해 그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세상에 사랑을 전하는 예언자가 되었다. 그는 모성애와 이성애 사이에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왼쪽부터 첫번째 부인 프리다 라이히만(Frieda Reichmann), 두번째 부인 헤니 구어란트(Henny Gurland), 세번째 부인 애니스 프리만(Annis Freeman)

"남녀의 사랑과 모성애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본다. 남녀의 사랑에서는 분리된 두 사람이 하나가 되지만, 모성애는 한 몸이었던 두 사람이 분리된다. 참된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아이가 자신에게서 분리되어 독자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아이에게 모든 것을 주면서도 아이의 행복 이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많은 여성이 실패한다."


                                                                       - 책 속 인용문 -


모성애와 이성애는 연결되어 있다. 사랑으로 분리되어야만 사랑으로 합쳐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분리에서 시작해 불완전한 결합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남녀 간의 결합이 불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는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랑에 관한 많은 이야기 들어왔고 또 듣고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성과의 사랑이 고통으로 변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가 부모와의 유대관계에서 결핍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나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지 못하는 사랑은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완전한 사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랑도 연마하고 훈련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남녀 사이의 사랑은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연마하고 훈련해야 하는 기술인 것이다"                 

                                                                      - 책 속 인용문 -


현재 한국이라는 나라가 겪고 있는 남녀 혐오 현상과 결혼과 출산의 기피 그리고 높은 이혼율은 결코 우리가 온전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부모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그 세대에도 그 세대들의 고충이 있었다. 먹고 살기 바쁜 생존의 문제에 사랑이 희생되었던 것뿐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바로 알고 그것을 극복해 나갈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롬은 그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해내야만 하는 것을 알려준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남녀 그리고 나아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한다. 프롬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에서 자신이 부모와 가정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도 이 치유의 과정을 통해 사랑을 배워야 한다.


모성애와 이성애는 연결되어 있다. 불완전했던 모성애를 완전한 이성애로 바꾸는 것은 지금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럼 완전한 모성애가 시작될 것이다.


Erich Fro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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