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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Dec 01. 2022

당신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톨스토이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위의 세 가지 질문이 이 소설이 하고자 하는 얘기이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궁극적으로 작가인 톨스토이가 하고자 하는 말이다.


시드니에서 브리즈번으로 가는 야간 기차 안에서 집어 든 톨스토이의 책이다. 예전에 대학생 때 중국에서 상해에서 쿤밍까지의 48시간의 완행열차 여행이 기억난다. 그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그때에 비하면 14시간은 껌이다. 기차여행은 눈과 귀가 자유롭다. 하지만 갈 곳 없는 기차 안 그리고 인터넷도 수시로 끊기는 호주의 열차 안, 독서하기 제격이다. 옆에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호주 백인 소년이 앉아있다. 소설책인 듯 이따금씩 입가에 미소를 짓는 것 외에는 미동도 없이 책에만 시선이 고정되어있다. 벌써 두 권째. 그가 어느 조용한 시골 역에 내리기까지 약 7시간 동안 책만 보다 내린다. 화장실 한 번을 안 가고... 난 저 소년의 집중력이 부럽다.

책만 읽는 소년

톨스토이의 삶은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하나님을 알기 전과 그 후, 마치 사도 바울의 회심과 같이 그 또한 전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상한 점은 그가 썼던 불후의 명작(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은 그가 하나님을 알기 전 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회심이후 그가 썼던 명작들을 쓰레기라고 치부했다. 왜 그랬을까? 예술가(소설가)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정작 그는 그의 작품을 부인했다. 사실 나는 그의 소설보다 그의 인생이 더 흥미롭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톨스토이의 소설은 자전적 소설에 가깝다. 소설 속에 자신의 경험과 삶이 많이 녹여져 있다. 어쩌면 그는 허구라는 소설 속에 자신의 인생(살았던 혹은 살고자 했던)을 남기고자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의 장편 명작을 읽지 못했다.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단편부터 시작하려 한다.

레프 톨스토이 (1828 ~ 1910)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서두에 저 3가지 질문은 이전에 칸트가 했던 세 가지 질문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하는가 [서평 참조]) 중 첫 번째 질문을 또 다시 3가지로 세분화시켰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칸트의 여운이... 아직도) 톨스토이는 이 소설을 통해 한 타락한(날개 잃은) 천사가 지상에 떨어져 인간 세상에 섞여 살며 하나님이 주신 진리를 알아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서두에 세 가지 질문(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답을 알아가는 과정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 줄거리이다.

이마뉴엘 칸트 (1724~1804)

사람의 마음엔 무엇이 있는가?


하나님 우편에 앉아 있던 한 천사 미하일은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한 여자의 목숨을 거둬 드리는 임무를 받고 인간세상으로 내려오지만... 안타까운 여자의 처지(남편 잃고 뱃속에 아이 둘만 남은)를 긍휼히 여긴 그가 하나님의 말을 거역하고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떨어진다. 벌거벗은 그는 세몬이라는 구두장이에게 거두어져 목숨을 건지게 되고 부랑자를 데려온 남편 세몬을 구박하는 마트료나..., 그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그 부랑자로 인해 더 커져간다.


"마트료나, 당신 마음엔 하나님이 없단 말이오?"

                                               - 책 속 인용문 -


그녀는 부랑자의 모습을 다시 쳐다본다. 순간 그녀의 마음에 긍휼함이 생기고 마지막 남은 음식을 그에게 내어준다. 미하일은 그때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자기 형제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


                        - [요한 1서] 4:20  책 속 인용문 -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미하일은 세몬의 집에서 그와 함께 구두장이가 되어 그들에게 많은 돈을 벌어다 준다. 그리고 어느 날 찾아온 백작이 들고 온 고급 가죽, 백작은 1년을 신어도 변하지 않는 최고급 구두를 만들라며 으름장을 놓고 간다. 세몬은 미하일에게 그 일을 맡기지만 미하일을 쌩뚱맞게그 가죽으로 슬리퍼를 만든다.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찾아온 백작의 하인, 백작이 죽다며 그 가죽으로 고인에게 신길 슬리퍼를 만들어 달라고... 미하일은 자신의 친구 사신(죽음의 천사)이 백작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뒤에 일어날 일을 알고 슬리퍼를 만들었다.

당장 내일 일도 알지 못하는 인간이 1년을 계획한들 하나님이 준비한 계획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인간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가 허락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그의 구두점에 찾아온 두 쌍둥이 아이의 부부, 그는 그때 하나님이 주신 3번째 진리를 깨닫게 된다. 그 두 아이는 자신이 살리려던 아이들이었다.


"그 어머니가 아이들을 위해 살려달라고 애원했을 때, 난 부모 없이 아이들이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 말을 들어주었지"

                                                      - 책 속 인용문 -


하나님의 말을 거역하고 불쌍한 두 아이를 위해 어머니의 목숨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두 아이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이 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미 두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았던 것이다.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양부모 밑에서 이쁘게 자란 두 아이를 보며 그는 왜 자신의 의도했던 게 모두 헛된 것이라는 것 깨닫게 된다.


"'부모 없이는 살 수 있어도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다'라고 하더니 정말 그 말이 맞나 보군요"


                                                    - 책 속 인용문 -


부부는 이웃의 여자가 남편이 사고로 죽고 쌍둥이를 낳다가 죽은 후 두 아이를 거두어 키웠다. 자신들의 아이가 죽고 그 자리를 두 쌍둥이가 대신했다. 미하일은 그때 세 번째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이 땅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저 두 쌍둥이 아이가 저 부부로 인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어서가 아니라 타인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위한 염려가 아니라 사랑으로 사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 책 속 인용문 -


미하일은 하나님이 인간은 '사랑'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준비하신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하나님이 알려준 세 가지 진리를 깨닫고 다시 빛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사랑의 힘 (The power of Love)


누구나 삶이 쉽지 않음을 느끼며 살아간다. 세상일이 자신의 뜻대로 잘 되고 있다면 아직 어긋남의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것뿐이다. 인간은 소설 속 날개 잃은 천사 미하일의 모습과 흡사하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생각에 따라 살아가려 하지만 현재의 의지와 생각은 미래에 펼쳐질 일들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의 의지와 생각은 언제나 옳다. 하지만 의지와 생각 위에 사랑이 올라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나의 의지와 생각을 굽히고 양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 중에 가장 끝판왕의 사랑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상황을 이겨내고 스스로 바꾸라고 얘기한다. 이것 또한 틀리지 않은 말 같다.

영화 [인터스텔라] 중에서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라. 노년은 날이 저물어감에 열을 내고 몸부림쳐야 한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 영국 시인, 딜런 토마스 (1914~1953) -

                                   

영화 [인터스텔라]로 더 유명해진 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영화를 여러 번 봤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문학(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과학에는 문외한인 그도 과학 속에 가려진 진리를 깨달은 모양이다. 인간은 결국 과학으로 황폐해졌지만 다시 또 과학으로만 극복하려 한다. 과학을 얘기하려는 듯한 이 영화의 주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이다. 처음에 이 구절을 들었을 때, 인간의 의지로 모든 것을 극복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줄 알았다. 그 의지라는 것 즉, 과학과 인간의 지적 능력이 어려움을 모두 극복해 낼 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영화가 얘기하고자 한 것은 결국 사랑의 힘이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았기에 그런 종말의 국면을 맞이한 것이고 그것을 깨달은 주인공 '쿠퍼'는 자신의 딸과 다시 이어지게 된다. 서로 다른 차원(4차원 시공간 - 블랙홀, 5차원 시공간이 아닌 어딘가)을 극복하고...  다가오는 어두운 밤은 바로 우리가 의지하고 생각하는 바가 가져오는 것이고 열을 내고 몸부림치는 것은 그 속에서 꺼져가는 사랑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중에서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 [고린도전서 13:4~5] -


내가 좋아하는 찬양[Love never fails]의 한 절이기도 한 이 구절이 사랑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랑은 결코 자연스럽게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친구와 이웃 그 모든 사랑은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시기와 질투와 혐오와 미움이 싹튼다. 어두움 밤이 밀려오듯이... 이것은 세상 모든 것이 정돈된 한 점(빅뱅)에서 시작되어 엔트로피가 증가하며 어지러워지는 것과도 같다. 정돈된 방은 어지러워지고 순수함은 더럽혀지기 마련이다. 이건 신이 만든 자연의 섭리이지만 신은 이 섭리를 거스를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를 만들었다. 그게 바로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만이 사랑할 수 있다.


톨스토이는 말년에 그 사랑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의 삶은 그의 소설처럼 파란만장하고도 드라마틱하지만 그의 말년은 온화함으로 가득 찼다.


당신은 무엇으로 살고 있는가?


돈, 명예, 권력... 아니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표지 사진 출처] https://englishlive.e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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