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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Jul 19. 2024

사랑?!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沒那麼簡單]을 듣다가...

사랑?! 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사랑에 한 번 빠지면 다른 것들은 보이지가 않게 되지. 그건 현실에서 멀어진다는 말이야.

현실을 벗어나면 행복이 찾아들어. 사랑을 하면 행복해지는 이유야.

현실에 집중하고 살아가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어. 딱 반반이야.

그건 행복과 불행을 똑같이 반반씩 나눠 가지는 거야. 결국 더하고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지.

사랑하지 않으면 외롭긴 하지만 사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습관처럼 익숙해지지.

사랑이 떠나갈까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도 누구에게서도 간섭 받지도 않잖아.

아주 자유롭지 그런데 좀 이상해 자유로운데 외로워.


즐거울 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놀고 즐기고

지치면 그냥 홀로 몸과 마음을 비워둘 수 시간도 가질 수 있어

남들이 하는 얘기는 그냥 흘려 듣고 내가 모든 걸 결정하면 돼.

더 이상 너무 많은 복잡한 감정들로 나를 소모하고 싶지 않아.

그냥 와인 한 잔과 영화 한 편을 보면서 울고 웃으며 생겨난 감정을 소비하고 싶어.

주말이면 핸드폰을 끄고 푹신한 소파에 누워서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서로 사랑한다는 건 그리 쉽지 않아. 사람마다 자신만의 성깔이 있지.

성질과 색깔이 서로 다른 것이 섞이면 또 다른 성질과 색깔로 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

빨강과 파랑이 만나면 보라가 되고 흑과 백이 만나면 회색이 되는 것처럼.

이전에 자신이 가졌던 색깔을 잊어야 해.

서로의 경계가 무너지고 침투하고 뒤섞이며 자신을 잃어가야만 하나가 될 수 있는 거야.

그럼 둘은 또 다른 성깔로 다시 태어나게 되지

하지만 난 이젠 그걸 견디질 못하겠어. 그게 두려워.


그런 사랑을 꿈꾸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어.

이제 열정적이고 정열적인 것 보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평온함이 더 좋아.

행복은 그리 쉽게 얻을 수 없지 그래서 행복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

행복을 쫓아다니느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살지.

그런데 내일이면 그 행복은 또 내일로 도망가 있더라.


아무것도 모르던 철 없던 그 시절이 가장 진실되고 진심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가장 기쁘고 즐거웠던 것 같아. 그 때는 항상 행복했었어.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누군가와 함께 하는 무엇에서 행복을 찾고 있었던 것이었어.


그런데 말이야. 기억을 더듬어 보면 가장 가슴 아팠던 때가 가장 내 마음에서 지워지지가 않아.

생각해 보니 그 때 내 심장이 가장 뜨겁게 떨리고 있었더라.


사랑할 때 가장 진심이었기에 가장 떨리고 가슴 아팠던 거였어.

이젠 그 사랑…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사랑?!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위의 단편은 황샤오후(Tiger Huang)라는 대만 가수가 부른 노래[没那么简单,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의 가사를 각색해서 짧은 이야기로 만들어 보았다. 노래를 듣다가 떠오른 과거의 기억과 상상이 뒤섞이며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2009년 겨울, 나는 중국의 양주라는 작은 도시에 장기 출장으로 머물고 있었다. 작고 조용한 도시였다. 여태껏 돌아다녔던 중국의 다른 대도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당시 이 음악을 자주 들었고 도시 곳곳에서 이 노래가 들려왔다. 정말 많이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왜 이 노래가 그렇게 뇌리에 오래도록 머물렀던 걸까…


이 노래가 잊혀졌던 오래된 기억을 상상과 함께 불러낸다.    




늦가을의 한적한 일요일 오후였다. 두 남녀가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 위로 떨어지는 태양빛이 수면에 반사되어 두 남녀의 얼굴을 때리고 있었다. 햇살이 품은 온기가 얼굴을 통해 온몸으로 전도되어 가을 바다의 차가운 바람을 잊게 만든다. 나와 그녀는 가을 햇살의 나른함에 취해 있었다.


"넌 내가 뭐가 좋냐?"

"하아, 생뚱맞게 갑자기 웬 직설 의문문이래?"

"장난 아니고, 진지하게 묻는 거야"

"음... 글쎄... 그냥 편해, 옆에 있으면"

"음, 나랑 같네..."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남자와는 달리 여자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남자의 어깨에 살포시 전해지는 중량감과 이제는 익숙해진 그녀의 익숙한 샴푸 향이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난 잘 살고 싶어~"

"응? 무슨 말이야?"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고"

"지금도 잘 살고 있잖아"

"내 말은 좀 더 큰 회사로 가서 연봉도 올리고 빨리 승진도 해서 성공하고 싶다고"

"그렇게 성공하면 행복해 질까?"

“적어도 지금보단 낫겠지”

“…”

바다를 바라보는 남녀

하소연인지 푸념 섞인 다짐인지 모를 남자의 넋두리를 그녀는 그냥 조용히 듣고만 있다. 여자는 남자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있었다. 이별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그와 함께 했던 가슴 떨리던 지난 날들이 떠올랐다.


그 때는 둘 밖에 보이지 않았다. 현실의 모든 것들은 아웃 포커싱된 배경처럼 희미해졌다.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각자의 세계가 뒤섞이며 둘만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그 세계는 그 누구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는 둘 만의 세계였다.


남자가 괜찮은 직장에 취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남자는 주변부로 흐려져 있던 세상의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이제 현실의 세상에 자신을 맞춰가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과 성공을 위한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과 자격들을 얻기 위해 쏟아 붓기 시작했다.


여자는 현실의 힘듦과 고단함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남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 필요 했지만 남자는 그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오랜 시간 현실에 머물렀다. 그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가 남자를 더 현실에 옭아매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서로는 이제 바라보는 것이 달라졌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현실에 옭아매는 또 하나의 장애물처럼 여겨졌다.


“나 중국으로 가”

“언제 돌아오는데?”

“언제 돌아올지 몰라”

“…”


바닷바람에 차가워진 여자의 손이 남자의 코트 속 허리를 감아 돌며 끌어안았다. 여자의 말없는 몸짓이 남자에게 더 말하지 말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여자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그걸 들으면 또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릴 눈물이 자신을 더 비참하게 만들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남자와 여자는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다.


"벌써 다 왔네"

"응, 그러네"

"..."


어둡고 좁은 산비탈에 집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그 야경이 멀리서 바라보면 운치 있어 보이지만 그 운치는 빈곤함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사이사이 좁은 골목길은 차 한대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였다. 골목길 가로등 불빛은 어둠에 집어삼켜질 거리마다 하나씩 듬성듬성 서 있다. 그 가로등 아래 세워진 차 안 어둠 속에서 남녀는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시선을 마주치고 어색해질 때쯤 남자의 입술이 여자의 입술에 포개어졌을 것이다. 포개진 입술은 너나 할 것 없이 집어삼켜지고 빨라지는 심장 박동은 식어 있던 남자의 손을 데우고 여자의 하얀 속살로 파고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말없는 어색한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서로 마주 보고만 있었다. 남자가 시선을 돌리고 한 쪽 입고리를 올렸다. 그리고 눈썹을 살짝 들어올리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여자는 그제야 잊었다는 듯 차 문고리를 당긴다.


"나 들어갈게, 운전 조심해서 가~"

"어.. 그럴게 안녕~"


남자는 차의 시동을 켜고 후진기어를 넣었다. 좁은 골목길은 차를 돌려 나갈 수 없었다. 눈 앞에서 멀어지는 여자의 모습 뒤로 산 중턱에 계단처럼 쌓아 올려진 빼곡한 집들이 저마다 자기가 등대 인양 먼바다를 향해 빛을 내뿜고 있다. 그 불빛들은 바다를 밝히지만 불빛의 뒤 편은 너무 어두워 보였다. 그렇게 어둠 속으로 여자의 모습이 사라져 갔다.




첫 이별이었다. 당시 이별 후 중국에서 홀로 이 노래를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이 노래를 또 다시 반복해서 듣고 있다.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른 새벽 이 노래의 리듬과 가사가 과거의 기억을 상상과 함께 불러냈다. 이제서야  노래가 무엇을 이야기 했는지 깨닫게 된다. 그 때의 노래는 리듬과 음률이라는 느낌 뿐이었지만 지금은 이제 세월과 함께 더해진 생각 속에서 가사가 품고 있는 의미가 그 느낌과 함께 전해진다.  


우리는 현실에서 벗어나 있었을 때, 가장 뜨겁게 사랑했고 가장 진실되었고 가장 가슴 아팠다.

하지만 이젠 그런 사랑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사랑?! 이제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没那么简单 (Mei na me jian dan) - 黄小琥 Tiger Huang

么简单 (Mei na me jian dan) - 小琥 Tiger Huang

(노래와 함께 읽어 보시길…)


沒那麼簡單 就能去愛 別的全不看

變得實際 也許好也許壞各一半

不愛孤單 一久也習慣

不用擔心 誰也不用被誰管


感覺快樂就忙東忙西

感覺累了就放空自己

別人說的話 隨便聽一聽 自己作決定

不想擁有太多情緒

一杯紅酒配電影

在周末晚上 關上了手機 舒服窩在沙發裡


相愛沒有那麼容易 每個人有他的脾氣

過了愛作夢的年紀 轟轟烈烈不如平靜

幸福沒有那麼容易 才會特別讓人著迷

什麼都不懂的年紀

曾經最掏心 所以最開心 曾經


想念最傷心 但卻最動心 的記憶


https://www.youtube.com/watch?v=rmPHuvQoh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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