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작 3개월 차 기록
유튜버가 된 지 세 달이 되었다.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기억에 남을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가장 긴 여행을 가보자 마음 먹었다. 한 달간의 해외여행이었다. 긴 여행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얼마동안 어디로 어떻게 갈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호주를 떠나 도착할 곳이 발리(Bali)라는 것만 확정 지었다. 그곳에 꼭 가봐야 할 곳이 있었다. 그 장소 하나 때문에 정해진 첫 번째 여행지였다. 그 이후는 여행이 진행되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 한 달간 이어졌다. 한 달간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 여행은 아마 나중에 기행문이 될지 소설이 될지 에세이가 될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글감으로 나타날 것이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에서 -
어쨌든 한 달 동안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다. 여행 중에도 글쓰기와 콘텐츠 제작을 멈추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행자는 언제나 현재의 시간에 머물고 집중해야 한다. 잘 곳과 먹을 곳과 이동 동선과 방법을 계속 궁리하고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과 상황들에 반응하고 대처해야 하며,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번역이라는 지연시간도 견뎌야 한다. 여러모로 바쁘다.
이런 바쁨은 우리가 일상의 삶 속에서 겪는 바쁨과는 다르다. 일상의 바쁨은 익숙한 반복의 연속이지만 여행 속의 바쁨은 이색적이고 생소한 연속이다. 나는 휴양하는 여행을 선호하지 않기에 계속 움직이고 발품을 판다. 예전에 썼던 여행 에세이에서도 언급했지만 여행이란 단어의 어원은 고역에서 왔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여행을 재밌고 즐거운 것으로만 여긴다. 그건 여행(Travel)이라기보다는 레저(Leisure)에 가깝다. 돈에 의존한다. 예산이 많으면 레저가 되고 예산이 없으면 여행이 된다. 효율적이고 편안하게 구경하는 것과 비효율적으로 힘들게 체험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면 될까? 그런데 힘들었던 만큼 오래 기억되더라. 나는 오래 기억하고 싶다. 왜냐 그래야 나중에 쓸거리가 있다.
비고 - 장기 여행으로 인한 콘텐츠 제작이 어려움, 제작 방향과 콘셉트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한 의욕저하
어쨌든 이 여행 기간 동안 짬짜미 글과 콘텐츠 제작을 했지만 실적은 초라할 수밖에 없다. 글과 콘텐츠 두 마리에 여행까지 더해진 세 마리는 불가능이다. 그래도 여행지에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최소 몇십분이라도 글을 쓰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영상제작까진 무리였다.
그래서 실적이 전월 대비 반토막이다. 미드폼 기준 6개에서 3개로, 미드폼 영상이 메인이기에 숏츠는 미드폼에서 얼마나 많이 편집해서 잘라내느냐의 문제이기에 결국 미드폼 제작이 관건이다. 웃긴 건 미드폼은 조회수도 시청시간도 갈수록 형편없다. 사람들은 이제 긴 영상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미드폼을 제작후 그것에서 되도록 많은 숏츠 영상을 추출해서 편집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을까 한다.
미드폼 기준 10분이 넘어가는 영상에서는 최소 3개 이상의 숏폼을 추출하고 편집해서 조회수와 영상시간을 올리고 거기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미드폼으로 유입시키게 하는 것이다. 3개월 정도 해보니 숏폼에서 구독자가 더 많이 생기는 현상을 경험했다. 그리고 미드폼 조회수가 관련 숏폼 조회수가 폭발할 때 조금씩 증가하는 현상도 보인다. 이 말은 이제 사람들이 숏폼에서 남다른 자극과 공감을 받으면 그 채널을 타고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관련 다른 영상들을 보고 구독을 할지 결정한다. 뭐 물론 구독까지 이어지는 건 하늘에 별따기 수준... 이제 사람들은 넘쳐나는 구독채널들을 더 이상 늘리고 싶지 않고 싶다. 알림의 소음으로부터 차단되고 싶을 것이다. 사람들이 불특정 한 다수에게 노출하는 숏폼을 생각 없이 보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기존의 구독 채널들로부터 구속되기 싫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에 사로잡혀 새로운 다른 자극적인 혹은 흥미 있는 다른 관심사를 놓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일까... 미드폼의 노출은 기존 관심사를 기준으로 AI가 노출시키지만 숏폼은 무작위로 노출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숏폼은 신선하고 자극적인 요소들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소비하게 되는 것 같다. 숏폼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은 그들의 시선을 반복적으로 잡아두기 위한 갖가지 이미지와 영상 기교를 이용한다. 난 아직 이런 기교가 많이 부족하다.
"편집이 전부다"
이 말이 틀리지 않다. 세상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개연성 없이 뒤섞여 있다. 이것들 속에서 개연성 있는 발견부터 시작해야 한다. 의미 있는 것을 찾아내고 연결시키는 편집된 세상만이 의미를 가진다. 모든 것에서는 아무 의미도 찾을 수 없다. 어지러운 모든 것에서 규칙과 패턴과 스토리를 찾고 만들어 내는 능력 그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고귀한 능력이 아닐까... 글쓰기(정리, 시스템화)와 글짓기(창작, 스토리화) 또한 일상과 경험(직간접)과 수많은 상념들 속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추출해서 연결하고 잘라내는 작업이다.
3개월 구독자 100명 실패
100명의 구독자를 만드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콘텐츠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반증일까? 이제 고민이 된다. 노력과 시간 대비 나오는 결과물에 집착하게 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다. 글쓰기는 이제 이런 고민에서 해탈했다. 하지만 영상 콘텐츠는 많이 서운하다. 이건 2차 콘텐츠이고 일(노동)이다. 글은 오리지널 콘텐츠이고 배움과 성장이기에 타인의 시선과 관심에 크게 관여치 않는다.
하지만 영상 제작은 나의 글을 알리는 목적도 있지만 이건 투입되는 시간이나 노력을 봤을 때 노동에 가깝다. 영상제작은 창의적인 활동이라기보다는 기교와 기술을 습득과 익숙함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반복 숙달과 새로운 기능과 방식을 계속적으로 학습 숙달해야만 한다. 끌려다닌다는 느낌이다. 글을 쓸 땐 내가 느낌을 달고 다니는 기분이다. 그래서 영상제작은 나에게 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 또한 흥미로운 일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것에 쏟을 시간 때문에 희생된 다른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인간은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노동이 가져다주는 금전적 소득 때문 아니던가. 노동을 통해 소득을 만들고 소득을 소비로 전환해 생계를 이어가는 것 그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노동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이다. 근로노동이다.
하지만 창작 노동은 그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 창작은 실질적인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드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람들의 관심(시간)을 추상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소비를 이끌어 내도록 하는 노동이다. 그래서 이 노동은 대가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런 불확실성을 견디는 것이 창작 노동자들의 애환(哀歡 : 슬픔과 기쁨)이다.
나는 근로 노동자도 그렇다고 창작 노동자도 아닌 그 사이에 애매한 포지션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
난 언제까지 이 둘 사이를 오고 갈 것인가... 궁금하다. 유튜버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이제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변화가 시작되길 바라본다.
글짓는 목수 (유튜브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