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평범한 남자 EP 30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你好~你叫什么名字?"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예요?)

"您好!全部长!我是孙梅,你叫我小孙就可以了"

(안녕하십니까 전 부장님 전 쑨 메이입니다. 편하게 쑨이라고 부르시면 되세요)


사무실 입구 쪽 프런트 데스크에 앉아 있는 여직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다소 긴장 섞인 말투로 나의 인사에 화답한다. 회사 설립으로 외부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지, 입구에 별도의 리셉션 데스크를 마련해 놓았다. 사무실 직원과는 다른 몸매가 다 드러나 보이는 승무원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사무실 입구에는 화려한 리본이 달린 화분들이 많이 놓여 있다. 회사 설립 행사 때 받은 것들로 보인다.


"孙梅,你的位子在这里吗?"(당신의 자리가 여기예요?)

"是的" (예)

"你的主要业务是什么呢?"(당신의 주요 업무는 뭐예요?)

"接待对外客人还有其他管理部杂务" (대외 손님 접대랑 기타 관리부 잡무들요)

"哦~原来如此" (아 그렇군요)

"如果我要看公司人事资料,给谁要呢?"(내가 회사 인사자료 보려면 누구한테 요청해야 하죠?)

"啊~这个嘛? 你找张主任就行了"(아~ 그건 짱 주임한테 가시면 돼요)


그녀는 손을 들어 사무실 안쪽 구석 가리킨다. 그녀의 검지 손가락 끝의 연장선 상에 한 여직원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숙인 작은 얼굴이 흘러내린 풍성하고 긴 머리칼에 가려 보이지가 않는다. 잠시 뒤 그녀는 두 손으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목 뒤로 쓸어 올려 정수리 부근에서 두세 번 꽈리를 틀어 돌린다. 한 손으로 그걸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컴퓨터 키보드 옆에 놓인 원통형 철제 필통에서 볼펜인지 연필인지 모를 필기구를 뽑아 들어 틀어 올린 똥 모양의 똬리 중앙을 관통시킨다. 신기하게도 그 머리가 고정된다. 그 순간 베일에 가려졌던 그녀의 작은 얼굴과 유난히도 하얀 목선 이 드러난 것을 알아챘다. 하얀 목선 위에는 앙증맞은 작은 점 하나가 눈에 띈다.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도 그녀의 시선은 시종일관 책상 위에 놓인 책에 고정되어 있다.


그녀의 자리로 걸어가 그녀 앞에 섰다. 그녀의 시선은 아직 책 아래에 고정되어 있다.


"으... 으흠"


나의 헛기침에 그제서야 고갤 들어 앞에 서 있는 나를 확인하고는 황급히 책을 덮어 서랍 속으로 집어넣는다.


"您是人事担当张主任吗?"(당신이 인사담당 장주임인가요?)

"是 是 全部长"(예... 예, 전부장님)

"你在看什么书呢?"(무슨 책을 보고 있었죠?)

"没 没什么"(아... 아무것도 야녜요)

"那给我看一下吗?"(좀 볼 수 있을까?)


그녀는 잠시 머뭇거린다. 하지만 지위체계의 서열을 깨닫고는 서랍을 열어 잠시 전 보던 책을 건네 보인다. 한국어 회화 교재다. 잠시 훑어본 책은 완전 초급은 아닌 듯 보인다. 난 다시 그녀에서 책을 건넨다.


"你会说韩语吗?"(한국어 할 줄 알아요?)

"会一点"(조금이요)

"说说看"(어디 한번 말해볼래요)


그녀는 잠시 머릿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중국어에서 한국어로 변환시키는 듯 눈동자를 왼쪽 위로 잠시 치켜올린다.


"당시는.. 겨로늘 해쓰미까요?"

"푸핫 하하하!"


난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려버렸다. 순간 사무실 다른 직원들의 시선은 내 쪽으로 집중되었다. 난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손을 들어 보였다.


"你真有意思"(당신 참 재밌네요~)

"是否我说得不对?"(혹시 제가 말한 게 틀렸나요?)

"没有,说的挺好,只是你说的问题太突然"(아~아니, 말 잘하네요, 그냥 질문이 좀 예상 밖이라서)


그녀는 회화책에서 본 내용이었는지 회화 책을 다시 펼쳐 어딘가를 급히 찾아본다. 그리곤 다시 서랍에 집어넣고 나를 올려다본다. 궁금한 답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초롱한 눈망울이 커다란 뿔테 안경알 뒤에서 빛나고 있다.


"我要看我们公司人员的人事资料可以吗?"

(우리 회사 직원 인사자료 좀 보고 싶은데요, 괜찮나요?)

"哦!? 没问题"(예.. 물론이죠)

"那你把资料发给我邮箱好吗?"(그럼 그 자료 내 이메일로 좀 보내줘요)

"好的,我就马上发给您"(예,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谢谢"(고마워요)

"部长! 可您还没有回答我的问题了?"

(부장님! 근데 제 물음에 대답을 안 해주셨는데요?)


등을 돌려 내 자리로 돌아가려는 찰나, 그녀가 나를 불러 세운다. 난 웃으며 그녀에게 다시 다가가 손짓했다. 손짓을 본 그녀는 얼굴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난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그녀 얼굴 가까이에 대고 장난 섞인 어조로 조용히 얘기했다.


"这是不能说的秘密呀"(그건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에요)


그녀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듯 멀어져 가는 나를 쳐다본다. 자리로 돌아간 나는 그녀가 보내온 인사자료가 첨부된 메일을 확인했다. 그리고 '업무시간엔 책을 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고 답신을 보냈다.


첨부된 인사자료를 열었다. 엑셀로 작성된 인사자료엔 총경리와 나를 제외한 인원들의 인사기록이 사진과 함께 정리되어 있다. 한국에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던 자료를 아무렇지 않게 열람할 수 있는 현 상황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기본적인 인적사항부터 학교, 주소, 연락처, 혼인 여부, 비교적 상세한 자료들이 들어있다. 아울러 자기소개서 워드 파일도 링크되어 있다. 이상한 건 부총경리와 재무담당인 류과장은 기본 인적사항 밖에 나와있지 않다. 알고 보니 그 둘은 합자회사인 태평양그룹에서 파견되어온 자들이라 상세 정보가 누락되어 있다. 그 둘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신규로 채용된 자들인 것이다.


"柳科长~我想要财务支付明细,从公司设立以后到现在全部要"(류과장님~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재무 지출 명세 좀 볼 수 있을까요?)

"你要那个干什么?"(그건 왜요?)

"是总经理要看,他让我整理一下"(총경리님께서 보신다고, 저보고 정리하라고 하시네요)

"噢~是吗?"(어~~ 그래요?)

"小袁~你把财务支付原件给他!"(샤오웬~ 재무 지출 결제 서류철 그에게 줘요)


류 과장은 앞에 앉아있는 부하직원으로 보이는 여직원(샤오웬)에게 지시한다. 말없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벽에 붙어있는 철제 서류함으로 가서 서류철을 뒤적거린다. 나를 잠시 쳐다본다.


"您要全部吗?"(전부 다 필요하신 가요?)

"啊? 你说什么~?"(아~? 뭐라고 했죠?)


샤오웬은 연약해 보이는 몸에서 걸맞는 힘없고 연약한 목소리로 물어본다. 나는 그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다시 물어본다.


"全部吗?" (전부요?)

"是 全部!" (예 전부다!)


그녀는 톤을 높여 다시 묻는다. 그녀는 두툼한 서류 파일 세 개를 한꺼번에 들어 내 쪽으로 끙끙거리며 가져온다. 내가 다가가서 받아주지 않았으면 아마 오다가 쓰러졌을 것이다.


"전 부장~ 오늘 회식하자~ 부총경리한테 얘기하고 준비해, 알았지?"


책상에 서류철을 놓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총경리가 자신의 방문을 열고 사무실에 앉아있는 나를 향해 소리치듯 얘기한다. 그 사실을 부총경리한테 전달했다. 그도 당연하다는 듯이 반기는 모습이다.


"今天晚上有欢迎聚餐,希望大家都来参加通过这聚餐总经理和我要跟你们打个招呼" (오늘 저녁 환영회식이 있습니다, 모두들 참석 바랍니다. 회식자리를 통해 총경리 그리고 제가 여러분들과 인사하는 자리를 가지려 합니다.)

"好好"(좋아요 좋아요)


난 사무실 가운데 서서 직원들을 둘러보며 공지했다.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는 분위기다.


"谁能帮我订一下餐厅?"(누가 내 대신 식당 예약을 해주겠어요?)

"部长这都交给我吧"(부장님! 그건 저한테 맡겨주시면 됩니다)


내 책상 앞에 앉아있던 여직원이 손을 들어 보이며 대답한다. 짧은 쇼트커트 머리에 뿌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잡티 없는 피부가 미소년의 중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쇄골 아래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이 그가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你是总务担当曹婧是不是?"(당신이 총무담당 차오찡 맞죠?)

"没错, 部长~"(예 부장님)


나는 그들과의 새로운 관계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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