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션

평범한 남자 EP 29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欢迎!欢迎总经理~我是扬州东方的李副总,初次见面" (환영합니다! 총경리님, 전 양주 DB중공업 이 부총경리입니다. 첨 뵙겠습니다)

"아~ 부총경리님이시죠? 반갑습니다."

"路上辛苦了吧??"(오시는데 고생하셨지요?)

"아닙니다. 차도 보내주셔서 편히 왔습니다"


중국의 전통 가옥 양식의 고급 식당 앞에서 때맞춰 마중 나온 부총경리와 처음으로 만났다. 그는 40대 초반쯤으로 보인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이지만 인상은 그리 날카로워 보이진 않는다. 태평양 집단 소속으로 한족(汉族: 중국은 90% 이상이 한족이며 이를 제외한 55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치 및 경제계를 주름잡고 있는 것은 대부분 한족이다.)이며 그룹에서 재무 관련 중역으로 있었다고 한다.


그는 손을 식당 안으로 내밀며 총경리와 나를 자리로 안내했다. 식당 안쪽에 조용한 방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둘이 서로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는 동안 음식들이 원형 테이블 위 회전 유리원판 위에 하나둘씩 채워진다. 부총경리는 유리원판을 돌려 나온 음식을 먼저 총경리 앞에서 멈춰놓는다.


"总经理~您尝尝这道菜吧,是扬州出名的菜之一" (총경리님~ 이 음식 드셔 보시죠, 양주에서 유명한 음식 중에 하나예요)

"음... 맛있네요, 뭐죠 이게?"

"这是扬州的盐水鹅" (그건 양주의 절임 오리요리입니다.)


이 부총경리는 식사 내내 총경리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 음식 이것저것을 설명해 준다. 덕분에 나에겐 테이블의 산해진미들이 그림에 떡이다. 이쪽 저쪽 통역하느라 젓가락을 집어 들어다 놨다만 반복하고 있다. 식사자리에서의 통역은 정말 고역이다.


"아~ 오늘 이 부총경리님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哪里哪里,您今天来的路程很远,早点儿回去休息吧,明天早上八点司机来到您的公寓接您,工作上的事情明天再谈谈" (뭘 이 정도야, 오늘 오시는 길 힘드셨으니, 일찍 들어가셔서 여독을 푸시고 내일 8시에 총경리님 숙소에 기사가 데리러 갈 겁니다. 업무 얘기는 내일 사무실에서 하시죠)

"예 그러시죠"


장총경리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양주시내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에 묵는다. 나는 일개 사원이라 본사에서 준 파견비용으로 집을 알아봐야 하지만 다행히 이전 파견자가 쓰던 집이 계약기간이 남아 그 집을 쓰게 됐다. 생산부장으로 와 있던 분이 가족들과 생활하려고 구한 아파트라 제법 크고 고급스럽다. 방이 3개에 넓은 거실과 베란다 그리고 안방에는 별도의 욕실이 있다. 언제 이런 큰 집에서 혼자 살아보겠는가? 걱정으로 가득했던 파견이 오히려 나에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식사 자리에서 통역하느라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짐을 풀고 잠시 허기를 달래러 혼자 밖으로 나왔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주위가 컴컴하다. 시골 소도시의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아파트를 단지를 벗어나 길가에 문을 연 조그만 식당을 발견했다. 식사시간이 지나 선지 식당 안은 썰렁했다.


"服务员~ 请来点儿一碗扬州炒饭" (여기요~ 양주 볶음밥 하나 주세요)


양주는 중국에서도 볶음밥으로 유명하다. 중국 어딜 가도 양주 볶음밥을 만날 수 있다. 그 만큼 중국에선 대중적인 음식이다. 양주에 왔으니 본고장의 볶음밥을 먹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꼬들꼬들한 밥알이 노란 계란지단과 섞여 담백함을 더한다. 한국의 중화식당의 볶음밥과 비슷하다. 슈웨화(雪花) 맥주 한 병을 추가했다. 중국 양주에서의 첫 날밤 낯선 식당에 홀로 앉아 먹는 볶음밥과 시원한 맥주는 자유와 고독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렇게 양주의 첫날밤이 깊어간다.


"总经理好!" (총경리님 안녕하세요!)


아침에 회사 차를 타고 총경리를 픽업해서 회사로 왔다. 10명 남짓한 중국 직원들이 우리가 들어오는 걸 보고는 다들 일어나 인사를 한다. 부총경리의 안내를 받아 총 경리실로 향했다.

잠시 뒤 여직원이 차를 가지고 들어와서 테이블에 놓으며 나를 힐끔 쳐다보고 나간다. 부총경리 옆에는 중년의 여자가 서류 결재판을 들고 앉아있다.


"总经理,她是我们公司财务担当刘科长" (총경리님 이 사람은 저희 회사 재무담당 류 과장입니다.)

"아~ 반가워요"

"你好张总,请多关照!"(안녕하십니까 장총경리님,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결재 서류들 사이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총경리 앞에 놓고 현재 회사 현황에 대해 총경리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난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 중간중간 재무 관련 전문용어들을 알아들을 수 없어 무엇인지 되물어보고 하느라 통역 시간이 길어진다.


현재 양사가 집행한 200만 불(각 100만 불씩) 중에 사무실 임대료, 공장 건축 설계비, 직원 급여 및 사무실 운영비용, 복리후생비, 접대비등 등으로 40만 불가량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임 총경리가 물러나고 밀려있던 두툼한 결재서류들을 내민다.


공장이 착공 전이라 양주 시내에 있는 빌딩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했다. 여기에서 공장부지까지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이다. 공장은 태평양그룹 산하에 조선소의 옆 부지에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부지는 태평양그룹에서 제공하고 이달 내 착공을 진행하려 한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관련 내용은 결재서류에 같이 첨부해 놓았다고 한다. 합자회사이다 보니 결재서류는 중국어와 한국어가 같이 표기되어 있다. 재무 여직원 중에 한국어 전공자가 있어 모든 결재 서류 번역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한다. 군데 군데 어색한 한국어 표현들이 그녀가 중국인임이 분명해 보인다.


"초기 착공 비용으로 50만 위안?!(약 1억 원), 이건 일단 보류해 주시고 내가 공장 부지나 세부사항을 확인한 후에 다시 얘기하도록 합시다."

"...好吧,等您来决定吧,可不能太晚"(알겠습니다, 총경리 결정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으면 안 될 거 같습니다.)


오후에 총경리와 함께 공장 부지를 보러 갔다.


가는 길에 태평양 그룹 산하에 양주조선소를 지났다. 3개의 도크 중 한 곳만 배가 건조 중에 있다. 10분쯤 더 달리고 멈춰 선 곳은 양쯔강이 보이는 드넓고 황량한 부지이다. 아무것도 없다. 총경리는 입에 담배를 물고는 가져왔던 공장 도면을 훑어보고는 고개를 들어 양쯔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광활한 대지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전 부장! 네가 본 상황은 어떤 거 같아?"

“네?! 아… 네”


공장부지를 보고 돌아온 총경리는 나를 방으로 불러 대뜸 아직은 어색한 부장 호칭을 붙여 물어본다. 부장이라는 호칭이 낯설고 어색하다.


"예?! 음... 왜 이제 와서 공장 착공을 진행하려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래 그렇지 조선소 도크도 비어있는 거 봤지?"

"예... 현재 건조 물량이 많지 않은가 봅니다"

"그런데 왜 질질 끌어오던 선박 블록 공장 착공을 이제 진행하려는 걸까?"

"글쎄요..."

"쯧쯧... 내가 뭘 바라겠냐? 일단 여태까지 비용 집행됐던 결재 내역들 정리해서 가져와, 그리고 직원들 인적 사항들 파악하고 되도록 빨리 친해질수 있도록... 네가 해야 할 일 아직 잊지 않았겠지?"

"예 알겠습니다."


총경리실을 나온 나는 중국어로 '全喜宅部长(전희택 부장)'이라고 적힌 명패가 붙어 있는 자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내 자리 위에는 새로 만든 나의 명함이 두 통 놓여 있었다.


[扬州东方亚太船舶配套有限公司 管理部 部长 全喜宅]

(양주동방태평양 선박기자재 유한공사 관리부 부장 전희택)


난 명함을 하나 꺼내 확인하고는 이내 고개를 들어 사무실을 훑어보았다. 총경리, 부총경리, 차량 기사를 제외한 7명의 직원이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여자 다섯에 남자 둘이다. 그 중 몇몇 직원이 모니터 위로 고개를 들어 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눈이 마주치자 이내 고개를 숙인다.


아마 이렇게 젊은 부장은 그들도 처음 보았으리라. 내가 그들이 궁금한 것보다도 그들이 나를 더 궁금할 꺼란 생각이 든다.


나의 이번 미션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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