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간웅

평범한 남자 EP 31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전직원이 식당에 모두 모였다.


"全部长~不醉不归! 来来干!"(전부장님~ 취하기 전에는 못 가요 자자 건배!)


훤한 이마만큼이나 주량이 강해 보이는 녀석이 내 옆에 앉아 술잔이 비워지기 무섭게 빠이주(중국 고량주: 도수가 30~40 가량)를 채워 건배 제의를 한다. 딱 벌어진 어깨에 훤칠한 키 한눈에 봐도 장군감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량으로 대충 눈치는 챘지만 역시 북방 사람이다. 요녕성 대련에 왔다고 한다. 영업담당 린주임이다.


"部长~您汉语说的怎么这么好啊?"(부장님 어떻게 중국어를 이렇게 잘해요?)

"没有~还差得远呢,比不上你哟"(아니야~ 아직 멀었어, 너랑 비교가 안되잖아)

"哈哈哈,部长!您真会说开个玩笑啊“(하하하, 부장님, 농담도 잘하시네요)


녀석은 그냥 내가 좋은 건지 부장 라인을 잡으려고 아부를 하는 건지 헷갈린다. 옆에서 떨어지지 않고 연거푸 술을 권한다. 북방 애들은 보통 간사하진 않아서 순수한 환영의 의도인 것 같지만 녀석 옆에 있다간 혈중 알코올 농도 과다로 음주 치사 사건이 벌어질지 모른다.


난 아직 사무실에서도 통성명을 하지 않은 한 명을 찾아 자리를 옮겼다. 린주임은 옆자리를 뜨는 내가 못내 아쉬운지 나의 옷자락을 잡는 시늉을 한번 하고는 이내 자기 술잔을 비우고는 다른 목표물을 두리번거린다.


"你好~你应该是立涛科长是吧?"(안녕하세요~ 당신이 리타오 과장 맞죠?)

"是! 没错"(예 맞습니다)

"你是开发担当,是吧?开发主要做什么呢?"(당신이 개발 담당이죠? 개발은 주로 무슨 일을 하죠?)

"主要建船厂设备然后进行管理"(주로 조선소 공장 건설과 설비 관리를 담당합니다)

"啊~原来如此, 立科长一起喝一杯吧!" (아 그렇군요, 리 과장님 같이 한잔 하지죠!)


깡마른 체형이 한눈에 봐도 꽤 예민한 성격으로 보인다. 조선소 건설이 시작된다면 가장 바빠질 사람이다. 그가 공장 건설 공사비용을 책정하여 결재 품의를 올릴 인물이다.공장 건설이 진행되지 않도록 막아야겠지만, 어찌 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현재 공장 건설 도면이 출도된 상황이다.


그가 기존에 구두(口頭)로 선 보고한 금액이 우리 측 본사에서 검토한 금액보다 상당히 높게 나온 상황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다. 양측이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경우 그는 이달 안으로 총경리에게 품의 결재를 받으려 할 것이다.

내가 관리 본부장이기 때문에 나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인지, 내가 조금은 불편한 눈치다. 나이도 나보다 많은데 새파랗게 어린 놈이 위에 올라탔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부장님~ 한 잔 바드씹세요!"

"뭐라고? 하하하"

"왜? 머가 자못시죠?"

"아니 씹새는 욕입니다. 하하하!"


나의 다른 한쪽 편에는 재무담당 장주임은 빠이주 병을 들고 앉아서 나에게 어색한 한국어를 선사한다. 그녀는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워서인지 발음이 자기 마음대로이다. 취기가 오른 나는 그녀의 어눌한 한국어와 나를 쳐다보는 해맑은 얼굴이 나의 성욕을 끌어올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이성으로 애써 억누르며 그녀의 잔을 의연하게 받았다.


"부장님 저도 한잔 주요~"

"아니 주세요!! 하하하"

"아! 주세요~ 하하하"


난 졸지에 그녀의 한국어 교정 교사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나에게 맥주잔을 내민다. 난 그녀의 잔을 채운다. 눈에 초점이 흐려져 그녀의 잔에 술을 똑바로 투하하기가 쉽지 않다. 그녀는 나를 도와 술병을 든 내 손을 잡아 준다. 그녀의 손이 내 손위에 포개어져 나의 손을 살며시 들어 올리는 게 느껴진다. 따뜻한 온기가 손등으로 내려온다. 모든 말초 신경이 그 곳으로 집중된다.


"部长~ 杯满了!"(부장님 잔이 다 찼어요!)

"对不起,对不起!"(미안 미안!)

"没事!部长"(괜찮아요 부장님)


술이 넘쳐흘렀다. 그제야 나의 말초신경들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녀는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진정시키듯 말한다.


"짠"


술잔이 부딪치고 맥주를 목안으로 넘기는 동안에도 그녀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어색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나의 시선을 뺏기기 싫은 건지 내가 눈빛을 외면 할려고 하면 그녀는 내 시선의 끝을 따라 움직인다. 꼬마 아이가 어른을 따라 하듯이 그렇게...


커다란 원탁을 가운데 두고 고개를 돌린 나의 정면에 나를 노려보는 이가 보인다. 그? 그녀? 헷갈린다. 총무담당인 차오찡이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눈빛은 나와 장주임을 향해 번갈아 움직이고 있었다.


'뭐지 날 보는 저 눈빛은?'


"请大家注目!"(자 다들 주목!)

"从此总经理要给大家发言!"(이제 총경리께서 모두에게 한 말씀하겠습니다)


부총경리가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정리하며 직원들을 주목시킨다. 이윽고 총경리가 잔을 들고 일어선다.


"오늘 다들 이렇게 나와 전 부장을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총경리로 부족함이 많습니다. 다들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힘든 관계로 앞으로 모든 사안은 전 부장을 통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들 잔을 들어주세요"

"来~大家为总经理干杯!"(자~모두들 총경리님을 위해 건배!)


다들 총경리를 향해 잔이 높이 들었다가 입으로 가져간다.


"接下来 全部长来给你们说一言"(다음으로 전 부장이 한 마디 하겠습니다)


부총경리는 사회를 마치고 자리에 앉으며 나에게 바통을 넘긴다. 나는 취기를 쫓아내려 머리를 한 번 털듯이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한 가운데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다. 나는 자꾸 흐려지려는 초점을 바로 잡으려 여러 번 눈에 힘을 주며 직원들을 훑어본다. 그리고 빠이주가 담긴 앙증맞은 잔을 엄지와 검지로 집어 들었다.


"谢谢大家给我和总经理欢迎还有。。"(감사합니다. 모두들 이렇게 저와 총경리님을 환영해 주셔서, 그리고....)


잠시 적막이 흐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가 여기 회사를 정리하러 왔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술만 먹으면 솔직해지려는 자신을 속이고 말을 하려니 말이 이어지지가 않는다. 어지러운 머릿 속을 정리하는데 몇 초가 흘렀다.


"何以解忧唯有杜康! 来来! 干杯!" (근심을 달래는 건 오로지 술이요 자! 건배!)

"哇~~ 部长!厉害!厉害!"(와~~ 부장님 대단하십니다)

"为部长干杯!"(부장님을 위해 건배!)


삼국지의 조조(曹操)가 했던 말이다. 어떻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술에 취하면 내면에 숨겨진 임기응변의 능력이 부활하는 것 같다. 직원들의 놀란 표정과 감탄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난 그날 직원들의 환대 속에서 그들과 강한 연대의식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후에 벌어질 일들은 모른 체 삼국지의 조조를 따르는 위(魏) 나라(삼국지의 위촉오 중 조조가 세운 나라) 충신들이 된 것 같았다.


조조는 난세의 간웅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충신이라도 가는 길이 다르다면 칼을 뽑아 처단한다. 능력 있는 충신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를 위해 쓰지 않는 능력은 나의 후한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자고로 능력자도 줄을 잘 서야 하는 것이다.


당시 조조는 나의 인생 멘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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