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페라리 F80을 두고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선 여전히 많은 의견이 왔다 갔다 중.
작년 10월 F80 공개 이후 지인들은 V6 터보 하이브리드인 이 차가 과연 슈퍼카로 자격이 있는지 물어본다.
개인적인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전통적인 기준에서 좀 애매하긴 하지만 슈퍼카(하이퍼카니 준중형이니 독 3사 독일 프리미엄 3사 따위의 쓰레기 마케팅 용어는 안 쓴다)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클래식카, 슈퍼카라는 단어를 외국에서는 흔하게 쓰지 않는다
페라리가 다른 모델도 아니고 나온 지 10년도 넘은 라 페라리의 후속 슈퍼카라고 공식발표 했으니 페라리의 연표 상 슈퍼카 라인업에도 해당하고 혈통 상으로도 문제가 없다.
슈퍼카를 정의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메이커의 철학과 전통, 혈통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소다.
여기에 누구나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차는 슈퍼카라고 부르지 않으며, 슈퍼카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메이커가 정해 놓은 룰(?)이나 빡쎈 심사를 통과해야 겨우 번호표를 받을 수 있다.
그만큼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희소가치와 메이커의 철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그 대상이다.
과거에는 엔진도 큰 기준 중에 하나였다.
직렬 4 기통 엔진이나 직렬 6 기통 엔진은 일단 제외하고 슈퍼카는 V12 엔진이 탑재돼야 한다는 기준도 있었다.
F80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엔진을 트집 잡는 경우가 많다.
V12나 V8 터보를 사용했던 페라리 슈퍼카 라인업 중에 가장 작은 V6 엔진은 슈퍼카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요즘 차들은 다 잘 나가니 출력은 논외로 하고 엔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뉜다.
그러나 페라리의 슈퍼카 라인업이 당대 F1 규정이나 르망 규정(혹은 한때 최고 클래스였던 그룹 B에 맞춘 288 GTO) 따라가는 엔진을 썼다고 생각해 보면 V6 터보 하이브리드가 이상할 건 없다.
물론 이건 F1에 목숨 거는 페라리니까 해당되는 부분이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이 혈통이나 전통도 없이 스스로를 슈퍼카라고 칭하는 비싸기만 한 모델을 내놓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누구나 인정하는 메르세데스-벤츠나 마세라티의 럭셔리랑 지들끼리 부르는 BMW나 아우디의 럭셔리는 차이가 매우 큰 것과 비슷하다.
돈만 있다고 아무나 살 수 있는 차도 슈퍼카라 부르지 않는다
F80 역시 구매자로 확정되려면 빡쎈 심사(기존 페라리 구입 내역이나 차종 등등)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페라리는 슈퍼카, 클래식카라는 용어를 남발하는 메이커가 아니며 근본 없는 친구들이 목숨 거는 출력 같은 숫자놀음에도 관심이 없다.
애초에 슈퍼카 시장은 돈만 있는 졸부가 대상이 아닌 메이커의 철학과 전통을 이해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자동차 역시 돈 자랑 좋아하는 졸부들은 리세일 시장으로 몰린다.
디자인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처음 F80의 사진을 보고 ‘설마 이태리 놈들이 프로토 수준의(콘셉트가 아닌) 디자인을 양산하겠어? 먼가 더 있겠지’하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본 사진이 프로토 타입이 아니었다는 것에 충격.
레고도 아닌 옥스퍼드 블록 수준의 시각적 질감이나 콜벳을 비롯해 여기저기에 잘 나가는 놈들 디자인을 적절하게 짬뽕질한 느낌적인 느낌이...
페라리와 이탈리아 디자인의 아름답고 섹시한 곡선과 볼륨 대신 네모네모한 덩어리 질감은 그간 정성스럽게 깎아서 만드는 이탈리아 디자인과는 좀 거리가....
거기다 리어 스포일러를 달지 않는다는 전통까지 깬 걸 보면....
참고로 페라리는 리어 스포일러의 역할을 바디가 한다고 주장하며 F40이나 F50은 스포일러가 아닌 그렇게 디자인된 카울의 일부라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분명한 사실은 전통적으로 페라리 슈퍼카 라인업을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F80은 선대 모델에 비해 옹색하고 가벼워 보이며 특유의 포스나 압도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288 GTO나 F40, F50의 포스터를 방에 붙여 놓긴 해도 눈에 익지 않아서 그런지 여전히 F80은 애매하다.
그렇긴 해도 차라는 게 실제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건 차이가 큰 만큼 1% 정도의 희망을 가져 본다.
과거 슈퍼카의 전통적인 기준이 여러 면에서 모호해지고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을 부정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다만 그 전통적인 기준 중에 절대 바뀌여서는 안 될 철학과 혈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여전히 큰 의미가 있고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다.
참고로 페라리가 만드는 모든 차가 슈퍼카는 아니다.
페라리 슈퍼카 라인 업은 250 GTO, 250LM, 288 GTO, F40, F50, 엔초 페라리, 라 페라리에 이번에 공개된 F80뿐이다
그 외 자세한 사항은 실차를 직접 본 후 오프라인에서....
뱀발
개인적으로 페라리 슈퍼카보다 아이코나 시리즈가 훨씬 더 슈퍼카라는 느낌이 강하다.
사진은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