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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ese Vintage Car

자동차 이야기 

by 자칼 황욱익 Mar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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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동차 시장은 그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하기로 따지자면 전 세계 최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름 모를 경차부터 고급스러운 스포츠카와 독특한 테마를 가진 세단까지 일본만큼 다양한 자동차 카테고리를 가진 국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국제 클래식카 분야에서 일본은 그저 ‘자본력이 있는 큰 손’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자동차 역사에 비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클래식카가 매우 적었다.

 

경제 규모와 자동차 시장 규모를 놓고 봤을 때 일본의 클래식카 시장 역시 매우 독특하다. 섬나라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도 그렇고 근검절약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그러면서도 서로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국민성까지 생각하면 일본의 자동차 시장을 외부에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일본의 클래식카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이긴 하지만 규모로 보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어떤 분야는 자동차 종주라 불리는 유럽에 비해 앞서 가는 부분도 있고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한때 내수시장 천만 대에 육박하던 규모에 걸맞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오래 쓰는 물건의 미학 

재패니스 빈티지와 네오 클래식카라는 말은 일본의 클래식카 시장을 대변하는 단어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올드카’라는 용어도 일본에서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세계시장에서 생소하지만 일본의 클래식카 시장은 특별함과 평범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국제 클래식카 시장에서 인정받는 일본의 클래식 모델은 토요타 2000 GT를 필두로 마쓰다 코스모 스포츠, 닛산 페어레이디 Z 432, 스카이라인 GT-R(하코스카 혹은 KPGC10)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비교적 최근에 국제 클래식카 시장에 등장한 페어레디 Z와 스카이라인 GT-R은 데뷔 50주년을 넘겼을 정도로 역사가 길고 현재도 새로운 세대의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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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패니스 빈티지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다. 아직도 자동차 커뮤니티 모임 공지를 자동차 잡지(일본의 자동차 잡지는 매 달 나오는 것들만 50가지가 넘는다)를 통해 할 정도로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와는 다른 시각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클래식카 문화는 특별한 고가 모델도 있지만 아버지가 사용하던, 혹은 누군가 오래 사용하던 대중적인 자동차까지도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 경차의 시작이라 불리는 스바루 360이나 1970년대 초반에 나온 써니, 글로리아, 대중적이지만 상징성을 지닌 크라운 같은 장수 모델, 지금은 승용차를 생산하지 않는 이스즈의 승용차, 1990년대 기술의 혼다를 상징했던 타입 R 시리즈도 그들에게는 나름의 의미를 갖는 클래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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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가티나 페라리 같은 유럽 클래식카의 인기가 가장 높다. 대량 생산 체재에서 만들어진 미국차만 수집하는 컬렉터도 있고, 특정 회사의 특정 모델만 고집하는 마니아, 상용차 마니아들도 일본 클래식카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고객들이다. 그렇지만 일본 역시 상위 고급 모델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대부분 거품 경제 시절에 유입된 차들이며, 주인이 바뀌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반면 대중적인 차들이 구성하고 있는 시장은 큰 편이다. 거래도 활발하고 전문 숍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장의 의미도 있지만 대중적인 차들은 지금도 일상 주행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주차비나 도로이용료, 자동차 검사 등 유지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본의 자동차 법률 때문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BH 옥션, 재패니스 빈티지의 재발견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큰 클래식카 경매는 RM 소더비와 본햄스를 꼽는다. 국제 클래식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관문이기도 한 국제 클래식카 경매는 매년 다양한 차들이 등장하고 차종 별로 ‘시세’와 ‘가치’가 공인되는 기준이 된다. 일본차 중에 가장 먼저 국제 클래식카 경매에 등장한 차는 토요타의 2000 GT로 최종 생산대수는 351대에 불과하다. 출시 때도 경쟁 모델인 재규어 E 타입이나 포르쉐 911 보다 1,500 달러 이상 비쌌던 2000GT는 국제 클래식카 시장이나 일본 내 클래식카 시장에서도 각광을 받는 모델이다. 현재 시세는 상태와 연식에 따라 10억에서 15억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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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스카이라인 GT-R(하코스카)은 7년 전쯤 처음 국제 클래식카 경매에 등장했는데 2억 가까이에 낙찰되면서 일본 내 매물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제 클래식카 경매에 등장하기 전까지 이 차는 약 500만 엔에서 700만 엔(일본 기준) 정도에 거래되었는데 이후 시세가 2배 이상 뛰기도 했다. 


국제 클래식카 경매는 일반인들이 참가하기가 매우 어렵다. 입찰 자격을 얻는 것도 어려울 뿐 아니라 대부분이 고가의 클래식카 위주가 보니 웬만한 경제력 가지고는 경매 관람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2018년 출범한 일본의 BH 옥션은 이런 문턱을 낮췄으며, 가격대도 매우 다양해 일본 내 클래식카 컬렉터부터 일반 마니아들까지 타깃 층이 보다 넓다. 매년 1월부터 열리는 첫 경매를 포함해 비정기적이긴 하지만 고유한 테마를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BH 옥션이 다른 클래식카 경매와 다른 점은 가격대뿐 아니라 비교적 다양하고 대중적인 차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10억에 낙찰된 토요타 2000 GT를 비롯해 20억이 넘는 경주차도 있지만 5천만 원 대의 대중적인 모델도 생각보다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가격대가 낮아질수록 입찰자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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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 옥션의 또 다른 특징은 이른바 재팬니스 빈티지의 가치 방어와 시세 방어이다. 사실 국제 클래식카 시장에서 인정받는다고 해도 일본 클래식카를 국제 클래식카 경매에서 보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아무래도 195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차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인데 BH 옥션은 클래식카 시장 자체를 일본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적을 크게 가리거나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자동차 메이커가 생산한 차들이 주력이며 여기에 일본의 전문 튜너들이 제작한 튜닝카와 레이스카까지 그 범위가 넓어진다. 쉽게 설명해 스바루 360 같은 대중적인 경차부터 각 자동차 메이커들이 생산한 기념비적인 모델, 일본의 유명 튜너들이 제작한 컴플리트카, 레이스 출전을 목적으로 제작된(혹은 실제 레이스에 출전했던) 경주차까지 등장한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유럽의 클래식카 경매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재패니스 빈티지로 대변되는 일본의 클래식카와 관련 시장은 그들이 가진 자동차 문화만큼이나 독특하고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생산량이나 희소가치도 중요하지만 추억이 있는 자동차 그 자체에 집중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역할은 물론이고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이 가진 시장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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