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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내는 편지(2)

자동차 마니아 미국 한 달 살기

by 자칼 황욱익

코로나로 한 바탕 홍역을 겪은 미국의 극심한 구인난은 심각할 정도였다.

어디를 가도 구인광고를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직종도 다양하다.

ROSS 같은 경우는 직원 혜택까지 구인광고에 넣어 놨을 정도다.

어디를 가도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하며 높은 시급을 책정해도 사람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

내가 일을 도와주고 있는 태국 음식점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오전에는 날씨가 정말 좋았다.

그러나 오후부터는 흐리고 간간히 비도 내리고 쌀쌀해졌다.

건조한 기후라 그런지 몰라도 그늘에 있으면 시원한 편이다.

반면 햇볕은 정말 따갑고 눈이 부셔 색안경이 필수다.


슬슬 묵고 있는 동네인 커클랜드의 적응이 끝났다.

내가 있는 곳은 커클랜드 외곽의 체인 모텔이다.

예전 미국 출장 때도 같은 체인 모텔을 이용했는데 예전에 비해 가격도 거의 두 배 넘게 올랐고 기본 서비스는 훨씬 나빠졌다.

어디를 가도 약쟁이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오늘은 귀가하니 경찰차가 6대나 주차장에 와 있었다.


오늘은 아주 운 좋게 아주 좋은 것들을 많이 봤다.

시애틀 타코마 공항이 있는 시택 지역의 부시장님 주선으로 시택 소방서를 방문했는데 고속도로와 도심에서 근무하는 바이크 경찰관과 신형 익스플로러 경찰차를 아주 구석구석 살펴볼 있었다.

미국은 공권력이 매우 강력한 곳이다.

우리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워낙에 자유분방한 곳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

내 경험 상 한국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있고, 밤에 동네를 산책하거나 혼자 다녀도 문제가 될 게 별로 없다.


미국에서 소방관들과 경찰관, 군인에 대한 대우와 사회적 인식은 우리와 상당히 다르다.

어디를 가도 성조기를 볼 수 있고 '땡큐 포 유어 서비스'라는 얘기를 아주 쉽게 들을 수 있다.

특히 소방관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직업군이다.

이들에게 소방관은 영웅으로 통하는데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대한 거룩함과 숭고함, 희생정신을 누구나 존경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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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른 소방서에는 아주 특수한 장비를 가지고 있었는데 인구 3만 씨텍에 딱 한 대만 있는 장비였다.

설명을 해 주는 소방관들도 매우 친절했고 직접 시범까지 보여 줬으며, 소방차 내부와 파이어맨들의 신기한 장비도 볼 수 있었다.

미국은 1920년대 이미 화학차가 도입됐으며 소방차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가장 많은 차종이다.


같은 장소에는 바이크 경찰관과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경찰관도 왔는데 이들은 우리에게 매우 친절하게 그들의 장비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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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찰들은 일단 떡대부터가 압도적이다.

특히 바이크 경찰들은 늘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으며 플래시를 비롯해 몸에 지니는 장비만 20kg이 넘는다고 한다.

미국의 경찰관은 매우 딱딱하고 권위적이며 공포감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생각보다 전문적이고 친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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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사람들이 경찰관들을 무서워하지 않냐?'라고 물어보니 이들은 웃으면서 '죄지은 사람들은 당연히 우리를 무서워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친절한 이웃이 되려고 노력한다'라는 대답을 했다.

이들을 만나는 동안 주변에 사는 시민들이 지나다녔는데 이들은 먼저 인사를 하곤 했다.

시민들 역시 화답했으며 위화감이나 공포감 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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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스타일의 경찰관은 AR-15와 경찰차 내부의 장비를 일일이 설명해 주었는데 5.56mm 탄을 보고 '이거 나도 군대에 있을 때 많이 쏴 봤다'라고 했더니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이들에게 경찰관들의 직무에 따른 훈련에 대한 얘기도 들었는데 영화나 매체에 소개되는 내용들과는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 경찰관들에게 들은 공권력 집행에 대한 얘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위협상황에 대치하는 방법이나 무기 사용 매뉴얼, 사건 이후 과실에 대한 처분 등등은 한국의 모습과는 정말 많이 달랐다.

경찰관과 소방관은 군인과 함께 사회적으로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의식도 매우 강하고 시민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 늘 존경과 감사를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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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대 흐름에 따라 범인을 제압하는 방법도 달라졌고 장비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경찰차를 타고 다니는 경찰관은 운전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주기적으로 받으며 경찰차 역시 일반 판매용과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미국 거의 대부분의 주가 경찰차를 포드 익스플로러로 바꾸는 시기였는데(주마다 다르지만 그전에는 닷지 차처가 주류) 경찰차는 폴리스 패키지(브레이크, ECU, 서스펜션이 튜닝된)가 적용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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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장님의 주선으로 들른 아우토반이라는 아우디, 폭스바겐 정비, 튜닝 전문점에서 만난 스티브는 첫인상과는 달리 매우 유쾌하고 차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진지했다.

첫인상은 GTA 같은 곳에 나오는 자동차 브로커 같았는데 아우디 마스터 테크니션 출신이다.

숍은 타코마 공항 근처인데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근처에 있는 자동차 매냐들이 모인다고 했다.

무엇보다 스티브는 차에 대한 애티튜드가 모두 진심인 사람이다.

유쾌하지만 열정이 있고 차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진지하다.

영어가 짧아 깊은 얘기는 못 했지만 서로의 어린 시절 차 탔던 얘기를 하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방문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점심으로 타코와 음료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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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얼마 전에 세팅한 차가 있는데 함께 타러 가지 않을래?'하고 그가 물었다.

차 타고 구경하는 거야 언제든 OK.

그가 만든 차는 470마력이 넘는 아우디 S4였는데 마침 숍에 와 있던 아우디 R8과 함께 근처 고속도로를 한 바퀴 돌았다.

V6 트윈터보의 호쾌함과 안정적인 사륜구동 덕에 최고속까지 한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정도까지 빠르게 올라갔다.


오늘도 여전히 배우는 것이 많았고 즐겁고 알찬 하루였다.

무엇보다 경찰관 소방관에 대한 사회적인 존경심과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부분이다.

아무리 자유분방하다고 해도 미국은 최소한 사람이 자동차가 무서워 피하지는 않는다.

고출력 스포츠카나 날티 풀풀 나고 시끄러운 양카도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멈추는 게 아주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가장 우선이고 어느 누구도 거기에 이의를 말하지 않는다.


미국의 룰에 대한 해석도 우리와 많이 다르다.

일례로 흡연은 금연 표지판이 있는 곳이 아니면 실내를 제외하고 어디서나 가능하고 도로 역시 마찬가지다.

과속에 대한 기준도 조금 다른데 고속도로에서 도로 흐름을 따라가면 속도가 조금 높다고 해도 쉽게 단속하거나 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모든 것이 풍족해서 그런지 몰라도 낭비가 엄청 심하다.

꽉 막힌 프리웨이에서 혼자 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며 텅텅 비어있는 우선 차로는 2인 이상만 탑승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마트에서 파는 음식이나 생필품의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연일 뉴스에서는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슈퍼나 마트, 쇼핑센터를 둘러보면 확실히 식재료는 저렴하고 품질도 좋은데 이게 사람 손을 한 번 거쳐서 가공되면 그때부터는 가격이 뛰기 시작하는 구조다.


오늘도 시애틀 혈맹인 Samuel Chang이 많은 것을 도와주었다.

또한 소방서와 경찰관들에 대한 취재를 도와주신 피터 권 시택 부시장님께도(지금은 다른 자리로 옮겨가셨다)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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