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리브래드슈 Apr 06. 2021

그 시절 취준생 vs 공시생

누가 더 힘들었을까?


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면 우리는 다음 삶을 준비한다. 대학 캠퍼스에서 2002 한일월드컵을 응원했던 우리는 보통 취준생(취업 준비생)이나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되었다.


인생에 있어 어쩌면 처음으로 하게 되는 큰 선택. 일할 곳을 찾는 것에 있어 같지만 두 갈래의 길은 참 달랐다.


취준생이었던 내가 사는 공간은 서울 전체로 확장되었고, 공시생이었던 너의 공간은 노량진으로 축소되었다. 나는 취업박람회와 취업스터디를 위해 이 공간 저 공간을 넘나들었고, 너는 고시원과 학원만을 오갔다. 나는 더 많은 곳에 가지 못함에 불안할 때, 너는 그곳을 벗어나는 것에 불안을 느꼈다. 그래서 너와 가까운 한강에서 만나 잠시 콧바람을 쐰 시간이 참 좋았다.


나의 시간이 취업정보검색과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채워졌다면, 너의 시간은 시험 강의를 듣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나는 끊임없이 나의 것을 꺼내야 했고, 너는 부지런히 너를 시험 지식으로 채워야 했다. 나의 시간은 합격통보 메일에 대부분 울고 가끔 웃는 시간을 통해 떨어지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경지에 이르게 했고, 너의 시간은 시험까지의 남은 날들을 하루하루 버티는 것으로 채워졌고 1점 차로 떨어지는 극한 슬픔을 극복하는 데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나는 준비하는 회사에 따라 다른 스터디원들과 다양한 회사의 면접관을 만나며 내가 가고 싶은 회사와 사회라는 야생을 조금이나마 체험해 볼 수 있었고, 너는 소수의 스터디원들과만 만나며 이전의 인간관계도 당분간 연락을 끊고 조금은 외로운 관계를 만들어갔다.   


이렇게 너와 나는 사는 공간과 채우는 시간, 그리고 만나는 사람이 달랐음에도 우리는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서로 가보지 못한 길이 더 쉬울 것만 같은 생각. 그래서 우린 가끔씩 다른 길을 가볼까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고, 어떤 친구는 준비에 지쳐 다른 길로 넘어갔더랬다. 그러나 넘어간 친구가 말한다. 이 길도 힘들다고. 다시 넘어갈까라고.


그래서 너와 나, 취준생과 공시생 중 누가 더 힘들었을까?

정답은 '내가 제일 힘들다'이다. 취준생이 이력서가 백개가 떨어지든 공시생이 3년이 걸리든 내가 제일 힘들다. 내가 취준생이어도 공시생이 돼도 똑같이 힘들다는 말이다. 그러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일지 고민해보자.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위해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 답을 찾는다면 둘 사이를 넘나드는 상상 또는 현실로 허비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진정 원하는 삶으로 한 발자국 먼저 시작할 수 있겠지.






내일, 음감 작가님은 '촉촉함'과 '축축함'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귤을 거부할 수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