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리브래드슈 Jul 22. 2021

한 이불을 덮을 수 없는 부부

우리 부부의 온도 차이


결혼을 하면 연애시절에는 몰랐던 부부 사이의 많은 차이를 알게 된다.  

치약을 짜는 취향 차이나 설거지 하는 시점의 차이나 정리 정돈하는 방법의 차이 등 작지만 서로에게 거슬리는 많은 차이들이 하루에 하나씩 생겨난다. 그래서 신혼 초에는 그 차이를 조율하거나 존중하는 시간들을 거치게 된다. 신혼초에 많이 다투는 가장 사소한 이유가 치약을 앞에서부터 짜서 쓰는지 뒤에서부터 짜서 쓰는지라고 들은 것 같은데, 명확한 해결책은 두 개의 치약을 사서 각자 쓰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뒤로는 서로의 차이를 나에게 맞추려는 것보다는 둘의 차이를 모두 존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해보려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쉽게 맞춰가기 힘든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온도 차이.


남편 : 너무 덥지 않아?
아내 : 딱 좋은데?


더위를 많이 타는 남편과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 남편은 덥다고 에어컨을 켜고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춥다며 에어컨을 끈다. 그렇게 '띠로리롱' 에어컨 소리가 오간다. 남편은 나를 배려한다고 더위를 참으면 땀이 나 끈적이가 되고, 내가 남편을 배려한다고 에어컨을 켜고 오래 있으면 몸이 차가워져 배탈이 나곤 한다. 그래도 같이 사는 날들이 쌓이며 조금씩 조율을 해나간다. 에어컨을 켤 때는 내가 이불을 덮던 옷을 입던 움직이고, 에어컨을 켜지 않을 때는 남편 쪽으로 선풍기를 틀어둔다.


그런데 둘 사이의 조율에 변수가 생겼다. 우리의 주니어. 아기는 온도에 민감하고 열이 많아서 더우면 금세 땀띠가 나기 때문에 시원하게 키워야 한다. 그렇다 보니 남편은 아주 신이 났다. 아기를 핑계로 에어컨을 마음껏 틀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기 핑계로 전기세 걱정은 접어두고 쾌적하게 생활하게 되었다. 아기는 그렇게 우리 사이의 차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순식간에 좁혀주었다.


문득 신혼시절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에 남편이 먼저 침대에 누워있는데, 자기 자리를 두고 내 자리에 누워있는 것이다.


아내 : 왜 내 자리에 누워있어?
남편 : 추우니까 자리 데워주는 거야~


난생처음 받아보는 침대 속 따스함 선물에 당황해서 제대로 고맙다는 말도 못 하고 넘어갔던 것 같은데 남편의 따뜻한 마음까지 더해져 그 이부자리가 참으로 따스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니 남편은 우리의 온도 차이를 좁히기 위해 다정한 노력을 했었구나. 나도 우리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가끔씩 노력해봐야겠다.

(물론 그 남편은 지금 아이에게 뺏기고 온데간데없다만. 내 남편이 그립다.)





다음 주는 작가 4인이 쓰는 <남편이라는 세계> 연재가 대망의 마지막 주입니다. 마지막 주는 조금 특별하게 꾸며보려고 논의 중인데요. 궁금하다면 매거진 구독 버튼 꾹 눌러주세요~

월요일은 아코더님이 바톤을 이어받습니다. 기대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은 냉동실 제일 위칸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