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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스크 시대, 내 아이가 걱정되는 이유

by 캐리

이걸? 제가? 왜?



얼마 전 기사에 나온 MZ세대가 자주 하는 '요요요 3종 세트' 란다. 우리 집에 있는 어린 MZ도 3종 세트 물론 자주 한다.

그런데 MZ의 끄트머리이면서 사춘기인 우리집 아이가

그것보다 더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건 바로 내! 일!


도대체 언제 씻을 거야?

- 내일

양심이 있으면 좀 씻지?

- 내일. 오늘은 너무 피곤해.

양치하고 가야지!!

- 내일부터~ 오늘은 완전 늦었어.


허구한 날 내일을 기약하지만 내일은 어지간해서 잘 오지 않는다.




언젠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사춘기 아이들은 뇌가 아직 80%정도 밖에 발달이 안 된 상태인데, 그 중에서도 '뭔가를 해야한다는 것을 기억하는 능력', 특히 이게 충분히 자라지 못한 상태라는 거다.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미루고 까먹고 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생각해야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구 우리 딸이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을 밟고 있구나. 기특하기도 해라' 이럴 수 있는 부모는 드물 것이다. 특히나 씻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더.


아침만 해도 그렇다. 아이가 아침 양치라는 걸 한 적이 있긴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덕선이 앞머리처럼 붕 뜨지도, 그렇다고 너무 착 붙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앞머리. 아이는 아침마다 그 놈의 앞머리를 위해 고데기와 씨름 한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도 숨이 죽지 않으려면 그만큼 공을 들여야한단다. 그렇게 헤어에 공을 너무 들이다보니 결국엔 밥도 초스피드로 먹고 헐레벌떡 현관을 나선다.


"양치는~~~~!!"

거실에서부터 소리치며 내가 득달같이 달려 나가 보지만

"내일은 꼭 하께~~~"

어제 아침에도, 그저께 아침에도 했던 말을 뱉어 놓고는 마스크와 함께 사라진다.



한바탕 정신을 쏙 빼놓고 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니 기원한다.


학교 계단을 정신없이 오르다가 숨이 아무리 차도,

날이 더워져 땀이 주르륵 흘러도,

체육 시간에 숨이 차올라도,

부디 시원하게 마스크 내리는 일만은 지 않기를.

카레로 노랗게 물든 입가도

그 어딘가에서 존재감 뽐내고 있을 고춧가루도

부디 마스크 속에 꽁꽁 감출 수 있기를.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우리 집 치약이 줄지를 않는다. 칫솔도 닳지를 않는다. 아니, 팍팍 줄고 팍팍 닳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거다.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어버렸으니까. 분명 '양치는 333'을 애기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또 그럭저럭 지켜왔는데.


어느샌가 양치는 폭풍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자기 직전에 몰아서 한 번 하고 자는 게 되어버렸다.

몹쓸 코로나는 겨우 겨우 자리 잡은 양치습관도 앗아 가 버렸다.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니까 어언 3년이 다 되어 가는 거 같다.


아침엔 늦었다며 얼렁뚱땅 넘기 일쑤고,

점심엔 학교서 양치 생략한 지 꽤 됐으니까 당연히 패쓰. 이렇다 보니 아이가 집에 와서 마스크를 벗는 순간, 민망함은 내 몫이다.

양치는 고사하고 입 한번 닦아줄 리 없으니

입 안팎으로 가관일 때가 많다.


그동안은 그렇게 민망한 입을 마스크로 커버하고 당당하게 다녔지만, 이제 슬슬 노마스크로 가고 있는 분위기 아닌가. 아직은 마스크 벗은 사람을 찾기 어렵지만 머지않아 쓴 사람 찾기 어려운 날이 오긴 올 텐데.


양치를 패쓰하던 게 너무 몸에 밴 나머지

노마스크 시대에도 노양치일까봐.

노양치로 무 해맑게 활짝 웃기까지 할까 봐

심히 걱정이다.









이미지 : Pixabay / 각설탕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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