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한 사람

어쩌면 당신도 불안한 사람

by Carrie


나는 불안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만’ 불안한 사람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모두는 불안한 사람이다. 곧 일어날 일들, 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인해 불안을 한 덩어리씩 안고 산다. 이따금 현대인에게 불안이란 몸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장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병적일 정도로 불안을 잘 느끼는 사람이다. 병원에서 따로 약을 타 먹기도 한다. 한 번 불안을 느끼면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며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 없다. 유달리 심장 소리가 커지고, 타인이 불어넣은 숨소리가 커다란 돌풍이 되어 다가오기도 한다. 홀로 견뎌내다 노란 작은 알약을 먹고 돌풍이 멎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불안의 피해자 중 한 명인 나는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왜 불안해하는가. 막상 돌이켜보면 내가 불안해하는 모든 것들이 별것 아닐 수도, 순전히 오해일 수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손쉽게 불안에 잠식당한다. 그건 그 어떤 역병보다도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약이란 뗏목을 잡고, 불안이란 바다를 표류하며 나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앞자리가 3이 되어서야 평생 괴롭히던 불안의 원인을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바로 ‘불신’이다. 모든 불안은 불신에서 나온다. 상황에 대한 불신, 타인에 대한 불신, 자신에 대한 불신. 그 많은 불신이 고여 하나의 바다가 된다. 고작 한 글자 차이인 불안과 불신은 아주 밀접한 사이다.


"아마 이번에도 실패할걸."

"아마 그 사람은 나를 미워할걸."

"아마 나는 또 패배할걸."


실패할 거란 상황에 대한 불신은 나를 초조하게 만들고, 나를 미워할 거란 타인에 대한 불신은 나를 외롭게 만들고, 또 패배할 거란 자신에 대한 불신은 나를 작아지게 만든다. 그 초조함과 외로움과 낮은 자존감이 궁극적으로 불안이 된다. 불안과 불신은 동의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약 말고 오롯이 내 힘으로 말이다. 처음엔 회의적이었다. 다시 태어나야만 가능할 것 같았다. 나는 애초에 구제불능이었으니까. 불안을 이겨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막상 포기하고 나니 화가 났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행복한 순간보다 불행한 순간이 더 긴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불안에 떨며 초라해지고 싶지 않았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그래서 불신의 종류를 분류했다.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불신과 내가 극복할 수 없는 불신 사이에 선을 그었다. 애석하게도 상황이나 타인에 대한 불신은 내가 어떻게 애를 쓴다고 한들 나아지지 않는다. 아무리 내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언제나 성공을 거머쥐는 상황을 맞이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내가 누군가에게 헌신적이라 한들 절대적으로 타인의 배신을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답은 딱 하나.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은 바로 내가 나 스스로를 믿는 것이다. 거듭된 실패의 기록에도 불구하고, 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나를 믿는 것이다. 때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노고를 치하하며. 어깨를 토닥여주며.


적어도 나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괜찮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열정이 있고, 우리가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게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도 우린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우리는 뗏목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나는 너무 멀어지기 전에 육지로 나아가려고 한다.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휩쓸려 가기 전에 물길을 발로 차며 내가 떠나온 그곳으로 가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땅에 발이 닿고, 스스로 걸어 육지로 나오는 순간이 올 것이다. 아니, 그러리라 믿는다.


나처럼 불안한 사람들이 익사당하지 않길 바란다. 조악한 것이라도 좋으니 뗏목 하나를 잡고 기어코 육지에 닿길 바란다. 운과 얄팍한 인연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나의 편인 자신을 믿고서. 그렇다면 언젠가 깊은 바다도 마르는 날이 오겠지. 그런 바다의 흔적을 보며 비웃어주는 거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참, 너도 별거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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