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공격이 될 때

가정교회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by 초덕 오리겐

Intro


주변에 가정교회를 배우신 분들도 계시고, 다니던 교회 중 하나도 가정교회를 적용해서 하던 교회였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가정교회에 대해 아무런 부정적인 생각이 없다가, 이번에 지인 중에 한 명이 가정교회에 대해 배워왔기에 가정교회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였다.


(사실 그 가정교회가 이 가정교회가 맞는지는 가정교회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되기는 했다. 그만큼 가정교회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다가, 소개를 받으면서 점점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하는 모든 질문이 가정교회에 대한 공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왜 그런가 며칠 고민했는데, 이제 알게 되었다. 궁금해서 한 질문이 공격이 되는 때는, 실제로 그것이 약점이기 때문에 그렇다. 약점이 아니라면 단순한 질문으로 그치지만, 그것이 약점일 경우에는 공격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많은 경우 토론할 때 이것을 경험할 수 있다. 상대방이 스펙트럼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궁금해서 계속 질문을 하는데, 사실상 상대방이 아무런 생각도 없을 때 이 질문은 공격으로 느껴진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성경 무오성은 틀렸어"라고 주장한다. 그에 대해서 "그렇다면 당신은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부활이나 출애굽기에 나오는 열 가지 재앙을 역사적 사실로 믿지 못하냐"고 물을 수 있다. 이에 더 나아가, "예수의 부활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생각한다면, 예수의 부활을 믿고 구원을 받은 거 맞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면 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성경 무오성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예수의 부활은 믿어"라거나 "나는 예수의 부활도, 예수를 믿음으로 생기는 구원도 믿지 않아"라고 말하면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질문을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프레임을 짜는 거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입장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려는, 다시 말해, 상대방이 말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확인하려는 단순한 질문을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동성애에 대하여


동성애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데, 교회가 동성애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동성애자를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사랑해야 하느냐"고 묻다가 공격이 되어버린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와 같다.



누군가 "동성애자를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 사람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게 실제로 뭔지 궁금해지게 된다. 그러니까 "동성애적 행위를 해도 된다고 설교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서는, "동성애적 행위를 하라고 설교할 필요는 없지만, 동성애적 행위가 죄는 아니라고 설교해야 한다"고 대답하든지 자기가 생각하는 정확한 의견을 말하면 된다.


그런데 만약 "설교 때 동성애자를 사랑하라고 설교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한다면, 그렇다면 이 사람이 말하는 동성애자에 대한 사랑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지기에, 그 사랑이 뭐냐고 물어볼 수 있다. 설교는 안 된다면, LGBTQ+ 캠페인에 참석해야 하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동성애자에 대한 사랑이란, 동성애자를 이성애자와 다르게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전에 교회가 동성애자를 이성애자와 다르게 차별한 부분이 무엇이냐"고 구체적인 사례를 물어볼 수 있다. 교회가 사랑하지 않는다는데, 그렇다면 교회가 사랑하지 않았던 게 뭐냐는 거다.


그런데 이런 질문들을 하다 보면, 상대방이 정말로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질문하는데, 사실 상대방은 주장은 했으나 실제로는 전혀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경우가 참 많다. 그러면 그때 공격이 되는 것이다.




가정교회에 대하여


가졍교회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가정교회에 대하여 소개해주신 분이 계시는데, 몇 가지 의아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거다. 간단하게만 들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참고로, 이것을 소개해주신 분도 가정교회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 포스팅이 가정교회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다만, 그럼에도 아래의 주장은 가정교회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한다.


가정교회(소그룹)은 교회와 같다.
가정교회 모임 때는 성경 말씀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한국 교회는 말씀 이야기를 해서 화석화되었기 때문이다.
가정교회의 리더는 목사와 같다.
주일 예배에 참석하기 싫어한다면, 가정교회 모임만 참여해도 된다. 가정교회가 교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가정교회가 교회와 같다면, 주일에 공예배 대신 모이는 것인지부터가 의문이었다. 만약에 그렇다면, 가정교회는 정말로 수용할 수 없는 교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을 하는 중간에 이건 아니라고 듣게 되었다.)


이에 대한 나의 질문들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원래 교회(비가시적 교회)는 하나이고, 지역 교회는 그것에 대한 지교회와 같다. 그리고 교회 안의 소그룹은 교회 공동체의 일부이며, 하나의 공동체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그룹은 보통 교회의 한 지체된 공동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셀이나 구역 등과 차별되는 의미에서 각 가정이 교회라고 한다면 그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냐. 만약 차별점이 각 가정을 공동체가 아니라 진짜 하나의 교회라고 보는 것이라면 가정교회는 교회론도 제대로 모르고, 공교회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2. 가정교회의 리더가 정말 목사라고 생각한다면 수용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인 교회나 선교단체에서 그러듯이 목자나 셀 리더, 구역장, 주일학교 교사 등에게 "당신들이 하는 것은 소목회나 마찬가지다"라고 한다면 받아들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정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이 둘 중 무엇이냐.


3. 내가 죠이 선교회 출신인데, 죠이 선교회도 굳이 소그룹 때 말씀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IVP가 성경 공부를, CCC가 전도를 강조할 때 죠이 선교회는 그냥 나눔만 강조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그룹 모임 때 성경 이야기 하는 것을 금하지는 않는다. 죠이 선교회 수준이라면 이해는 가지만, 그 이상으로 소그룹 모임 때 말씀을 완전히 배제한다면 그것은 수용하기 어렵지 않나. 가정교회는 어느 쪽인가.


4. 교회든 선교단체든 상관없이 주일 예배에 참석하기 어려워 하는 사람에게 강제로 예배에 참석하게 하지 않는다. 또 선교적인 목적에서 소그룹 모임만 참석하겠다 해도 이해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결국 공예배에 참석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가정교회가 말하는 것은, (말씀도 없고 공예배가 아닌) 가정교회라는 소그룹 모임만으로 충분하다는 소리냐.


이상이 가정교회에 대한 나의 의문점들이었다. 즉, 보면 알겠지만, 가정교회의 스펙트럼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가정교회의 주장이 셀 모임이나 제자훈련과는 완전히 다른 차별점을 말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대화를 마치고


대화를 마치고 나서 따로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도 내 질문이 상대방에게 너무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있었다.)


일단, 가정교회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신 분도 가정교회 세미나를 들으면서 의아한 점이 있었다고는 한다. 주일예배를 꼭 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말씀을 지양하라는 점에서 특히 의아했다는 듯하다.


하지만 한 가지, 내 질문에서 걸리는 점이 있었다고 한다. 가정교회가 죠이선교회와 전혀 다른데, 가정교회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말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교만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더욱 나는 왜 이게 공격적으로 느껴졌는지 의문이 들었다. 말씀에 대한 지양(?)이 죠이선교회 수준이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죠이선교회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말씀을 지양한다면.. 그렇다면 그게 과연 교회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죠이선교회 이야기를 한 것은, 이 정도 수준이면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것보다 더 심하냐는 거였고, 결국 상대방의 대답은 말씀 완전 지양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그러니까 소그룹은 분위기를 위해서 너무 말씀만 이야기해서는 안 될 수 있다. 처음 전도된 사람이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지루함을 느껴 다시는 모임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모든 대화의 지향점은 하나님의 말씀이 되어야 한다. 아이스브레이크가 끝났으면 이제 말씀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게 꼭 성경공부일 필요는 없다.) 그런데 말씀이 없다면 그게 세상 모임과 무슨 차이냐는 거다.




정리하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람들은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냥 주장하고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물론 질문이 공격으로 느껴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면,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 등)에 대한 질문이 공격이 될 때가 많다. 특히, 질문의 의도를 단순히 비판하는 것으로만 받아들일 때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의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언제나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을 종종 깨닫곤 한다.


또 한 가지, 가정교회에 대해서 질문하는 시간과 답이었지만.. 가정교회에 대한 이분의 생각이 아직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말하자면, 가정교회가 말하는 가정교회와 이분이 말하는 가정교회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가정교회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료하게 말할 수 없는 거 같긴 하다.


그런데 여기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분이 가정교회를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소화해서 말하는 것일 수 있다. 실제 이분이 인용한 세미나 내용을 보면, 참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런데 또 반대로, 이분이 가정교회를 오해하게 말했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분의 인용한 내용들이, 말 그대로 단순히 강조점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니까 각 가정교회의 리더를 목사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소목회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며 명칭만 목사라고 부르느 것일 수 있다.


즉, 이 포스팅은 가정교회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가정교회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생긴 나의 경험, "질문이 공격처럼 되어버릴 때"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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