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식한 사람

권위자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

by 초덕 오리겐

Intro


세상에서 가장 무식한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권위자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이다.


몇 년 전에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바로, 스티브 잡스가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채식으로 암을 극복하려고 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 결국 죽게 된 것이다. 놀랍게도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도 권위자의 말을 무시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면 이런 일을 많이 보게 된다. 의사들을 죄다 돌팔이라면서, 의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민간요법을 한답시고 이상한 짓을 하는 예를 여러 번 목격할 수 있다.




교회의 이단들


나는 때때로 교회에 이단이 왜 이렇게 많은지 이해가 갈 때가 있다. 장로라는 사람들, 집사라는 사람들, 그리고 좋은 교육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이단에 끌려가는지 이해가 갈 때가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많은 성도들이 목사의 가르침의 권위를 무시한다. 목사의 가르침이 그렇게 시시했나 보다. 그런데 그런 시시하고 기본적인 내용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무식해 보인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주일학교에서 천국에 대해 설명하면서, 천국이란 "우리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이 왕이신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천국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지금 우리가 거하는 교회와 예수님의 재림 후에 임하게 될 메시야 왕국, 그리고 우리의 죽음과 예수의 재림 사이에 거하게 될 아브라함의 품이 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러자 예배 후에 장로님이 교사들을 모았다. 그리고는 목사의 설교에 문제가 있다면서, 이런 식의 천국이라면 자기는 신앙을 유지할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뭐, 결론을 뻔했다. 교사들이 "장로가 되어서 이것도 모르냐"면서, 초등학교 공과에도 나온 내용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에 장로는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주제를 바꿨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많은 성도들이 이런 식의 신앙관을 가지고 있다. 성경도 안 읽고, 신학도 모르면서 목사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것이다. 좀더 정확하게는, 목사가 가르치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무시하는 것이다.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가 잠깐 읽은 하나의 구절을 신박하게 해석하면서 "이 얼마나 대단한 해석"이냐면서 흡족해한다.


그런데 보통,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않은 새로운 해석이라는 것은 몇 가지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을 정도로 기본도 안 되어 있는 무식한 해석이거나, 이미 누군가 했지만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은 무식한 해석이거나,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데 나만 몰랐던 해석이거나 말이다. 그리고 대체로 사이비 이단 같은 해석을 많다.


그런데 성도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 사이비 이단 같은 해석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모른다. 특히나 목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거나, 목사의 설교나 성경을 통해 신학적 지식이 전혀 체계적으로 쌓여 있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사이비 이단 같은 해석을 많이 한다. 진짜 헉 할 정도로 개똥같은 소리들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목사와 전통적인 성경 해석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당수가 학적으로 무지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체계적으로 지식을 쌓아본 경험이 없거나, 논리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자기가 논리적이라고 드러내고 싶어 하면서 이런 신박하고 사이비 이단 같은 해석들을 많이 하는 편이다.




전문적인 지식은 있지만


그런데 간혹, 전문적인 지식과 지위가 있는 사람들 중에 목사의 권위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놀라운 사실은, 이 사람들이 신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경우는 거의 본 일이 없다. 교수나 의사들도 신학 공부한다고 신대원 들어왔다가 피를 토하며 공부를 하고 겸손해지는 걸 볼 수가 있는데, 신학적 공부를 전혀 안 해본 사람들이 뻘 소리를 늘어놓는 걸 보면 그 사람이 아무리 공부를 많이 했어도 그 사람의 지능을 의심하게 된다.


실제로, 나는 같이 공부하던 MDiV 친구들 중에 의사와 변호사들이 꽤 많았다. 그것도 싱가포르에서 말이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후배(?) 중에 병원장 츨신도 있었다. 그 무지막지한 공부량에 매일 같이 신음하면서 힘들어하던 모습이 종종 생각난다.


물론, 진리는 단순하다. 공부할 양은 많지만, 실제로 많이 배운 세계적인 교수들이 강의와 설교를 할 때 들어보면 어느 교회에서 들어본 설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오히려, 실력이 뛰어날수록 단순하게 가르친다. 옥스포드 석좌 교수의 신학 강의를 한 학기 들으면서 "이렇게 단순하다니" 또는 "이렇게 새로운 게 없다니"라고 생각했던 게 생각난다. (기술자들이 기술을 선보일 때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더 대단하다고 하지 않는가? 마찬가지다. 대단한 진리는 새로운 것에서 오지 않고 단순하고 오래된 것에서 오면서 또한 쉬워 보인다.)


그런데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한 사람들이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서 "이렇게 단순하냐"며 무시한다면, 그 사람의 지능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의사에게 가서, "이것을 치료할 신박하고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면 많은 경우 이렇게 말한다. "밥 잘 먹고 운동하세요" 또는, "마케팅에 속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전문적인 의사일수록 더더욱 기본적이고 모두가 알 만한 걸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의사가 실력이 없네"라고 말하면서 수십만 원짜리 시술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이 사람이 의사보다 더 똑똑해 보이는 게 아니라, 이상한 곳에 돈 쓰는 무식한 사람처럼 보인다.


목사의 설교를 가지고, 신박하지 않다면서 목사의 가르침의 권위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성경에서 이상한 비유풀이나, 그동안 아무도 알지 못했던 놀라운 진리를 찾는 것은 기본에서 벗어난 사이비 이단적 사고 방식이다. 지금까지 가르쳐진 적 없는 새로운 지식을 찾는 사람은 똑똑해보이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무식해 보인다.


식료품에 대해서 아무리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법에 대해서는 개똥만큼도 모르면 변호사를 찾아가야 한다. 또, 아무리 법에 대해서 잘 알아도 암에 걸렸을 때는 의사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 상담에 대해 아무리 잘 알더라도 신앙에 대해서는 목사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만약, 마케팅과 경영학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채식을 하다가 죽는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무식을 드러내줄 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교수라는 사람들, 공부를 많이 했다는 사람들 중에도 저런 사람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특히 교회에서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한국 교회의 많은 사람들, 특히 학력이 높은 사람들조차도 왜 이렇게 이단에 잘 빠지는지 이해가 가게 된다.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배관공을 불렀으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집에 배관공을 불렀으면 배관공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의산데"라면서 배관공의 말을 무시하면 집 배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자기가 아무리 검사라 하더라도 교통 질서에 있어서는 교통경찰의 말에 순종해야 한다. "내가 검산데" 라면서 빨간 불에 그냥 갔다가는 교통사고로 사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말 똑똑한 사람은 "내가 변호산데"라면서 거들먹거리지 않는다. 진짜 똑똑한 사람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권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것을 모른다면 그 사람이 아무리 똑똑하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나는 상담학 박사니까 우리집 전기 배선이 꼬인 것은 전기 기사보다 내가 더 잘 알아"라고 한다면 "이 사람이 공부머리는 있지만 일머리도 없고 일상생활이 가능한지조차 의심이 된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목사도 마찬가지


나는 요즘 목사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정치에 대해서 초보자의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 어째서인지 페이스북이나 스레드 같은 자신의 SNS에 정치 이야기를 그렇게 올리고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좌우 진영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일이다.


그래서 목사와 교회를 추천해달라는 사람들에게 자주 조언해주는 팁이 한 가지 있다. 페북이나 스레드 같은 SNS에 개뿔도 모르면서 정치 이야기 자주 올리는 사람은 거르라는 거다. 아무리 이 사람이 똑똑해 보인다 하더라도 정치 이야기를 성경 이야기보다 많이 올리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지적 능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무리 전문적인 경력과 학력이 있다 하더라도, 일단 정치 이야기를 자주 올린다면 그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진짜 똑똑한 사람


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집 밖에서 아무리 똑똑하다 하더라도, 집 안에서는 김치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부모나 다른 가족 구성원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정말 똑똑한 사람은 가족을 믿고 맡긴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진짜 똑똑한 대통령은, "내가 똑똑하니까 국가의 모든 운영은 내가 다 관여해야돼"라고 말하지 않는다. 각 자리에 딱 알맞은 권위자들을 세우는 게 진짜 뛰어난 대통령의 능력이다.


진짜 똑똑한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진짜 똑똑한 사람은, 의사나 변호사, 자녀의 유치원 선생님, 목사, 경찰 등을 만났을 때 "내가 더 똑똑하다"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다.


정, 권위자를 믿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상담학 교수인데 교회 목사를 못 믿는다고 신대원 들어가서 신학 공부를 하겠는가? 또 의사를 못 믿겠다고 다시 의대 시험을 보고 7년을 공부하겠는가? 그리고 또 로스쿨도 들어가겠는가? 그런 사람은 똑똑한 게 아니다. 진짜 똑똑한 사람은 상대의 권위를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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