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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vs 10분

준비 시간을 얼마나 가지느냐에 따라서

by 닥그라

Intro


요즘 아래와 같은 영상들을 볼 수가 있다. 1분과 10분, 1시간, 또는 10시간의 시간을 주고 그림을 그리는 거다. 그리고 각 그림의 디테일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보여주는 영상이다.


1분짜리 그림을 보고 처음에는 "엄청 잘 그린다!"라고 생각을 했다가 1시간짜리 그림을 보고 놀란 적도 있다. 1시간짜리 그림을 보고 "사진 같다"라고 생각했다가, 10시간짜리 그림을 보고 "1시간짜리 그림을 애교였네"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아주 잠깐의 시간만 주더라도 대략적인 구조가 나올 수는 있지만, 그만큼 준비시간을 많이 주면 더 디테일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여기서 간과해서 안 되는 지점이 있다. 이 그림들은 이미 사진이나 다른 그림과 같은 모델이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 어떤 그림을 그릴지가 머리속에 그려져 있다. 그런 거 없이 "그냥 그려라"라고 한다면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고안하는 시간부터 필요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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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에 대한 요구 - 제대로 준비해라


이제 설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자. 과연 우리는 설교자들에게 설교할 시간을 제대로 확보해 주는가.


이전에 나는 "설교를 베껴도 되는가"는 글을 발행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매우 극력하게 반대하는 댓글을 하나 마주한 적이 있다. "남의 설교를 그대로 읽으라는 게 아니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만큼 목사의 설교에 대한 기대가 엄청나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남의 것 보지 말고 제대로 연구해서 설교하라는 거다. 신학교에서 배운 거 그대로 전하지 말고, 방법론만 가져다가 새롭게 연구해서 설교하라는 거다.


물론 이것은 설교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극단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부활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도 전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잘 준비된 설교자는 많은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적는 설교자이다. 다른 설교자가 사용한 예화라 하더라도 좋은 예화라면 그것을 적어서 꼭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설교는 논문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사에 가깝다. 그래서 영양이 충분한 음식에 초점을 둬야지, 설교자의 창의성에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 물론, 그렇다고 설교집을 그대로 읽으라는 소리는 전혀 아니다.




설교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가


설교를 준비할 시간이 얼마나 확보되는가. 나는 이 문제가 설교자들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많은 교회들이 설교 준비할 시간을 전혀 주지 않는 걸 발견했다. 특히나 바쁘면 이 시간은 통째로 사라진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목사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설교이다. 설교를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목사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정도이다. 그런데 많은 목회자들이 설교 시간 부족을 호소한다.


대개의 교회에는 교회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대략 오후 5시까지이다. 그리고 수요일과 금요일은 저녁에 예배에 와야 한다. 심방을 많이 하는 교회는 더 시간이 없다. 게다가 가정도 있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새벽예배 설교와 수요, 금요, 주일 설교를 홀로 준비해야 하는 단독 목회자들은 언제 설교를 준비할까?


새벽 예배 설교의 경우 밤 12시가 되어서야 겨우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목사들이 주일 새벽까지 설교문을 놓지 못한다. 그래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목회자들이 많다.


여기서 위에 말한 "준비 시간의 차이"가 드러난다. 매일 새벽 예배가 5시에 있는데 수요 설교, 금요 설교, 그리고 주일 설교도 준비해야 한다. 이미 성경적 지식이 있다고 해도 설교문을 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이때부터 창조적, 문학적 능력이 필요해진다. 즉, 이제부터 그림의 틀을 잡고 그려나가는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 성경을 연구해야 한다면 연구 시간만 10시간은 필요하다는 거다. (과거 어느 목사가, 성경 원어 프로그램으로 원어 연구만 10시간을 했는데, 로고스를 사용하면서 1시간으로 줄였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렇다면 성경 본문 연구만 10시간이 들어갔다는 거다.)


여기서 위의 10시간짜리 그림과 1시간짜리 그림처럼 10시간 준비한 설교와 1시간 준비한 설교에 엄청난 질적 차이가 생기게 된다.


아무튼 많은 목사들에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한정된 시간 속에서 최대한 설교를 준비하게 된다. 준비하는 사람은 10시간짜리 설교, 1시간짜리 설교, 30분짜리 설교라고 느끼게 되는 거다.


(물론, 하나님의 은혜로 1시간 준비한 설교가 더 큰 은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본문 말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을 때에나 가능한 거다. 본문에 대한 아무런 이해 없이 갑자기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면 뻘소리를 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아는 본문만 계속해서 편식하게 될 수밖에 없다.)





시간을 줄이기 위한 도구들


이때 많은 목사들이 설교 준비 시간을 줄여주기 사용하는 도구들이 있다. 성경 연구 시간을 10분의 1로 줄여준다는 로고스와 같은 성경 프로그램도 그 중에 하나이다.


새벽 예배의 경우 주석을 많이들 사용한다. 최소한 이상한 소리는 안 하도록 하기 위해 새벽예배의 경우에는 부교역자들에게 "주석을 바탕으로 설교해라"라는 자기들끼리의 전통이 있기도 하다.


또한 리더스 다이제스트나 headway와 같은 책 요약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나 예화를 찾을 때 리더스 다이제스트 같은 책을 이용한 사람들이 과거에는 정말 많았다. Input이 되어야 output이 나오는데, input 시간이 없으니 책 요약을 보는 거다. 더러는 기왕 이렇게 된 거, 스트레스 풀려고 보는 드라마를 설교 예화로 쓰기도 한다.


심방과 다양한 활동으로 시간에 쫓겨서 준비할 시간이 참 부족하다 보니, 베스트셀러에 있는 하이라이트 위주로 설교하는 목사도 존재한다. 그럴 경우 본문에 근거한 설교보다는 상황에 근거한 설교가 되는 거다. 자기에게 input이 된 내용으로 설교를 해야 하다 보니, 성경 본문의 순서를 따를 수 없고, 내 머릿속에 있는 내용에 맞추서 성경 본문을 뽑아서 쓰게 된다. 그 때에는 제목 설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방식을 취하는 설교자들은 성도들에게 접근하기에는 매우 유익하지만, 성경 연구가 부족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정리하며


설교자에게 설교를 준비할 시간이 참으로 부족하다. 준비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일주일에 20시간이 안 되는데, 이 안에서 10개 가까운 설교를 준비해야 하는 거다. 심지어 찬양 준비와 PPT, 그 외의 다양한 일들을 이 20시간 안에 채워 넣기도 한다. (왜 20시간인가 하면.. 현재 내가 그렇다.)


그런데 주일 설교에 10시간을 투자한다고 해보자. 그리고 금요 설교에 2시간을 투자한다고 생각해보자.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겨서 아이를 1시간 더 본다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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