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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문제인가 사람이 문제인가

자범죄와 원죄에 대하여

by 초덕 오리겐

Intro


죄가 문제인가 사람이 문제인가. 많은 사람들이 죄의 용서에 대하여 받아들일 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죄를 저질렀어도 용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물론, 반대로 죄를 저지른 것은 사람이니, 어떻게 용서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학창시절에 누군가로부터 왕따를 당한 사람은, "죄는 미워하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마"란 말에 대해 공감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행위 중심적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아무튼, 두 가지 반응 모두 뭔가 맥락을 잘못 잡은 듯한 느낌을 받고 한다.




곰팡이가 생겼다면


일단,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기독교 외의 종교는, 그리고 기독교 종파 중에서도 알미니안은 대체로 죄를 행위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러니까 죄를 저질렀나 안 저질렀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거짓말 했으니까 죄를 지었어"라거나 "죄는 잘못된 것이지만, 사람은 착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를 제대로 공부해 본다면, 이런 생각은 기독교적 생각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기독교는 죄를 눈에 보이는 곰팡이로 바라본다.


다들 그런 이야기 들어보지 않았는가? 음식에 (눈에 보이는) 곰팡이가 생겼다면, 그 부분만 제거하고 먹어도 되냐는 질문이 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이 말하기를, 곰팡이가 이미 눈에 보인 시점에서 온 음식이 곰팡이에 점령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곰팡이는 그 부분만 곰팡이가 생긴 것이 아니라는 거다. 곰팡이가 이미 온 음식을 점령했는데, 깃발만 세운 것이 눈에 보이는 곰팡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죄도 마찬가지이다. 죄라는 행위(자범죄)는 우리 본성이 이미 죄로 가득하기 때문에 나오게 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항상 사람 죽일 생각만 하며 매사 폭력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 사람이 누군가를 죽인 것은 이상하지 않다. 누군가를 죽이기 전에 이미 사람을 죽이겠다는 생각과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해보자. 나는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연을 나름 꽤 들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놀라운 게 뭔지 아는가? 아내가 남편을 용서해주면 정신 차리고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 않을 거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 번 바람 피운 놈은 두 번도 쉽게 저지른다는 것이다.


물론, 간혹 철저히 회개하고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 않는 사람도 존재한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 번 바람 피운 남자는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바람 피운 한 번의 행위"만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한 번의 행위를 용서하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바람을 피우게 되기까지의 역사와 과정이 중요하다. 물론, "부부 관계가 삐그덕 거렸기 때문에 바람을 피운 것이니, 바람 피운 사람만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용서한다고 했을 때 "앞으로 바람 피우지 마"라고 말할 게 아니라, 그 인간이 바람을 피우게 만드는 부패한 모든 것을 제거해야 한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룸살롱을 가는 습관이나, 바람을 자주 피우는 동료들 등 산적한 것들이 존재한다.


즉,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그 한 번의 행위만 용서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 번 피운 바람, 두 번이 어려울까? 바람을 피우게 만든 환경과 습관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확답을 받도록 하자. 만약, 그것을 거절한다면 그냥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다. 계속 바람 피우는 걸 구경하든가 아니면 이혼하든가 말이다.




초콜릿 하나 때문에 공연을 취소해 버린 가수


초콜릿 하나 때문에 공연을 취소해 버린 가수 이야기를 아는가? 아래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위의 영상을 간단하게만 소개하자면, 과거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밴 헤일런(Van Halen)’ 은 공연 대기실에 M&M 초콜릿을 반드시 비치하라는 매우 특이한 계약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M&M 초콜릿이 있어도 공연을 취소하는 거다. 이 요구 조건 때문에 밴드는 ‘갑질’ 논란에 휘말리고 말았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요구는 단순한 기행이 아니었다. 공연에 필요한 무대 장비가 많고 복잡했기 때문에, 밴드는 공연장 측에 무대의 하중 조건, 장비 설치 조건 등 다양한 안전 점검 사항을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했다. 그러나 공연장 측이 계약서를 제대로 읽지 않아 장비가 무대 바닥을 뚫는 사고까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밴 헤일런은 M&M에서 갈색만 제거하라는 지시를 일종의 ‘테스트’ 장치로 활용한 것이다. 만약 갈색 M&M이 대기실에 그대로 있었다면, 이는 공연장이 계약서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었고, 전반적인 안전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공연을 중단하거나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즉,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계약서의 하나를 이행하지 않으면 다른 것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누군가의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인성을 유추할 수 있다. 식당에서 알바생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결혼하고서 남편이나 아내에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성품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십계명


죄와 율법, 그리고 십계명도 마찬가지이다. 십계명을 어기는 우리의 행위는, 그 행위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십계명을 어기게 만드는 우리의 품성이 문제(원죄)라는 것이다.


많은 종교는 말하기를, 도둑질을 하면 도둑질을 못하게 하고, 사람을 때리면 사람을 때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나 행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바람을 피웠다면, 바람 피우지만 못하게 하면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바람 피운 사람의 생각 자체가 오염되어 있는데 행동만 막는 것이다.


또한 위에서 말했듯, 이러한 관점에서 나온 두 가지 잘못된 케이스도 있다. 바람을 피웠다면, 어떻게든 그 행위에 대한 대가를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또 반대로, 죄를 저질렀지만 죄를 저지른 사람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죄만 문제시하라는 것이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죄를 죄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을 죽였지만, 이게 왜냐는 거다. 나를 "죄 지은 사람으로 정죄하는 거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본성이니, 이것을 잘못이라고 말하지 말고, 자기를 사(람을 죽이든 말든) 자유롭게 두라는 거다. 물론, 이것 또한 행위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이 행위만 문제시하지 말라"면서 행위에 매몰된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행위 하나 하나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품성이 새로워져야 함을 이야기한다. 누군가 죄를 저질렀다면, 그것이 죄(자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 죄를 저지르게 만든 본성이 부패(원죄)했으니 이것을 먼저 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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