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rry, mother | 엄마는 생각보다 빨리 늙는다.
독립 3년 차. 초반에 매일, 매주 하던 전화와 방문도 조금씩 뜸해지는 시기다.
“아빠가 감자 캐오셨어. 와서 반찬이랑 좀 가져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현관의 거울로 거실 소파에 누워 계시던 엄마가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본가에 살 때도 퇴근 후 집에 가면 부엌에 계시든 방에 계시든 계신 자리에서 “왔니~?“
하지 않으시고 현관까지 반기러 나오셨던 것 같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본 엄마의 행동들은 당연하던 것들이 아닌, 당연하게 느낄 정도로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남편이 처가에 와서 벽에 걸려 있는 가족여행사진들을 천천히 살펴본다.
”장모님이 몇 년 전에는 훨씬 더 젊으셨었네 “ 그 짧은 사이에 내가 무엇을 놓친 걸까?
건강검진에서 덩어리 같은 것이 보인다며 추가 검사를 하자고 했단다. 연초에 내 결혼식이 있었더래서 걱정할까 봐 얘기하지 않으시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조심스럽게 내용을 전달하셨다. 추가 검진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 아빠가 동행 한다고 했지만 굳이 한사코 혼자 가겠다고 하셨다는데, 걱정이 옮을까봐 였을까.
출장을 가 있었지만, 오후에 전화를 드렸다. 그랬더니 웃으시며 ”아직은 죽을 준비가 안 됐데!! “ 하신다.
한편으로 너무 다행이구나 싶다가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했구나.. 발걸음이 너무 무겁고 두려우셨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발바닥까지 덜컹 내려오는 듯했다.
58년생, 70을 바라보는 나이. 엄마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늙는다. 노인이 된다는 것, 안광이 사라져 가는 것, 판단이 느려진다는 것, 살아왔던 시간보다 살 날이 더 적어진다는 것, 시청역 사고가 뜨거운 요즘 노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날카롭다.
엄마의 남은 ’노인‘의 시간은 스스로 그리고 가족, 사회의 따스하고 귀한 마음들로 채워지길 바라본다.
내 어머니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녀는 완벽한 힘의 허리케인이라고 쓰겠다.
아니면 오르고 내리는 무지개의 색깔이라고 하겠다.
- 마야 안젤루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