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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roty Dec 13. 2023

프롤로그

이모는 봄비의 엄마야

조카는 가끔씩 내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이모, 단비는 왜 하늘나라로 갔어?"


"단비는 이모랑 오래 살았잖아? 그랬더니 할아버지랑 살고 싶어서 하늘나라로 갔어.

그래서 지금은 단비를 할아버지가 키우고 있는 거야. 우리가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면 단비랑 만날 수 있어."


조카는 작은 입을 앙 다물고, 한참을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다른 주제에 관심을 돌렸다.


하지만 나는 그 물음과 질문이 마음속 깊이 남았다.

그리고 내가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봄비와의 일화를 기록해 나가기로 결정하는데 작은 힘을 보탰다.


애초에 반려견 에세이는 단비와의 이별을 준비하면서 쓰려고 했었다.

두어 달 전만 해도 단비는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노견이었다. 단지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렸을 뿐이다.

그런 단비를 물끄러미 보다가 '너와 이별을 준비하면서 글을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다짐을 지키기도 전에 단비는 급격히 안 좋아져서 지난 10월 28일, 우리를 떠났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집에 놀러 온 조카가 다시 물었다.


"이모, 이모는 봄비 엄마야?"


"응. 봄비는 태어나자마자 엄마랑 헤어졌어.

그래서 엄마가 없어서 이모가 엄마가 되어주기로 한 거야."


조카는 나의 대답을 받아들여서인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해사한 미소를 짓고 봄비를 따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봄비를 처음 만나게 된 건 2018년, '동물권단체 케어'의 페이스북 피드에서였다.

모란시장에서 팔릴 날만 기다리고 있던 2개월 된 강아지를 케어에서 구조해 왔다는 소식이었다.


 News one | [가족의 발견(犬)] 모란장날 거리에서 팔리던 강아지


어린 코순이는 단비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코순이의 입양처를 찾는 게시글을 한참 동안 보다가 남편에게 동의를 구하고 입양신청서를 작성했다.


심사를 거쳐 '합격'의 통보를 받은 우리는 코순이를 만나러 갔다.


단비와 산책을 잘 마친 코순이를 보고 비로소 우리와 함께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체에서 우리에 대한 심사를 마쳤지만,

단비는 코순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가장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반려견을 입양한다는 것은 함께 사는 가족의 동의뿐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의 동의까지도 필요하다.

결국 같은 공간에서 24시간을 온전히 함께 하는 것은 반려인이 아닌 반려동물이기 때문이다.


코순이는 우리 집에 오자마자 단비의 밥그릇에 있는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도리어 우리가 당황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코순이는 우리의 식구(食口) 봄비가 되었고, 나는 봄비의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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