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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roty Jan 03. 2024

김봄비를 소개합니다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여러개

'내동생' 이라는 동요가 있다. 제목은 생소하지만 가사를 들으면 알 법한 동요다.


"내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개

엄마가 부를 때는 꿀돼지, 아빠가 부를 때는 두꺼비, 누나가 부를 때는 왕~자님"


우리 가족은 동생을 모두 이름으로 불렀기에 이 가사가 한 번도 와닿았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요 근래 이 가사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봄비 때문이다.



먼저, 봄비의 입양 오기 전 이름은 '코순이'였다. 우리와 함께 살면서 '봄비'가 되었다. 단비의 동생이었고, 봄에 왔다고 하여 '비'돌림을 써서 '봄비'가 된 것이다.


봄비의 이름은 처음부터 여러 개는 아니었는데, 맨 처음 시작은 성을 붙이면서였던 것 같다. 단비는 아빠가 데려온 친구라 아빠의 성을 따서 '신단비'라고 불렀고, 봄비는 우리가 데리고 왔기 때문에 남편의 성을 따서 '김봄비'라고 불렀다.


그러다 어느 날, 개 이름이 음식명이면 더 오래 산다고 해서 '김치볶음비빔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김치볶음비빔밥'은 이름이 너무 긴 탓인지 오래가지 못했고, 봄비가 온 집안을 헤집어 놓고 다닌 날이면 '뽐!'이라고 외치던 것이 '뽀미'가 되고 '뽐삐'가 되었다.



3kg으로 우리 집에 온 봄비는 무럭무럭 자라서 지금 15kg이 넘는 커다란 귀염둥이가 되었는데, 옆으로 누워있는 날이면 정육점에 걸려있는 돼지고기 부위표 같은 모습이라 가끔 '귀여운 돼지고기'라고 부르며 노래도 만들어 불러주곤 한다.


"뽀미 뽀미 뽐뽀미~ 귀여운 돼지고기~"


남편은 봄비를 '개똥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이는 '봄비똥개'의 변주다. 우리는 이토록 다양한 이름으로 봄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곤 한다.


개를 키울 때 여러 개의 이름으로 부르면 개가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봄비가 어릴 때는 '봄비'라는 이름으로만 불러왔는데, 지금은 뭘로 불러도 본인을 부르는 것을 기똥차게 알아차리는 터라 마음 편히 부르고 있다.


봄비는 내가 남편을 이름으로 부를 때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편이 봄비를 부르는 소리에 '나 불렀어?' 하면서 달려 나온다.



봄비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모습이다. 본인의 모습대로 산다. 고구마를 달라고 칭얼거리고, 장난감을 던지라고 요구하고, 졸리면 푹신한 곳을 찾아서 잔다. 추구하는 것이 명확하다.


봄비뿐 아니라 우리도 다양한 이름으로 살고 있다. 가정이나 회사 등에서는 역할이나 직함으로 불리기도 하고, SNS에서는 계정명으로, 게임 내에선 닉네임으로 불린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가지 모습으로 산다. 그리곤 진짜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한다. 나의 본질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즉, '나다움'을 명확하게 정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질문 몇 개 (내가 좋아하는 음식 / 내가 좋아하는 일 /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대해서 물었을 때 바로 대답이 나오는 사람을 쉬이 보지 못했다. 나조차도 아직 '나다움'은 어렵다. 나는 봄비의 삶의 태도에서 '나다움'을 배운다. 그래서 생각한다.


“인생은 봄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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