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내 근육은 어디에

by Carroty

알람에 맞춰 눈을 떴지만,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전날 저녁부터 지속되던 근육통은 자고 일어나니 더 심해졌다. 온몸을 돌덩이로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고작 15분 동안 108배를 했을 뿐인데. PT로 전신운동을 50분 동안 실컷 하고 난 이틀 뒤처럼 온몸이 아팠다.


눈을 감았다 떴다. 한 시간이 지났다. 그렇게 몇 번 반복했고, 결국 난 열두 시가 다 되어서 일어날 수 있었다.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럴 때 좋구나, 안도를 했다. 하긴 출근해야 한다면 걷기고, 108배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일일 테니까. 돈이 없다는 것만 빼면 감사한 일이다.


어기적거리며 걸어 다녔고, 걸음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걸을 때마다 허벅지가 당겼고,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허벅지가 아팠다. 팔을 들어 올릴 때마다 손목을 돌릴 때마다 근육이 소리를 질렀다. 아, 너는 거기에 있는 근육이구나, 그동안 내가 너를 이렇게 안 썼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인바디 측정할 때마다 '표준 이상'으로 찍히던 골격근 중 '근'은 다 어디에 붙어있었던 걸까. 턱에? 종아리에? 오, 제발. 신이시여.


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도 힘든 지경이라 108배는 건너뛰고, 산책을 다녀왔다. 근육통이 있는 상태로 산책을 다녀오니 힘들었다. 50분 산책 가뿐하다고 했던 사람 누군가요, 어디 있나요. 정말 사람은 입을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 아니, 입보다 근육을 먼저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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