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너는 내가 죽기 딱 일주일 전에 떠나길

by Carroty

침대 옆에 누워 있는 반려견 봄비를 보며 남편에게 말했다.


"쟤 너무 귀엽지 않아?"


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남편의 말 한마디가 공기를 바꿨다.


"선영아, 나중에 쟤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남편의 말은 우리와 7년을 넘게 함께한 봄비가, 제 인생의 절반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그렇게 조용히 나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남편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무슨 마음인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이미 봄비가 없는 집에 들어서는 장면을 떠올린 나로서는 아랫입술을 깨물어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봄비는 남편과 내가 함께 데려온 아이였다. 3개월째로 추정되는 때에 데려왔으니 그 귀하다는 아가 시절부터 함께 했다. 성견이 되느라 장판이며, 방문, 싱크대까지 집 하나를 통째로 해먹은 대단한 개였다. 첫 번째 개는 아니었지만, 첫 번째 자식이었다. 원가족과 살 때 키우던 삐삐와 단비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연스럽게 애정의 크기가 달랐다. 그래서 봄비의 죽음은, 마음의 준비가 특히 어렵다.


봄비와의 이별은 3년 정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사랑하면서 동시에 이별을 연습했다. 하루가 지나면 하루만큼 마음의 방을 비워두려 애썼다. 그 시절의 하루하루는 죄책감으로 덧칠해 나갔다. 산책을 가지 못할 때마다 봄비의 눈빛이 내 마음을 건드렸다. 자유로워진 지금, 사죄의 의미로 봄비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있다. 산책할 때마다 부족한 반려인이라 미안함이 또 늘어가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에 감사하려 한다. 하루하루 조금 더 현명한 반려인이 되어가겠지, 그렇게 오늘도 고집을 부려본다.


"봄비야, 너는 내가 죽기 딱 일주일 전에 죽어야 돼. 그러니까 앞으로 50년 정도만 더 살아."


죽음 앞에서 어떤 게 가장 좋은 사랑표현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미 삐삐와 단비를 떠나보내고, 아빠도 떠나보냈지만 죽음 앞에서 후회가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오늘도 슬픔까지도 사랑하려고 한다. 고구마와 산책을 사랑하는 봄비가 누릴 수 있는 그 시간 충분히 함께 할 수 있게. 네가 우리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즐겁고 따뜻했다고 기억할 수 있도록. 우린 그 모든 시간이 행복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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