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견 루비

드라마

by Carroty

개가 주인공인 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내가 애써 꺼놓은 눈물 버튼이 눌릴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히 숏츠로 만나게 된 이 영화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니, 호기심이 이성을 이겼다. 유기견에서 구조견으로 변신한 루비의 여정이, 이미 그 자체로 한 편의 성장서사였다.


개를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였지만, 주인공이 난독증에 과잉행동 장애라는 설정이 있었다. 주인공은 8번의 시도 끝에 K-9 부대원이 되는 것에 성공한다.


- 제복만 빼고 모든 게 그대로야. 고참들은 마약 딜러의 현금을 압수하고 용의자를 잡는데 난 손놓고 앉아 있잖아. 벌써 몇 달째야, 계절이 변했다고.
- 신참이란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존재야.

구조견 루비 (Rescued by Ruby) | 캣 쉐어 | 넷플릭스


이 장면에서 나는 이 영화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좋은 영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매일 글을 써보기 시작한 지 두 달째, 아무것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서 답답한 내 심정을 주인공이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용히 다가와서 그에게 일침을 날리는 상사의 대사. '네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 단번에 뭔가 될 거라 생각했어?'라고 비웃음을 날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 스스로가 나를 할퀴고 있던 것이라는 것을 뒤이어 깨달았다. 글쓰기도 그랬다. 아직 내 차례가 오지 않은 듯 하지만, 그건 결코 멈춰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 루비는 어딨나?
- 저도 알고 싶어요. 종일 찾고 있습니다.
- 개는 좋으면 안 떠나는데
- 제가 다 망쳤어요. 압박감 때문에 루비를 믿지 않았어요. 제가 당한 걸 루비한테 했어요. 무시하고 모른 척 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살죠.
- 남들이 틀렸단 걸 증명하려고?
- 네, 맞아요. 내 능력을 보여주려고요. 책도 못 읽던 멍청한 과잉행동 장애아가 아니란 걸요.
- 그래서 증명했나?
- 네.
- 자신한테 말이야.
- 그럼요.
- 깜빡이 켜고 저 가게에서 세워줘. 길을 잃은 건 루비가 아니라 자네 같군.

- 루비, 어디 있니? 돌아와!
실망시킨 건 네가 아니라 나였어. 변해야 할 것도 나야.
난 믿음이 부족해. 진정한 믿음 말이야. 내 탓이야.

구조견 루비 (Rescued by Ruby) | 캣 쉐어 | 넷플릭스


내게 있어 루비는 나의 글과 같았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을 믿었던가, 나 스스로에 대해 확신이 있었던가 자문했을 때 믿음의 'Yes'를 날릴 수 없었다. 그동안 일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나에게 집중했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가 진정 원하는 성과에 집중했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나를 좀먹고 흔들고 망쳐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요 근래 '내면아이'에 관련된 책을 지속적으로 읽고 있는데, 나의 내면아이를 치료할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 나 스스로 믿음을 주지 않고, 내면아이를 고치고자 하는 것조차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여러 권의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나를 더 읽어야 했다. 이제는, 나를 믿는 법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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