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 책을 처음 펼칠 때, 나는 질투심에 가득 차 있었다. 단순하게 '젊은작가'는 나이로 봤을 때 '젊은' 작가를 말하는 것이라고, 어림잡아 20~30대의 젊은 작가들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인 '심사 경위'에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여실히 짚어주는 대목이 있었다.
이 상의 취지는 데뷔한 지 십 년이 지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소설 가운데 일곱 편을 꼽아 더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때의 젊음은 생물학적인 나이를 의미하지 않는다.
밀리의 서재 p.394 (종이책 p.338) /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백온유 외 | 문학동네
순간적으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해당 대목에 하이라이트를 쳤다. 내가 질투심에 휩싸여 있었던 이유는 나는 저물어가는 30대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등단'도 하지 못한 작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회가 있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차올랐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건강을 되찾고 나 자신을 재정비한 후 마흔 즈음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그간 해 온 일을 저버리고 나왔건만. 조바심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에, 어떤 작품이 수상한 건지 궁금한 마음과 배우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한 나 자신을 솔직히 마주할 수 있었다.
작가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을 드러내는 문장력, 자기만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자신만만한 기세, 동시대에 새롭게 던져지거나 모처럼 환기되는 질문,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감동과 재미까지 여러 기준이 치열하게 경합했다.
밀리의 서재 p.394 (종이책 p.338~343) /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백온유 외 | 문학동네
'심사 경위'에 위와 같은 문장이 있었는데, 다른 글보다 마음에 내려앉았기에 가져와보았다. 작가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저마다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작가의 노트와 평론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작품을 읽는 것도 좋았지만, 평론을 읽는 것은 또 새로운 경험이었다. 평론가는 작가보다 더 작품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 같았다. 작가의 세계 속에서 이야기를 써 내려간 또 다른 사람이 평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을 헐뜯는 것이 평론이라고 생각한 편견이 만든 어리석음이었다. 이 책은 그렇게 나의 '젊음'과 '평론'의 편견을 부숴버린 책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주류보다 비주류를 좇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은근히 손이 가지 않았던 경향이 있었다. 괜스레 '유행'을 타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더욱 반감이 느껴졌달까. 그런 나에게는 보지 않은 수많은 책을 비롯한 드라마, 영화가 내 앞에 숙제처럼 남겨져 있었다. 지금 이 시대를 읽기 위해 현시점에 소비되는 문화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는 것을 자꾸만 외면하고 있었다. 나의 선입견도 깨트렸다. 책을 꾸준히 읽었지만 여전히 작은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견문이 넓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해선 내가 가진 더 많은 편견과 선입견을 깨부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제목만 열 번은 넘게 읽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퇴사하는 회사 동료들이 추천해 준 드라마(미스터선샤인, 동백꽃 필 무렵, 갯마을 차차차, 나의 해방일지, 폭싹 속았수다, 더 글로리 등)를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