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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Sep 24. 2020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15

화성 시설물은 과연 몇 개일까?

화성은 성(城)과 성의 시설물로 구성된다. 그러나 시설물의 범위가 40개부터 90여 개까지 큰 차이를  보인다. 참 놀라운 사실이다. 왜 그럴까?


화성의 시설물은 과연 몇 개일까?


화성에는 다양한 시설물이 있다. 화성을 소개하는 여러 매체, 관리하는 기관의 자료, 또한 연구자들이 언급하는 숫자가 각각 다르다. 그래서 "40여 개의 시설물을 갖춘"처럼 적당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40개부터 90여 개까지 그 차이를 보면 더 놀랍다. 이래서 한국인은 통이 크다고 하나보다. 기준이 정립되지 않으면 오류가 퍼지게 되고, 연구의 첫걸음도 떼지 못할 것이다.


왜 이처럼 차이가 클까?

화성은 행궁이 있어 존재한다. 사진은 화성행궁의 주 공간인 봉수당(奉壽堂)이다. 봉수당도 화성의 시설물일까?

차이는 관점이 다른 데서 온다. 관점의 차이는 용어의 정의로부터 생긴다. 오늘의 주제는 "화성의 시설물"이다. "화성(華城)"과 "시설물(施設物)"에 대한 인식만 같이 한다면 문제없을 것이다. 


먼저, "화성(華城)"의 정의다.

"화성"은 크게 3가지가 있다. "화성시(華城市)"의 화성, "화성부(華城府)"의 화성, 그리고 어제성화주략(御製城華籌略)"의 "성화(城華)"란 용어의 화성, 3개이다.

화성을 소개하는 여러 매체마다 시설물 수가 다른 것은 "화성"과 "시설물"의 인식이 다른데 기인한다

화성시는 현재의 행정구역 이름이다. 화성부는 성역 당시 수원의 이름이다. 어제성화주략(御製城華籌略)에서 "성화(城華)"란 "화(華)라는 성(城)", 즉 화성을 말한다. 성화(城華)는 영어의 "Castle HWA" 혹은 "Fortress HWA"와 같은 체계다. 어제성화주략(御製城華籌略)은 정조가 발표한 화성 건설 기본 계획서이다.


"화성"은 이 셋 중 어느 것을 말할까? 행정구역을 말할까? 아니면 성(城) 이름을 의미할까? "화성의 시설물" 중 "화성"은 당연히 성(城) 이름 "화성"으로 봐야 한다. 지명이나 행정구역으로 본다면 행궁(行宮)의 전각, 사직단, 문선왕묘, 영화정 등 그 범위가 상당히 넓게 된다.

행궁(行宮)이 존재하므로 화성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행궁을 화성 시설물로 포함할 것이냐는 별도의 문제다.

다음은, "시설물(施設物)"의 정의다.

시설물"의 개념은 성(城)을 사용하거나 운용하는데 관련된 토목 또는 건축시설물을 말한다. 시설에 포함되는 전기, 기계, 통신, 소방시설은 당시에는 없었던 시설로 제외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화성의 시설물에는 주체가 되는 성(城) 자체와 여장(女墻)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한 시설물은 어디까지나 유형(有形)의 시설물이어야 하며, 무형(無形)의 것은 포함시킬 수 없는 것이다.

만석거(萬石渠) 인근 영화정 모습이다. 화성의 시설물 중 "화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포함 여부가 갈린다.

이제는 "화성 시설물"을 정하는 근거이다. 화성은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란 기록이 있기 때문에 가치가 높은 것이다. 규모, 방위, 토질 등과 마찬가지로 시설물도 "화성성역의궤"가 근거가 되는 것이 합당하다. 


성역 의궤 권수(卷首)에는 시일(時日), 좌목(座目), 도설(圖說)이 기록되어 있다. 시일(時日)은 공사일정이고, 좌목(座目)은 공사 조직이고, 도설(圖說)은 도면과 시방서이다. 장안문을 시작으로 성의 시설물 모두를 그림(圖)과 말(說)로 설명하고 있어 도설(圖說)이라 한다. 성역의궤는 건설 기록이고, 도설(圖說)은 성역의궤의 백미(白眉)다. 

용연(龍淵)은 방화수류정인 동북각루와 접해있다. 용연도 성의 시설물일까?

시설물의 근거로 도설에 기록된 그림과 글로 소개된 시설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도설은 유형별, 시설물별로 설명하고 있다.


원문(原文)의 단락(Paragraph)을 기준으로 시설물을 분류해 보면, 문 4곳, 옹성 4곳, 적대 4곳, 암문 5곳, 수문 2곳, 은구 2곳, 지(池) 3곳, 장대 2곳, 노대 2곳, 공심돈 3곳, 봉돈, 각루 4곳, 포루(砲樓) 5곳, 포루(舖樓) 5곳, 치(雉) 8곳, 포사 3곳, 성신사, 용연(龍淵), 용도(甬道)이다. 모두 19개 유형, 60개 시설물이다.


원문과 달리 한 것이 있다. 준천(濬川)은 개울 치기 작업으로 무형(無形)이므로 제외하였고, 서봉산 간봉(間烽)도 화성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제외하였다. 지(池)는 3곳에 5개인데 3곳으로 간주하였다. 남지(南池)가 상남지, 하남지 2지로, 동지(東池)도 상동지, 하동지 2지로 구성된 것으로 상하(上下)를 1곳으로 보았다.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의궤 도설(圖說)을 기준으로 화성의 시설물을 유형별로 분류한 표이다.

성 밖에 위치한 용연(龍淵)을 화성 시설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용연이 권수(卷首) 도설(圖說)에 기록된 점, 권 5(卷五) 실입(實入)에도 기록하여 성역에 포함시킨 점, 또한 정리의궤 병진년 3월 27일 "북암문"을 보면 "용연 머리에 있는 까닭으로 방화수류정에서 출입하는 길이었다"란 기록을 보면 용연도 엄언한 성역(城役)의 하나였고, 화성 시설물로 보는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


결론은 화성의 시설물은 19개 유형에 총 60개 시설물이다. 기본 중의 기본인 "화성 시설물의 범위"에 대해 정의해 봤다. 규모와 시설물에 대해 자세히 기록된 성역의궤(城役儀軌)를 통해 정조(正祖)의 편찬 의도를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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