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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Feb 16. 2022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86

동장대에서 좌(左), 우(右) 기준은 어디일까?

동장대는 화성 시설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그만큼 의궤 설명에 좌, 우, 좌우 표현이 많이 나온다


동장대에서 좌, 우 기준은 어디일까?


의궤에 동장대를 설명하며 방향이나 위치를 나타내는 "좌", "우" 용어가 특히 많이 나온다. 아마 시설물 중 가장 넓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좌, 우"가 표현된 문장 몇 개를 열거해 보자. 


"중대 좌우로 크고 붉은 외간 한 쌍을 세웠다"

"정면에 있는 칸의 너비 11척, 좌우 제1칸 너비 각각 9척"

"영롱장을 지나 아래로 상대(上臺)의 오른쪽에"

"중대(中臺)의 왼쪽에 각각 작은 문을 세웠는데"가 있다.


동장대 전체 설명에 "좌우" 표현이 9번, "오른쪽" 혹은 "왼쪽" 표현이 5번 나온다. 만일 기준을 잘못 알게 되면 동장대 답사 시 그 위치에 그 시설물이 없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좌, 우는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동장대에서 좌측, 우측의 기준은 무엇일까?

의궤에 동장대를 설명하며 "전체 개요, 하대, 중대, 상대, 내탁, 그리고 층장" 부분 6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답은 "기준이 2개 있다. 문제는 서로 정반대라는 것이다"

두 개의 기준을 찾아보자.


우선, 동장대에 대한 설명 체계를 살펴보자.

권수(卷首) 도설(圖說)에 동장대를 "개요, 하대, 중대, 상대, 내탁, 층장" 등 6개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층장(層墻)이란 위 면이 층(層)이 진 담장(墻)을 말한다. 동장대에선 긴 방향의 담장을 말한다.


의궤 설명 중 "좌우(左右), 좌(左), 우(右)" 표현은 하대에 1회, 중대에 1회, 상대에 5회, 층장에 7회가 나온다. 설명을 분석해 보니 기준이 둘로 나뉘고 있다.

층장(層墻)이란 동장대 긴 방향의 담장을 말한다. 위 면이 일직선이 아니고 경사에 따라 층이 져  층장이라 한다.

첫 번째 기준은 하대에서 상대를 올려다보는 기준이다. 


6개 부분 설명 중 "두 변째 기준을 적용받는 것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이 부분에 대하여는 하대(下臺)에서 상대(上臺) 쪽을 올려다보면서 서술하고 있다. 즉 아래에서 위를 보는 방향이 기준이다.  


예를 들면, "중대 좌우로 크고 붉은 외간 한 쌍을 세웠다"란 표현이 있다. 이 표현은 하대에 서서 중대를 올려다보며 중대에 세운 외간을 설명한 것이다. 외간은 높은 나무 깃대를 말한다. 


이처럼 "하대(下臺), 중대(中臺), 상대(上臺) 부분"에 표현된 "좌, 우" 기준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본 방향이다. 위쪽에 서서 아래쪽인 하대를 내려다보며 서술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느 분은 "좌우"는 대칭 표현인데 기준이 왜 필요하냐고 하신다. 그러나 대칭이라고 좌우와 같은 것은 아니다. "좌우 1칸"은 칸수는 같으나, 규격이나 마감, 용도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은 기준이다.

중대에는 좌우에 위간이 있고, 작은 문이 하나 있다. 작은 문의 위치는 중대의 왼쪽일까? 오른쪽일까?

두 번째 기준은 상대에서 하대를 내려다보는 기준이다. 


6개 부분 중 "층장(層墻)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맨 위쪽 문석대(紋石臺)에서 시작하여 아래로 내려오며 서술하고 있다. "층장 부분"은 담에 붙은 시설물, 그리고 담 밖의 시설물을 설명하고 있다. 층장에 나오는 좌(左) 또는 우(右) 표현 모두를 살펴보자.


"영롱장을 지나 아래로 상대(上臺)의 오른쪽에"

"중대(中臺)의 왼쪽에 각각 작은 문을 세웠는데"

"대의 오른쪽 작은 문 바깥에 또 5칸짜리 긴 행랑을 지어"


이 표현은  모두 위쪽 상대에서 아래쪽 하대를 보는 방향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 기준에 유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동장대를 방문할 때 정문을 통해 하대로 들어가는 일반적인 이동 동선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실제, 상대에 서서 보아야 방향이 정확하게 맞는다.

작은 문(小門)은 상대의 오른쪽에, 중대의 왼쪽에 보인다.

5칸 행랑채는 상대 오른쪽 작은 문 밖에 있다. 이 행랑채는 복원되지 않았으나 의궤는 물론 병풍도(사진)에 동암문 쪽으로 보인다.. 

화성 전체를 그린 병풍도에서 동장대 상대 작은 문을 나서면 행랑채가 있다.

같은 시설물에 정반대로 2개의 기준을 둔 것이 놀랍다. 기준을 잘못 잡으면 방향이 의궤 설명과 반대 방향이 되거나, 아니면 그 시설물이 그 방향에 존재하지 않는 황당한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중대의 왼쪽에 작은 문"은 위에서 아래로 보는 방향이다. 그런데 기준을 잘못 알고 아래에서 위를 보며 중대 왼쪽을 본다면 문이 안 보일 것이다. 그러면, "의궤가 잘못되었다"거나 "복원을 잘못했다"라 오해할 것이다. 


헷가리는 예로 "모두 공랑(空廊)으로 지은 4칸 좌 행각"이란 설명이다. 이는 하대에서 상대를 보는 기준이다. 층장에 붙어있다고상대에서 하대를보며 좌우를 판단하면 안 된다. 하대 양쪽의 ㅈ비과 출입문은 "하대" 부분에 속한다.

동장대 설명에서 내부는 아래부터 위로, 좌우 담에 붙은 작은 문 2개와 담 밖 시설물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서술하고 있다.

정리하면, 의궤 기록에 "좌, 우 기준"을 하나로 통일하지 않고, 정반대 방향 2개를 기준으로 하였다. 하나는, "하대, 중대, 상대 부분" 즉 담장 안의 시설에 대한 설명은 아래 하대에서 위 상대를 올려다보는 방향을 기준으로 하였다.


다른 하나는, "층장 부분" 즉 담장에 붙은 작은 문 2곳과 문 밖 시설물에 대한 설명은 반대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향이 기준이다. 특히 이 부분은 유의해야 한다. 답사자의 일반적 진행 동선과 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방향에 대한 바른 기준이 있어야 답사나 연구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만일 기준을 잘못 잡으면 엉뚱하게 의궤 오류나 복원 오류 탓을 하게 된다.


동장대 좌 우 방향 기준을 살펴보며, 당시의 기록 체계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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