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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May 30. 2022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92

[화성 문답] 문석대(紋石臺)는 동장대에 속할까?

문석대(紋石臺)는 동장대에 속할까?


동장대를 답사하거나 동장대도(圖)를 보면 아래로부터 하대, 중대, 상대, 문석대로 4개 대(臺)가 차례로 있다. 이렇게 돌로 평평한 땅을 여러 개 만든 것은 동장대 터가 원래 상하좌우로 경사진 땅이었기 때문이다.


대(臺)란 시설물을 짓거나 혹은 어떤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주변보다 높은 평평한 땅을 말한다. 지형이 평평하지 않아 정리한 상태로 보면 된다.


하대(下臺)에는 출입문과 경사로인 와장대가, 중대(中臺)엔 두 개의 외간과 상대로 오르는 돌계단(步石)이 있다. 상대(上臺)에는 군사 지휘소인 큰 건물(大廈)이 세워져 있다.


건물 뒤 문석대에는 위에 영롱장(玲瓏墻)이라는 담장이 있고, 성과의 사이에 작은 터가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터의 가운데는 작은 단(小壇)이 놓여 있다. 또한 성 위에는 특별히 벽돌로 만든 여장이 설치되어 있다.


여러 대(臺) 중 맨 위 문석대에서 성까지의 반달 모양의 공간이 논란의 대상이다. 이 공간이 동장대에 속한다는 견해와 속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석대 위 공간이 동장대에 속할까? 아닐까?

동장대는 원래 터가 전후좌우로 경사진 땅이라 3개의 대(臺)를 만들었다.

답(答)은 "동장대에 속하지 않는다"이다.


이유를 살펴보자.

근거는 의궤 도설(圖說) "동장대 설명(說明)"과 권수(卷首) "성지전국(城之全局)"에 있다.


첫째, 이 공간이 "성의 내탁(內托)"으로 기록되어 있다.

의궤에 문석대에서부터 성까지의 공간을 "뒤로 성체는 활을 편 것과 같이(後面城體如長弓) 생겼고, 내탁에 이어서(因其內托), 문석대를 쌓았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내탁에 이어서 문석대를 쌓았다"라는 기록은 바로 성과 문석대 사이의 공간이 "내탁(內托)"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성의 내탁(內托)"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둘째, 동장대는 "재성신지내(在城身之內) 시설물"로 분류된다.

의궤 성지전국(城之全局)에 동장대는 "성 안에 지은 시설물"로 분류하고 있다. 의궤 용어로 "재성신지내(在城身之內) 시설물"이다.   


이 말은 문석대 너머 성은 인위적으로 돌출시켜 만든 성, 즉 곡성(曲城)이 아니고, 자연지형에 쌓은 성, 즉 원성(元城)이라는 의미이다. 원성에 붙은 성 안쪽 공간을 내탁이라 함으로 이 공간은 "성의 내탁(內托)"임이 분명하다.

동장대는 의궤에 "성 안에 있는 시설물"로 분류하고 있다. 

셋째, 의궤에 이 공간을 동장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의궤에 동장대를 설명하며 "대를 3층으로 쌓았는데(築臺三層) 건방(乾方)을 등지고 손방(巽方)을 향하였다"라 하였다. 동장대가 하대, 중대, 상대로 3층임을 말해준다.


만일 문석대에서 성까지의 공간이 동장대에 속한다면 "대를 3층으로 쌓았다"가 아닌 "4층으로 쌓았다"라고 기록했을 것이다.


이상 3가지 근거가 문석대 위 공간이 동장대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해 주고 있다. 동장대와 별개의 내탁부이다.


그러나 이 공간 내의 여러 시설이 동장대와 관련된 연속적인 공간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하나는, 이 공간을 둘러싼 담장이다.

이 공간의 담장은 매우 특별하다. 전면은 아주 특별히 아름답게 디자인한 영롱장(玲瓏墻)을, 좌우면은 층장(層墻)으로, 후면 성 위에는 돌이 아닌 벽돌로 여장을 설치하였다. 이로 인해 좌우의 내탁과 단절된 공간을 형성한 것이다.

건물 뒤 문석대와 성 사이에는 별도의 공간이 형성되어 있다. 이 공간은 엄연히 성의 내탁이다.

다른 하나는, 이 공간 내 여러 시설이다.

여러 시설이 다른 내탁과 전혀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내탁부로 오르는 통로는 중앙, 좌, 우에 보석(步石)을 설치한 3 계단 형식이다. 그리고 한가운데에 작은 단(小壇)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내탁 좌우 끝에는 특별하게 조경수가 심어져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3계단 형식, 작은 단(小壇) 설치, 내탁 안 조경수는 모두 이곳이 유일하다. 이런 특징은 이곳이 장수(將帥)나 왕(王)이 사용하는 공간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담장에 막혀 좌우 원성과 단절되었다는 점은 이곳이 보초만 서는 내탁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공간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 공간은 동장대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문석대 위 공간은 성(城)의 내탁(內托)"이다. 즉 동장대에 속하지 않는다. 이 정의(定義)는 변할 수 없다. 하지만 사용 측면에서 보면 이 공간은 3곳의 계단으로 소통하는 동장대와 더 긴밀한 연속성이 있다. 

성의 내탁이지만 3곳의 돌계단, 2개의 조경수, 작은 단, 그리고 영롱장, 층장, 벽돌 여장이 설치된 특별한 공간이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정의(定義) 측면으로는 성(城)의 내탁(內托)이나, 사용 측면으로 보면 동장대 전용 공간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서장대에도 곁에 서노대(西弩臺)를 두어 9층 돌계단(設九層石梯)과 1척 높이의 단(又築方臺 高一尺)을 설치했다. 동장대가 4층 돌계단(設步石四層)과 높이 1척의 단(墻內小壇 高一尺)을 둔 것과 같은 형식이다.

서장대 설치 목적인 장수(將帥)와 왕(王)이 사용하는 전쟁 지휘소 개념도 동장대와 같다.


동장대 문석대 위 공간에 대해 정의(定義) 해 보며 정조(正祖)의 장대(將臺) 사랑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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