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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May 02. 2022

88 성 높이는 어디서 어디까지일까?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88

성 높이 기준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일까?


화성은 성(城)과 시설물(施設物)로 구성된다. 시설물은 19개 유형에 60개 시설물이고, 성은 원성(元城)과 곡성(曲城)으로 나뉘고 있다. 의궤(儀軌)에 화성의 전모를 여섯 가지 특징으로 나누어 언급하고 있다.


첫째, 전체 형국은 만년의 금성탕지이다(萬年金城湯池)

둘째, 산이 많아 안팎으로 성을 쌓는 협축으로 하지 않고 내탁으로 하였다(不用夾築 天作內托)

셋째, 모두 돌로 쌓았다(皆以石築)


넷째, 성밖에 자연 도랑이 있어 호참을 설치하지 않아도 저절로 성 구실을 할 수 있다(有自然深溝 足以隨地固)

다섯째, 성을 쌓는 제도는 허리가 약간 잘록한 홀(笏) 모양으로 하였다(城身自成圭形)

화성의 성은 원성과 곡성으로 구성된다. 의궤에서 성의 길이에 옹성과 용도를 제외하였다.

그리고 끝으로, 성(城)의 여러 규격을 언급하고 있는데,

"높이는 2장(準二丈), 두께는 아래는 5장, 위는 3장(下可五丈 上收可得三丈), 전체 둘레는 27,600척임으로 4,600보가 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성 두께는 성석(城石)과 내탁(內托)을 합한 두께이고, 성의 총길이는 원성(元城)과 곡성(曲城)을 합한 길이임을 밝히고 있다. 성 길이에 옹성(瓮城)과 용도(甬道)는 제외하고 있다. 이유는 의궤에 옹성과 용도를 성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 높이 기준에 대해 구체적 설명이 없다. 성을 성 밖에서 보면 아래에서부터 성석(城石), 미석(眉石), 여장(女墻)이 보인다. 성터 기초는 땅속이라 보이지 않는다. 


과연 "성 높이(城之高) 기준"은 어디서 어디까지일까?

특히, 높이에 미석(眉石)이 포함될까? 아닐까?

성은 아래로부터 성신(城身), 미석(眉石), 여장(女墻) 순으로 보인다.

답(答)은 "지면(地面)에서부터 성 돌(城石)이 끝나는 지점까지"이다. 따라서 미석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유를 찾아보자., 


기록으로 명확한 설명은 찾을 수 없으나 미석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몇몇 시사점이 있다. 의궤 도설(圖說) 성지여첩(城之女堞) 편을 보자.


첫째, 미석에 대해 "체성 위(體城上)에 미석을 물리었는데 마치 처마 모양처럼 되었다(以象簷形)"라는 기록이 있다. 원본에서 미석의 위치를 "체성상(體城上)", 즉 "체성 위에"라 하였다. 이 말은 "체성은 미석 아래까지"라는 의미이다. 체성과 미석을 구별한 것이다.


둘째, 여장을 설명하며 "미석 위에 장대를 설치(眉石上鋪墻臺)하고 장석을 붙이었다(仍附墻石)"라고 기록하였다. "장대를 설치한 지점이 미석 위"라 한 말은 "여장이 미석 위부터" 시작됨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장대(墻臺)는 여장 돌(墻石) 쌓기의 밑바탕 긴 돌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체성(體城)"이 "성(城)"과 같은 말이냐를 확인하면 된다. 

의궤에 체성 위에 미석을 설치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화성성역의궤 건축용어집에서 "체성"에 대해 "성벽의 몸체 부분으로 성곽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구성 요소이다"라 하였다. 여기서 "성벽의 몸체"는 바로 "성신(城身)"이다. 또한 화성의 성 모양에 대해 "화성의 성신은 모양이 규형이다(城身自成圭形)"라는 기록이 있다. 규형 모양을 형성하는 부분이 성신이고, 지면에서부터 미석 밑까지를 말하는 것이므로 성신은 성(城)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땅속 성터 기초는 "성근(城根)" 즉 "성의 뿌리"란 용어를 사용하므로 "성신(城身)"과 확실히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땅속에 있는 성의 기초 부분은 성 높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결론은 "성 높이 기준은 지표면에서부터 미석 아래까지"로 정의할 수 있다. 땅속에 있는 기초 두께와 위 쪽의 미석 두께는 성 높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늘의 주제는 여기서 끝내고 "미석 재료"에 대해 살펴보자.  

성과 여장 사이에 밖으로 돌출된 미석의 재료는 돌이다.

미석 재료를 특별히 살피는 이유가 있다. 현재 화성에는 돌로 만든 미석과 벽돌로 만든 미석이 모두 설치되어 있어 탐방객들이 혼란스러워하시기 때문이다. 미석 재료는 돌일까? 벽돌일까? 아니면 혼용(混用) 했을까?


먼저, "미석(眉石)"이란 용어에서 재료가 돌임을 알 수 있다. 미석에서 "석(石)"은 "돌"을 말한다. 만일 벽돌로 미석을 만들어 사용했다면 "미전(眉甎)" 또는 "미벽(眉甓)"이란 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구조로 보아도 돌이어야 한다. 미석은 두께가 3치(寸)에서 5치 사이이다. 얇은 판으로 된 미석은 그 위에 설치된 여장의 하중을 장기간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돌이어야만 된다. 벽돌 재질로는 견디기 힘들 것이다.


이런 내용은 지금 누구나 직접 확인할 수 있다. 70년대 복원공사 시 많은 구간에서 미석 재료로 돌 대신 벽돌을 사용하였다. 아마 얇은 판형의 돌로 가공하는 것이 공사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재 균열이 가고 깨져나간 구간이 복원 당시 벽돌을 사용한 구간이다. 보기도 흉할 뿐 아니라 부실시공했다고 당시 장인(匠人)이 오해받는 형국이다.   


동장대 뒤 여장처럼 여장(女墻)이 벽돌 여장이라 해도 미석은 돌로 만든 미석이어야 한다. 미석 재료는 돌이어야 여장 하중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70년대 복원 시 돌 대신 사용한 벽돌 미석은 현재 모두 균열이 생기고 깨져나간 상태이다. 

오늘 성 높이 기준을 알아보며 미석은 성(城) 높이에도, 여장(女墻) 높이에도 포함되지 않음을 알았다.


또한 미석은 두께가 4치(寸)인데, 성면(城面)에서 3치(寸)가 눈썹처럼 돌출되어 있다. 미석의 기능에 대해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물끊기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것은 일부일 뿐이다.


그러면 무슨 역할을 했을까? 더 중요한 목적은 성(城)의 단조로운 면(面)에 긴장감(Feeling of Tension)을 주기 위한 심리적 미적 요소로 사용한 것이다. 변화(變化), 단락(段絡), 강조(强調), 명암(明暗) 등 미적 요소를 더해주고 있다.


미석이 없는 성(城)을 상상해 보라. 시집가는 새색시가 연지곤지도 없고 눈썹도 민 모습일 것이다. 

3치(寸) 만큼 돌출한 미석은 단조로운 성면(城面)에 다양한 아름다운 요소를 더해준다.

세 치(寸) 돌출로 미학적(美學的) 완성도를 이뤄낸 미석(眉石)은 정조(正祖)가 선사한 화성(華城)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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