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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May 16. 2022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90

쇠살문(鐵箭門)-전편 : 어떻게 개폐(開閉)했을까?

쇠살문(鐵箭門) 전편 : 어떻게 개폐(開閉)했을까?


수문은 안팎이 개방된 곳으로 적군의 침입에 특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책으로 적을 향한 벽을 두꺼운 벽돌 첩(甓堞)으로 하여 대포를 배치하였고, 수문에는 쇠살문을 설치하였다.


"쇠살문"은 "철전문(鐵箭門)"의 우리말이다. 화살(箭) 모양의 쇠(鐵)로 만든 문(門)을 말한다. 누구나 의궤 그림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수문에 가로 세로로 엮어 만든 문을 설치한 것이다.


의궤에 화홍문을 "다리 아래 7개의 홍예(橋下七虹蜺)에 각각 쇠로 만든 살문을 설치(各設鐵箭門)하였다. 줄로 양쪽 문짝을 걸어 당겨서 다리 위 구멍(石眼)까지 꿰뚫고 지나가게 하였으며 거기에다가 고리를 설치하고 자물쇠를 달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설치만 한 게 아니라 다리 위에서 쇠사슬을 당겨 문을 열기도 하고, 내려서 닫기도 한 모양이다. 평시에는 문을 열어두고, 전쟁 중에는 문을 닫아 적군이 수문으로 침입하지 못하게 한 것 같다.


하지만 철전문은 복원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그림과 설명만으로 문을 열고 닫는 기능까지 알기에는 아리송한 게 사실이다.


철전문(鐵箭門)은 어떻게 작동할까?

화성의 수문에는 바깥쪽을 향해 쇠살문을 설치해 적군의 침투를 막았다.

답(答)은 쇠살문(鐵箭門), 상층철전(上層鐵箭), 석안(石眼)에 있다.

이 셋이 쇠살문 개폐 메커니즘의 핵심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 핵심은 철전문의 크기이다.

홍예 모양의 수문은 화홍문이 7개, 남수문이 9개이다. 쇠살문은 화홍문에 14짝(척, 隻), 남수문에 18짝이 투입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수문 1곳에 문 2짝씩 설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쇠살문 1짝의 너비는 수문 너비의 최대 2분의 1이 될 것이다. 


또한 의궤에 "줄로 양쪽 문짝을 걸어 당겨(以索鉤引兩扉) 다리 위의 구멍까지 지나가게 하였으며(貫出橋面石眼) 거기에다가 고리를 설치하고 자물쇠를 달았다(施環加鎖)"라 하였다.


"쇠사슬로 문짝을 걸어 당겼다"는 말로 보아 쇠사슬을 위로 당겨 수문을 열어두고, 쇠사슬을 내려 수문을 닫아둔 것으로 보인다. 즉 쇠살문은 상하(上下) 개폐 방식이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쇠살문 높이는 수문 높이의 최소 반(半) 정도가 될 것이다.


단순한 크기가 무슨 비밀병기일까?

크기 중에서 "절반 높이"가 핵심이다. 만약 쇠살문 높이가 수문 높이와 같다면 쇠살문이 오르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쇠살문 높이를 수문 높이의 절반 정도로 설계한 것이 개폐 메커니즘의 첫 번째 비밀병기이다. 

아래쪽 돌출된 돌은 쇠살문이 놓이는 지도리 돌이고, 문 높이는 수문 높이의 절반 정도 크기였다.

두 번째 핵심은 위층 쇠살(上層鐵箭)의 존재이다.

의궤 용어 "상층철전(上層鐵箭)"이란 쇠살문 위층(上層)에 설치된 쇠살(鐵箭)이란 뜻으로 우리 말로는 "위층 쇠살"이 된다. 곧 밝히겠지만 이것이 없으면 개폐가 성립되지 않는다.


철전문 높이는 수문 높이의 절반 정도이다. 그러면 나머지 절반 위 부분은 개방된 상태가 된다. 이 부분은 적군이 침입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 바로 "위층 쇠살"이다.


위층 쇠살은 문의 상하 이동을 감안해 쇠살문과 조금 떨어져 앞쪽에 설치하였다. 가로 살을 걸치고 그 위에 수직 살을 붙여 고정하였다. 수문 좌우 벽에 남아있는 사각형 구멍이 가로 살을 설치하기 위한 구멍으로 보면 된다.


가로 살 1개에 수직 살은 화홍문에 8개, 남수문에 6개로 합하면 각각 9개, 7개(9개의 78%)가 된다. 수문 개수를 곱하면 각 수문에 63개씩 사용된 것이 된다. 의궤 기록 63개와 일치한다. 수문 1곳당 남수문이 2개 적게 사용된 것은 수문 너비가 화홍문에 비해 작기(78%) 때문이다. 공평하고 수학적인 설계이다.


이처럼 "위층 쇠살 존재" 자체가 비밀병기이다. 만약 "위층 쇠살"이 없다면 쇠살문으로 수문을 봉쇄해도 뻥 터진 위 부분으로 적군이 침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위층 쇠살"을 설계한 것이 상하 개폐 메커니즘의 두 번째 비밀병기이다.

바닥에 보이는 것이 쇠사슬이 통과하는 구멍인 석안(石眼)이다. 다리 아래 쇠살문을 쇠사슬로 연결해 다리 위에서 끌어올려 개방하였다.

끝으로, 다리에 뚫은 구멍(石眼)의 위치이다.

"석안"이란 돌다리(石橋) 바닥에 뚫은 구멍을 말한다. 쇠살문을 올리고 내리는 쇠사슬(大沙瑟)이 통과하는 구멍이다. 쇠사슬을 쇠살문에 연결해 당겨 올리는 것이다. 수문 1곳에 구멍 1개씩이다. 


키포인트는 구멍의 구조에 있다. 구멍 위치가 쇠살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쇠살문 위치에서 뒤로 물러선 위치이다. 구멍 내부 경사가 대략 60도 정도이다. 육안으로도 경사를 볼 수 있다.


이유는 대포(大砲)를 쏘기 위해 설치한 두꺼운 벽돌 첩(甓堞)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더 큰 필연성이 숨어 있다.


좁은 구멍을 왜 까다롭게 경사로 가공했을까?

왜 구멍과 문의 위치가 일치하지 않을까? 

수문에서 육안으로 보면 60도 정도의 각도로 경사지게 구멍을 뚫었다.

답(答)은 "일치시키면 쇠살문을 들어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문과 쇠사슬을 일치시킨다면, 병사가 쇠사슬을 잡아 올려야 문이 올라온다. 반면에 조금 뒤로 물러나 경사진 구멍으로 한다면, 쇠사슬을 잡아당겨야 문이 올라오게 된다. 


이 두 가지 동작, 즉 "잡아 올리는" 동작과 "잡아당기는" 동작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공간(Space)과 힘(Force)에서 차이가 있다. 현실로 말하면, "병사 1명"과 "병사 여러 명"의 차이이고, "팔 힘"과 "온몸 힘"의 차이가 된다. 줄다리기를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1명의 팔 힘"으로는 쇠살문을 올릴 수 없다. 그러나 뒤로 물러나 경사지면 줄다리기처럼 "여러 명이 온몸의 힘"을 쓰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석안(구멍)을 뚫은 각도를 경사지게 설계한 것이 개폐 메커니즘의 세 번째 비밀병기이다.

수문에서 쇠살문은 적군의 침투를 막는 역할을 했다. 지금은 백로가 화홍문을 지키고 있다.

정리하면, 쇠살문을 개폐할 수 있었던 핵심은 첫째, 철전문 높이를 수문 높이의 절반으로 한 것. 둘째, 개방된 철전문 위 부분을 "상층철전(上層鐵箭)"으로 막은 것. 셋째, 석안(石眼)을 철전문에서 뒤로 물러나 뚫은 것이다.  


화성 수문(水門)의 쇠살문(鐵箭門)에서 개폐를 가능하게 한 3가지 비밀병기를 밝혀보며 정조(正祖)의 과학 정신을 엿보았다.


다음 편에는 "모든 수문을 열고 닫았을까?"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뜻밖의 사실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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