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강웅 Nov 16. 2020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24

"초(譙)"는 어떤 시설물일까?

방화수류정으로 불리는 동북각루는 원성일까? 곡성일까? 어느 곳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초(譙)"는 어떤 시설물일까?


화성의 시설물은 19개 유형에 60개 시설물이다. 19개 유형을 보면, 문, 옹성, 적대, 암문, 수문, 은구, 지(池), 장대, 노대, 공심돈, 봉돈, 각루, 포루(砲樓), 포루(舖樓), 치(雉), 포사, 성신사, 용도(甬道), 용연(龍淵)이다.  이는 의궤 도설(圖說)에 기록된 시설물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같은 도설 "성지전국(城之全局)"에 성 둘레가 4,600보인데 이 안에 '문이나 초, 치, 포, 대, 돈' 등이 차지하고 있는 땅이 635보 4척이고, 이 밖에 원성이 3,964보 2척이다"라고 곡성(曲城)과 원성(元城)의 규모를 설명한다. 이 기록이 아주 중요한 것은 곡성에 포함되는 시설물과 포함되지 않는 시설물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용어해설집에서 초(譙)를 보면 "성 위의 문루나 망루", "성곽의 문루 또는 망루의 총칭"이라 설명한다. 특정하기 어려운 해설이다.

 이처럼 곡성(曲城)을 설명하며 "문(門), 초(譙), 치(雉), 포(舖), 돈(墩), 대(臺)"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중 낯선 용어가 하나 있다. 바로 "초(譙)"란 명칭이다. 의궤 도설(圖說)의 그림이나 설명 어디에도 없는 시설물 이름으로 유일하게 여기에 단 한번 나온다.


"초(譙)"는 어느 시설물을 말할까?


성역의궤 번역본과 함께 발간된 용어해설집에는 "초(譙)"를 "성 위의 문루나 망루", "성곽의 문루 또는 망루의 총칭"이라 설명한다. 포털에는 "궁문 또는 성문의 바깥문 위에 지은 다락집"이라 나온다. 이들의 정의로 보면 "초"는 문루나 공심돈일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전적 설명으로 화성 시설물 중 어느 유형이라고 확정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곡성의 규모 수치를 제외하며 범위를 좁혀 보니 초(譙)는 포루(砲樓)일 가능성이 커졌다.

다른 방법을 통하여 의궤 상 어느 시설물인지 확인해보자. "성(城) 전체에서 '문, 초, 치, 포, 돈, 대'를 구성하는 곡성의 터가 635보 4척이다"라는 기록에서 시작해 본다. 여기에 기록된 6개 유형의 시설물 중 초(譙)를 뺀 5개 유형의 시설물을 확정하면 남은 시설물이 초(譙)가 될 것이다.


5개 유형을 보면 문(門)은 문, 암문, 수문이고, 치(雉)는 치가 해당되고, 포(舖)는 포루(舖樓)이며, 돈(墩)은 공심돈과 봉돈이 해당되고, 대(臺)는 적대, 장대, 노대가 해당된다.


이렇게 5개 유형의 시설물을 모두 지워보니 남는 시설물이 유일하게 포루(砲樓)이다. 포루(砲樓)가 초(譙) 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북공심돈, 서북공심돈, 남공심돈은 돈(墩)이지만 곡성을 말할 때는 동북공심돈은 제외한다. 이유는 성 안에 위치한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확정과 별개다. 수치를 활용하여 검증을 해보자. 다시 의궤 기록으로 돌아가면 "곡성의 총규모는 '문, 초, 치, 포, 돈, 대'의 합으로 635보 4척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전체 6개 유형의 길이의 합 635보 4척에서 초(譙)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유형의 길이 합을 뺀 길이가 포루(砲樓)의 길이와 일치하면 초는 포루(砲樓)임이 증명이 되는 것이다.


먼저 초(譙)를 제외한 5개 유형인 "문, 치, 포, 돈, 대"의 규모를 합계해 보자.

문(門)은 문 4곳, 암문 5곳, 수문 2곳으로, 합 150보 3척,

치(雉)는 치성 8곳으로, 합 130보,

포(舖)는 포루(舖樓) 5곳으로, 합 85보 2척,

돈(墩)은 남공심돈, 서북공심돈, 봉돈 모두 3곳으로, 합 72보 4척,

대(臺)는 적대 4곳, 동북노대 1곳으로, 합 105보가 된다.

이상의 5개 유형 32개 시설물을  모두 합하면 총 533보 3척이다.


돈에 동북공심돈, 대에 서장대, 동장대, 서노대가 제외된 이유는 이 시설물은 곡성도 아니고 원성도 아닌 "성 안에 설치된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시설물이 곡성에 해당되는지 아닌지 구분이 중요한 것이다. 

곡성의 총규모는 "문, 초, 치, 포, 돈, 대"의 합으로 635보 4척이다. 물론 성 안에 설치된 시설물은 제외된 것이다.

총 6개 유형의 곡성 합계 635보 4척에서 5개 유형의 곡성 합계 535보 3척을 빼면 102보 1척이 된다. 이것이 "초(譙)"의 규모다. 이 수치가 5개 포루(砲樓)의 합계와 일치하는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화성에서 포루는 모두 5곳이다. 포루(砲樓)의 규모는 의궤 도설에 각 포루 별로 기록되어 있다. 이를 찾아보면, 북동포루 21보 1척, 북서포루 22보, 서포루 18보 4척, 남포루 20보 3척, 동포루 20보이다. 포루 전체의 규모는 포루 5곳 합으로 102보 1척이다. 이것이 포루 전체의 규모다.

"초(譙)"는 화성 시설물에서 "포루(砲樓)"를 말하고 있음을 수치로 밝혔다.

초(譙)의 규모와 포루(砲樓)의 규모가 일치하면 가능성이 확정으로 바뀌게 된다. 초(譙)의 규모는 102보 1척이고, 포루(砲樓)의 규모는 102보 1척이다. 정확히 일치한다. 따라서 의궤에 단 한번 나오는 용어 "초(譙)"는 포루(砲樓)로 확정할 수 있게 된다. 화성성역의궤 용어해설집의 설명은 오히려 읽는 사람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결론으로 "초(譙)"는 화성 시설물에서만은 "포루(砲樓)"를 의미한다


비록 사용 용어는 달라도 수치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도록 한 시설물 용어 "초(譙)"를 통하여 정조(正祖)의 성역의궤(城役儀軌) 편찬 의도를 엿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2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