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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Dec 08. 2020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28

화성은 모두 내탁(內托)일까?

성 안에서는 성은 안 보이고 여장과 내탁만 보인다. 내탁(內托)은 성에 붙인 흙더미를 말한다. 화성은 모두 내탁일까?


화성은 모두 내탁(內托)일까?


성을 쌓는 방식에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다. 순천 낙안읍성은 성의 안쪽과 바깥쪽을 모두 돌로 성을 쌓았다. 성에 올라 안팎을 보면 양쪽 모두 돌로 쌓은 성이 보인다. 만리장성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식을 "협축(夾築)"이라 칭한다.


다른 방식은 수원 화성과 같은 경우로 밖에는 돌로 성벽을 쌓았고 안으로는 자연 그대로 산에 의지하거나 인공으로 흙을 쌓아 버텨주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내탁(內托)"이라 한다. 협축과 내탁은 성(城)을 구분하는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의궤에 "우리나라의 많은 성터는 산등성이와 산기슭을 타고 쌓아 있다. 이런 까닭에 자연지형을 이용하여 쌓아 비용이 들지 않고서도 자연히 성이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굳이 안팎으로 쌓을 필요가 없다. 이렇게 성 쌓는 제도가 다른 것은 지세(地勢)에 따라서 이용하는 효과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하며, 화성은 내탁임을 밝히고 있다.  

낙안읍성의 모습으로 성 밖은 돌로 쌓은 성면(城面)이 보인다. 초가지붕이 보이는 성 안도 돌로 쌓아 있어 안팎이 돌이다. 이런 형태를 협축(夾築)이라 한다.

과연 화성은 모두 내탁 형식의 성일까?


산상동성과 산상서성은 산상성(山上城)으로 성의 안쪽을 산에 의지하여 만들었으므로 쉽게 내탁 방식임을 알 수 있다. 평지성(平地城)인 평지북성도 안쪽에 흙을 쌓아 붙여 놓았으므로 내탁 방식은 마찬가지다. 기록으로도, 현재 상태로도, 화성은 모두 내탁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그런데 화성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 화성에도 협축의 성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2곳을 지정했는데 하나는 용도(甬道)이고, 다른 하나는 남암문(南暗門)이다. 특정하는 이유는 "용도를 보면 만리장성과 같은 형식으로 가운데에 길이 있고, 양쪽이 성이기 때문에 안팎이 모두 돌로 쌓은 성"이라는 의견이다. 그리고 "남암문에 대한 의궤 설명에 내외협축(內外夾築)이라고 '협축'이란 기록이 있다"는 이유다.

평지남성은 복원이 안 된 상태이고, 평지북성에는 사진과 같이 내탁이 복원되어 있다. 

남암문과 용도는 협축일까? 내탁일까?


먼저, 용도(甬道)에 대해 살펴보자.

결론을 먼저 말하면 용도는 성(城)이 아님으로 협축이냐 내탁이냐를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 성이 아니라는 근거는 다음 3가지이다.


첫째, 화성의 산상성은 높이가 16척이어야 하는데 용도는 2척 미만의 석축만 있다. 이 석축은 여장의 기반석일뿐 성(城)으로 보지 않는다. 의궤에도 "산 위의 3면에 돌로 성가퀴를 쌓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여장만 쌓았음을 확인해주는 것으로 용도(甬道)는 성(城)이 아니라는 증거다.


둘째, 의궤에 성 길이의 통계라든가, 여장의 자료에서도 성의 길이 얼마, 용도 길이 얼마 식으로 용도를 명확히 분리해 기록하고 있다. 용도를 성과 동일하게 보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셋째, 용도(甬道)라는 명칭 자체가 길(道) 임을 말해준다. 만일 성이라면 "용성(甬城)이라 기록했을 것이다. 용도는 어원 자체가 주변보다 솟아(甬)있는 길(道)인 것이다.

용도(甬道)의 바깥을 보면 여장 밑으로 2척 미만의 기반석만 있다. 이는 성(城)이 아니다.

이처럼 명칭, 의궤 내용, 의궤 기록, 실제 구조 등이 용도는 성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용도를 협축이냐 내탁이냐 구분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남암문(南暗門)에 대해 살펴보자.

화성에 암문은 5곳으로 규모는 동암문 1보 2척, 북암문 1보, 서암문 1보 1척, 서남암문 1보 2척, 남암문 3보로 전체가 7보 5척이다. 이상 암문은 모두 곡성(曲城)에 해당된다.


암문은 평시에는 서민의 통로이고, 전시에는 숨겨진 비상통로 역할을 한다. 사람이 드나드는 문이기 때문에 암문 구조는 성의 바닥 레벨부터 성의 윗면 레벨까지 사이에 설치된다. 아쉬운 것은 남암문은 미 복원 시설물로 실물이 없으므로 의궤 도설(圖說)의 남암문도(南暗門圖)를 통해 살펴보아야 한다.

남암문도(南暗門圖)를 살펴보면 분명히 내탁이 없는 협축의 곡성이다. 내도(內圖)는 성 안에서 본 모습을 말한다.

그림을 살펴보면 적어도 암문 폭인 너비 3보(3.5미터)는 성 안쪽에 흙을 붙이지 않았음이 명확하다. 내탁과 협축의 분류는 성을 쌓는 구조에 의한 분류이므로 구조로 보면 협축이라는 의견이 맞는 셈이다. 이는 문이라는 특성 때문에 흙을 쌓을 수 없었던 것이지 원래부터 협축 형식의 성울 쌓으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협축은 협축이다. 협축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화성은 모두 내탁 형식으로 쌓았다는 그간의 통설은 깨진 것이다. 남암문은 문(門)이지 성(城)은 아니지 않느냐는 이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암문은 어디까지나 곡성(曲城)에 속한다. 화성의 성은 원성과 곡성의 합으로 4,600보를 말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근거로 나머지 암문도 모두 협축이 된다. 뿐만 아니라 대문 4곳, 수문 2곳도 마찬가지로 협축 형식의 성이 된다. 협축(夾築)에 해당하는 곡성의 합계는 문 4곳이 82보 4척, 암문 5곳이 7보 5척, 수문 2곳이 50보로 합계는 140보 3척이다. 이는 성의 전체 길이 4,600보의 3%에 해당한다.

동암문도 양쪽 원성 사이에 벽돌로 내외에 홍예를 쌓았다. 분명 협축 형식이다.

정리하면 용도(甬道)는 성(城)이 아니기 때문에 협축과 내탁을 구분할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장안문을 비롯한 문 4곳, 남암문을 포함해 암문 5곳, 화홍문과 남수문 2곳 수문은 협축으로 쌓은 곡성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화성은 전체가 내탁(內托)이 아니다. 하지만 원성(元城)은 모두 내탁이다"

"곡성(曲城) 중 문, 암문, 수문은 협축(夾築)이다. 그 길이는 화성 전체의 3%에 달한다"


화성은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내탁으로 계획하여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대폭 절약하였다. "협축(夾築)찾기"와 내탁(內托)을 통해 정조의 축성(築城) 의도를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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