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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Jan 12. 2021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33

원성(元城)에 대하여

원성, 곡성은 너무 많이 접하는 성곽의 용어다. 원성(元城)의 정의와 그 근거는 무엇일까?


원성(元城)에 대하여


화성에 대한 각종 자료를 보다 보면 원성(元城), 곡성(曲城)이란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 용어를 자주 들으면서도 정확히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성에 대해 관심을 갖으려면 이 두 용어는 정확히 익혀두어야 한다.


원성(元城)은 무엇일까?


의궤 권수(卷首) 도설(圖說) 성지전국(城之全局)에 화성 둘레의 통계가 27,600척(尺) 임으로 4,600보가 되는 셈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어 4,600보는 "문(門)이나 초(譙), 치(雉), 포(舖), 대(臺), 돈(墩) 등이 차지하는 땅이 635보 4척이고, 이 밖에 원성(元城)이 3,964보 2척이다"라 했다. 원성이란 용어가 처음 나온 것이다.


정리하면 4,600보는 화성의 전체 길이이고, 4,600보에서 문, 초, 치, 포, 대, 돈을 빼면 원성(元城)이 된다는 의미이다.

성에서 돌출된 치(雉)는 원성에 대비되는 곡성(曲城)이다

그러면 원성은 실제 어느 부분을 의미할까?


의궤 어디에도 원성에 대한 정의나 설명이 없다. 다만 권 5 재용(財用) 실입(實入)에 정의에 접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록이 있다. 성을 쌓는데 소요된 성 돌(城石)의 수량을 기록하며 평지북성, 산상서성, 펑지남성, 산상동성의 4성(四城)으로 구분하여 길이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길이가 원성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이유는 "평지북성은 무릇 8개소(區間)로 합이 737보 4척이다"처럼 설명 없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수치를 다른 자료를 활용해 확인해보도록 하자. 권수(卷首)에서는 원성의 길이가 3,964보 2척이라고 했다. 따라서 권 5(卷五)에 나오는 4개 성의 길이 합(合)이 같은 수치가 나온다면 4성에 기록된 길이는 원성 길이로 판명되는 것이다.

북서포루의 모습이다. 성 밖으로 돌출된 3면의 바깥 둘레는 원성이 아니다.

권 5에 기록된 4성 별 길이는, 평지북성이 8개소 성벽으로 737보 4척, 산상서성이 10개소 1,193보 4척, 평지남성이 7개소 282보, 산상동성이 14개소 1,751보이다. 개소는 구간(區間)을 의미한다. 


합해 보면 전체 39개소 성벽으로, 총 3,964보 2척이 된다. 권수(卷首)에 기록된 원성 길이는 3,964보 2척이다. 권 5와 권수에 기록된 두 수치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권 5의 4성 별 길이는 바로 원성의 길이로 볼 수 있다. 재검증도 가능하다.


권수에 "원성이 3,964보 2척인데, 산상이 2,944보 4척이고, 평지가 1,019보 4척이다"라고 원성을 산상성과 평지성으로 구분한 것이다. 권 5의 4성에서 산상서성과 산상동성을 합하고, 펑지북성과 펑지남성을 합하면 산상성 2,944보 4척, 평지성 1,019보 4척이다. 산상과 평지로 분류한 수치도 맞아떨어진다.

권 5 실입(實入)에 성에 쓰인 돌의 사용량을 4개성으로 구분하여 기록하였다. 이 길이는 원성의 길이로 판명되었다.

이렇게 "4성에 나온 길이는 원성 길이"란 것을 확인하는 이유는 "원성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평지북성의 기록을 보면 "평지북성은 8개소 성벽으로 총 737보 4척"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8개소 성벽"은, 위에 판명된 "원성"을 대입하면 "8개 구간의 원성"을 의미한다. 즉 "개소(個所)"는 "어디부터 어디까지"라는 원성의 구간 형태이며, 이것은 결국 원성의 정의를 실물로 보여주는 것이 된다.


원성의 실체를 보자. 의궤에 1개소를 "자화홍문지서(自華虹門之西) 지동북포루지동(至東北砲樓之東) 124보3척(一百二十四步三尺)"이라 하였는데, 이를 번역하면 "화홍문의 서쪽에서 시작하여 북동포루의 동쪽까지 길이가 124보 3척"이 된다. 원성 1개 구간의 시작점과 끝나는 지점이 나온 것이다.

화홍문의 서쪽에서 북동포루의 동쪽까지가 원성 1구간이다. 곡성 사이의 성이 원성이다.

원성의 실체는 바로 원성의 정의를 말해주고 있다. 정의하자면 "원성(元城)은 곡성(曲城)이 끝나는 지점부터 다음 곡성이 시작되는 지점 사이의 성(城)"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 삼아 원성(元城)에 대해 정리하면,

"원성은 곡성이 끝나는 지점부터 다음 곡성이 시작되는 지점 사이의 성(城)이다"

"화성에 원성은 모두 39개소(區間)이며, 길이의 합은 3,964보 2척이다"


권 5 실입(實入)에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각 원성 구간, 각 구간 길이를 알 수 있도록 39개소 원성 구간이 기록되어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필자가 "화성 원성 39구간도(元城 三十九 區間圖)"를 만들어 보았다. 투박해 보이지만 이해하기에 편리할 것이다.

의궤에서는 성, 성터, 여장을 기록할 때 행궁의 좌향을 기준으로 시계 반대방향 순으로 기록하였다.

원성의 정의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지금부터는 4성 체계에서의 원성 구간에서 특이한 점을 살펴보자. 4성 체계는 화성만의 문제이다. 


먼저 구간 나누기가 특이한 곳이다.

동북포루(별칭 각건대)에서 화홍문까지인데, 동북포루 서쪽에서 벽성(甓城)의 시작 지점(甓城東頭)까지를 1개 구간, 벽성의 시작점에서 벽성의 끝나는 지점까지를 1개 구간, 벽성이 끝난 지점(甓城西頭)에서 화홍문까지를 1개 구간으로 구분한 것이다. 벽성이란 벽돌로 쌓은 성을 말한다.


시설물이 아닌 벽성(벽돌 성)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조차도 이해가 안 간다고 한다. 필자는 이미 4성 개념은 방위보다는 산상과 평지라는 지형을 기준으로 구분한 개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벽성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도 사용 재료에 의한 구분 때문이다. 하여간 정조(正祖)의 철저한 실용주의는 말릴 사람이 없다.


다음으로 구간의 시작과 끝 지점이 특이한 곳이다.

남치와 남은구 사이 원성 구간의 끝나는 지점은 남은구 서쪽(南隱溝之西)이다.

남수문과 동3치 사이 원성 구간의 시작점은 남수문 위 30보 지점(南水門之東過平地30步)이다. 

이 또한 산상과 평지의 개념에서 비롯된 산상과 평지의 경계점이다. 

필자가 만든 "화성 원성 39 구간도(區間圖)"로 모두 3,964보 2척이며, 2가지 색을 사용하여 구간을 구분하기 쉽게 하였다.

그리고 4성 체계에서 원성 중 최단거리는 

서북공심돈에서 서옹성까지 15보 4척,

남동적대에서 남암문까지 22보,

남수문에서 동남각루 아래 지점까지 30보가 1, 2, 3위이다.


최장거리는

동북노대에서 동암문까지 376보,

화서문에서 서1치까지 216보,

동1포루에서 동옹성까지 186보 2척이 1, 2, 3위이다.

여기서 최단거리, 최장거리는 구간 최단, 구간 최장거리를 말한다.


원성(元城)이란 무엇인가를 살펴보며 하나하나의 정의(定義)를 중시한 의궤 기록을 통해 정조(正祖)의 치밀함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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