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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Jul 25. 2021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61

치(雉)의 "최소 소요면적"은 몇 평(坪)일까?

치(雉)의 최소 소요면적은 몇 평(坪)일까? 성역 당시의 기준을 찾아보자.


치(雉)의 "최소 소요면적"은 몇 평(坪)일까?


화성에는 19종류 60개 시설물이 있다. 각각 주어진 목적과 기능을 갖고 방어에 임한다. 이 중 치(雉)는 외관상 가장 보잘것없지만 모든 시설물 중 기본 방어시설이다. 


적이 성벽에 가까이 붙게 될 경우 성(城)에서 방어가 매우 어렵다. 성 위에서는 가까이 접근한 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좌우로 마주하는 치(左右對雉)"에서 적의 옆구리를 협공하면 적들도 어찌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치의 주기능이다. 


화성에는 치가 8곳이다. 여기에 "사실상 치"의 역할을 하는 8곳을 포함하면 모두 16곳이 된다. 치는 동일치, 동이치, 동삼치, 서일치, 서이치, 서삼치, 남치, 북동치를 말한다. "사실상 치"는 포루(舖樓) 5곳과 남공심돈, 서북공심돈, 동북노대를 말한다.


치의 규모는 치의 둘레 길이(外周)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둘레 길이란 성 밖으로 돌출한 좌측면, 우측면, 바깥면(外面), 3면의 길이를 합(合)한 길이다. 그리고 실제 사용 면적은 여장 안의 면적이다.

치의 크기는 돌출된 3면 길이의 합(合)을 말한다.

설계에는 공간마다 필요한 최소 소요면적이 있다. 예를 들면, 도심지 비즈니스호텔의 욕실, 대학 기숙사 1인실, 종합병원 2인실 병상 등의 최소 소요면적 같은 것이다.


성역 당시에 적용한 최소 소요면적은 기록이 없어 알 길이 없다. 그러나 필자는 당시 감동(監董)이나 장인(匠人)들 사이에 전해지던 설계 기준이 있었다고 확신한다. 그 예가 곡성의 최대 돌출 길이로 이미 저의 글에서 발표한 바 있다.


오늘은 화성에서 치(雉)의 최소 소요면적은 얼마일까? 성역 당시의 기준을 찾아볼 예정이다. 


남치와 서삼치에 대한 아주 특별한 기록으로부터 시작해보자. "서삼치는 여장 양쪽 끝(女墻兩端)이 원성 안으로 3척이 들어갔다(入元城內三尺). 남치의 여장 제도는 서삼치와 같다(如西三雉同)"라는 내용이다. 

서3치와 남치는 여장이 성 안으로 튀어 들어왔다. 이유는 지형 때문에 사용 면적이 작아 확장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서삼치와 남치는 특이하게 여장이 성 안으로 들어와 있다. 이유는 사용할 실내 면적이 너무 작아 면적을 늘려주려고 여장을 성 안쪽으로 확장하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미 발표한 바 있다. 


먼저, 치의 규모를 살펴보자.

큰 규모부터, 북동치(20보), 동삼치(17보), 동일치(17보), 서일치(16보 1척), 동이치(16보), 서이치(14보 5척), 서삼치(14보 4척), 남치(14보 2척)이다. 가장 큰 치는 북동치이고, 가장 작은 크기는 남치와 서삼치가 된다.


다음으로, 실 사용면적을 살펴보자.

순 내부 면적은 큰 면적부터, 북동치가 34.8제곱미터, 동삼치 33.6, 동이치 25.4, 동일치 25.2, 서일치 21.7, 서이치 18.2, 남치 13.5, 서삼치 13.1제곱미터 순(順)이다.


같은 목적의 치(雉)이지만 가장 작은 서삼치는 가장 넓은 북동치의 3분의 1을 겨우 넘을 정도다.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서삼치와 남치를 가보면 "왜 폭이 이리 좁아!" 또는 "이 면적으로 뭐 할 수 있겠어!"라 누구나 말한다.

서3치의 사용 공간 모습이다. 매우 좁기도 하고, 전체 크기도 작다.

성 밖의 급경사 지형(地形) 때문에 규모가 작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꼭 필요한 최소 면적은 확보해 주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정조(正祖)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장을 성 안으로 연장하여 필요한 최소면적을 확보해 준 것이다.


얼마나 늘렸을까?

의궤에 "여장 양쪽 끝이 원성 안으로 3척이 들어갔다(入元城內三尺)"라 하였다. 늘어난 길이는 3척으로 0.93미터이고, 늘어난 면적은 2.3제곱미터이다. 늘어난 면적을 합하면 서삼치는 15.4제곱미터, 남치는 15.8제곱미터가 된다.


확장 전후를 볼 수 있도록 표로 정리해 보았다. 이 표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첫째, 확장하지 않은 마지막 면적은 서이치로 5.5평인 점, 둘째, 확장한 최종 면적은 남치로 4.8평인 점이다.   

사용면적이 작은 서3치와 남치에 여장을 늘려 면적을 늘려주었다.

이 자료는 5.5평은 소요 면적에 미달하지 않는 면적임을 말하고, 4.8평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어야 할 면적이란 것을 말해준다. 이렇게 보면 최소 소요면적은 이 두 수치 사이에서 정해지는 것이 합당하다. 


따라서 4.8평과 5.5평 사이가 된다. 결론은 "성역 당시 치(雉)의 설계 최소 소요면적은 5평(坪)이다"라는 것이 밝혀졌다. 기록에는 없지만, 당시 장인 사이에 적용되던 설계기준이 최초로 밝혀진 것이다.

성역 당시 "치(雉)의 최소 소요면적은 5평(坪)이다"라는 것이 이번에 밝혀졌다.

오늘은 성역 당시 감동(監董)과 장인(匠人)이 적용했을 설계 기준을 찾아보았다. 성 안으로 여장을 들이면서까지 치(雉)의 최소 소요면적 기준을 지키려 노력한 조상들의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화성에서 가장 작은 시설물이지만 남치(南雉)와 서3치(西三雉)에게 면적을 덧붙여 최소 요구 면적을 지켜준 정조(正祖)의 엔지니어링 마인드를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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