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성(四城) 각각의 길이는 얼마일까?
의궤 4성 체계에 대해 여러 해석을 하고 있다. 바른 정의가 필요하다.
화성 길이는 4,600보(步), 5.4km이다. 상(城)이 4,600보(步)이고, 옹성(甕城)은 163보, 용도(甬道)는 367보이다. "화성 길이"에 관련 기관, 연구자마다 여러 수치가 사용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어느 독자 분은 의궤에 5,130보(步)로 기록되어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마 의궤 중 "개기(開基, 터닦기)" 편에 나온 "소요된 터가 모두 합쳐서 5,130보(步)이다"라는 기록 때문인 것 같다.
두 개의 기록은 엄연히 다르다. 4,600보는 성(城)의 둘레이고, 5,130보는 성 터(城址)에 옹성 터(甕城址), 용도 터(甬道址)를 합한 것이다. "화성 길이"는 세 가지 중 성 터(城址) 길이를 말하고 있다.
안내판에 새로이 4성(四城) 체계로 화성을 소개하였다.
4성 각각에 어떤 시설물이 속할까?
그리고 각각의 길이는 얼마일까?
연구가마다 견해가 다르다. 왜 그럴까?
4성 명칭과 4성 경계에 대해 개념과 정의 차이 때문이다.
먼저, 4성의 명칭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자.
화성에서 4성 체계는 "동성, 서성, 남성, 북성"이 아닌 것에 유의해야 한다. "4성 체계"는 의궤 권 5(卷五) 실입(實入)에 나온다. 실입이란 실제 투입된 돈, 자재, 인력, 장비를 말한다.
의궤에 나오는 "4성"의 정확한 명칭은 "평지북성(平地北城), 산상서성(山上西城), 평지남성(平地南城), 산상동성(山上東城)"이다. 명칭뿐만 아니라 순서도 함께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다음, 4성의 경계선을 정의해 보자.
각 성 별 시설물 수, 길이 등을 정확히 하려면 4성 간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우선 평지북성과 산상서성의 경계선을 구분해보자. 한 곳을 이해하게 되면 나머지는 쉽게 구분될 것이다.
우선 평지북성과 산상서성의 경계 부분에 대한 의궤 기록을 보자. 평지북성이 끝나는 부분을 "서옹성 북쪽 끝까지(至西甕城北端)"라 하고, 산상서성이 시작되는 부분은 "화서문 남쪽으로부터(自華西門之南)"라 했다.
그렇다면 앞의 끝 지점 "서옹성 북쪽"과 다음 시작점 "화서문 남쪽" 사이, 즉 화서문이 공중에 붕 떠버린 경우가 된다. 이런 경우 경계선이 서옹성 북쪽 끝일까? 화서문 남쪽일까? 그 중간이 될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4성 체계가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4성 체계는 도설(圖說)이 아닌 재용(財用)에 기록되어 있다.
왜 하필 재용 편에 4성 체계를 만들었을까?
재용(財用)은 한마디로 건설경영의 기초가 되는 바탕 자료이다. 정조(正祖)는 건설경영인 자금 준비와 배분, 공정관리, 인력 배분, 품질관리 등의 바탕 자료로 "4성 체계"를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 "동서남북"과 같은 단순한 방위(方位) 개념이 아니라, "산상(山上)과 평지(平地)"라는 지형(地形) 개념, 즉 공사 난이도 개념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런 분류가 계획, 관리 등에 더 합리적, 과학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일하는 사람이 일기 쉽도록 "산상, 평지" 뒤에 "동, 서, 남, 북" 방위명(方位名)을 붙인 것이다. 즉 "산상서성(山上西城)"은 "산 위(山上)에 건설할 시설물"이라는 지형과 "서(西) 쪽에 위치"하는 방위를 동시에 쉽게 알 수 있는 체계다. 그러나 4성 체계의 기본 개념은 공사 난이도인 지형이다.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바른 경계선을 찾아야 한다. 판단 자료는 의궤에서 지형을 설명하는 유일한 기록인 도설(圖說) 중 "개기(開基)" 편을 참고하면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평지북성과 산상서성의 경계선을 확정해 보자.
두 성이 만나는 부분에 대해 의궤에 "서북공심돈 터에서 돌아 꺾이어 남쪽으로 향하여 15보 4척쯤 가면 화서문 터가 시작된다. 화서문 넓이가 14보 4척이다. 여기서부터는 평지가 끊어지고, 산을 타고 오르게 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중 "평지가 끊어지고(是平地盡), 산을 타고 오르게 된다(而緣山而上)"는 "화서문 남쪽"에 대한 지형 설명이다. 한마디로 평지(平地)와 산(山)의 변곡점(變曲点)이다. 이 변곡점, 즉 화서문 남단(南端)이 바로 평지북성과 산상서성의 경계선이다.
따라서 화서문은 이름에 "서(西)"가 붙어 있어도 "평지북성"에 속한다. "서"라는 방위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경계를 잘못 구별하면, 화서문이 산상서성으로 속하게 되는 오류가 생긴다. 이렇게 한 곳이 틀리면 4성 각각의 시설물 수도 틀리고, 길이도 틀리게 된다.
이와 똑같은 개념으로 나머지 3곳의 경계선을 정의해 보았다.
산상서성과 평지남성의 경계선은 남은구 서쪽(南隱溝之西)이다. 따라서 남은구는 평지남성에 속하게 되고, 남포루(南砲樓)와 남치(南雉)는 이름에 "남(南)"이 붙어 있어도 산상서성(山上西城)에 속한다.
평지남성과 산상동성의 경계선은 남수문 동쪽(自水門之東)에서 동남각루 아래 30보(至角樓之下三十步)까지 지점이다. 남수문 동쪽 끝에서 30보 떨어진 지점이다.
따라서 남수문은 평지남성에, 동남각루는 산상동성에 속한다.
산상동성과 평지북성의 경계선은 화홍문 동쪽(華虹門之東)이다.
따라서 화홍문(북수문)은 평지북성에 속하게 된다.
아마 여러분이 생각하시던 경계선과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4성 각각의 길이를 계산해 보자.
평지북성은 737보(步) 4척(尺), 산상서성은 1,193보 4척, 평지남성은 282보, 산상동성은 1,751보이다. 4성 체계 의궤 기록과 일치한다. 합(合)은 3,964보 2척이다.
이 수치를 보시고 왜 화성 길이 4,600보와 다르냐고 말씀하실 것이다. 의궤에 4성 체계는 원성(元城) 길이만 기록한 것이다. 곡성(曲城) 길이 635보 4척을 합하면 4,600보가 정확히 나온다.
참고로, 화성 길이 4,600보는 원성(元城) 85%, 곡성(曲城) 15%로 구성된다. 그리고 평지성 30%이고, 산상성 70%이다. 기억하기 쉬운 수치이다. 아래에 표로 성의 길이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해 보았다.
단순하게 위치나 방위(方位)가 아니고, 과학적 건설경영을 위해 공사 난이도인 지형(地形)을 기준으로 경계를 나눈 화성의 "4성 체계(四城體系)"를 살펴보며 정조(正祖)의 경영 마인드를 엿보았다.
(정정) 표 "4성별 길이"에서 원성 합계가 3,954보 2척이 아니고 3,964보 2척임을 알려드립니다(입력 오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