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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Jan 21. 2022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82

홍예는 왜 모두 바깥쪽이 작을까?

안팎으로 홍예가 있는 문, 옹성, 암문은 바깥쪽 홍예가 안쪽보다 작다. 이유는 무엇일까?


홍예(虹蜺)는 왜 바깥쪽이 작을까?


화성에는 문(門)이 4곳이 있다. 장안문(북문), 팔달문(남문), 창룡문(동문), 화서문(서문)이다. 


문의 함락은 곧 성의 함락이기 때문에 성에서 문은 매우 중요하다. 성을 공략할 때 문을 최우선 공격 목표로 삼는 이유다 


이와 같이 안과 밖이 개방된 문은 특별한 방어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화성에는 앞쪽에 옹성(甕城)을, 좌우에 적대(敵臺)를, 위에는 문루(門樓)를 배치해 시스템 방어를 구축해 놓았다.


이외에도 철판을 입힌 두꺼운 문짝을 설치해 놓았다. 의궤에도 "두 선문(扇門)은 철엽(鐵葉)으로 싸고 횡경(橫扃)을 갖추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선문은 문짝을, 철엽은 나무 문짝에 붙여놓은 철판을, 횡경은 문을 잠그는 나무 빗장을 말한다.  

크고 무거운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것은 지도리 돌(石)이 있어 가능하다. 바닥에 박아놓은 구멍이 뚫린 돌이다

문짝은 회전축(軸)을 중심으로 90도로 열고 닫는다. 나무 축을 "지도리"라 부르는데, 아래는 돌구멍에, 위는 나무 구멍에 꽂혀있다. 


홍예는 아래 부분은 선단석(扇單石)으로 수직 모양을, 위는 홍예석(虹蜺石)으로 무지개 모양을 하고 있다. 모든 문에는 이런 홍예가 안쪽에 하나, 바깥쪽에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홍예 넓이는, 장안문 경우 안쪽 홍예가 18척 2촌, 바깥쪽 홍예가 16척 2촌이고, 팔달문은 안쪽이 18척, 바깥쪽이 16척이다. 창룡문과 화서문은 안쪽이 14척, 바깥쪽이 12척이다. 모든 문에서 바깥 홍예가 안쪽 홍예보다 2척이 작다.


지금까지 문짝과 홍예의 제도를 보며 누구나 이런 의문이 떠올랐을 것이다. 

왜 문짝을 모두 바깥쪽 홍예에 설치했을까?

왜 모두 안 여닫이로 했을까?

그리고 왜 바깥 홍예가 안쪽보다 2척이 작을까?이다. 


답을 찾아 헤매 보자.  

문, 옹성, 암문의 경우 안과 밖에 홍예가 2개이다. 어느 경우나 바깥쪽 홍예가 안쪽 홍예보다 작다.

앞에 말했듯 문은 방어에 가장 취약한 시설이므로 방어전략 측면에서 접근해보도록 하자.


먼저, 안쪽 홍예와 바깥쪽 홍예 중 어디가 유리할까?

안쪽이 불리하다. 안쪽에 문짝을 설치할 경우, 적군이 안쪽 홍예와 바깥쪽 홍예 사이로 들어가 버리면, 문루와 옹성 위의 아군은 적을 볼 수 없게 된다. 홍예 사이에 들어간 적군은 마음껏 문을 부술 것이다.


반면에 바깥쪽에 설치하면, 적은 옹성 안에 갇히고 옹성 위 아군에게 완벽하게 노출된다. 문짝 앞에 도달해도 문짝을 부수기 전 문루와 옹성 위의 아군에 의해 몰살당할 것이다. 문짝을 바깥쪽 홍예에 설치한 이유이다.


다음, 안여닫이와 바깥여닫이 중 무엇이 유리할까?

바깥여닫이가 불리하다. 바깥여닫이로 하면, 적에게 문짝을 내주는 꼴이 된다. 문짝뿐만 아니라 문짝에서 가장 취약한 회전축(軸)과 축 위를 고정하는 나무가 적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안여닫이로 하면 첫째, 문짝에서 가장 취약한 회전축을 선단석과 홍예석 뒤에 완벽하게 숨길 수 있고, 둘째, 문을 닫으면 적군이 옹성 안에 갇히게 되어 몰살당하게 된다. 이래서 안여닫이로 설치한 것이다.

모든 문은 안 여닫이, 즉 안으로 여닫게 되어있다. 사진은 동문(東門)인 창룡문(蒼龍門)으로 성 안쪽으로 열어 놓은 모습이다.

지금까지 바깥쪽에 설치하고 안여닫이로 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가장 취약한 회전축을 홍예 뒤에 완벽히 은폐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면 감추기 위한 폭은 얼마가 필요할까?  


문짝을 구성하는 나무 널판, 띠장, 빗장이 감추어져야 한다. 이들 두께 합(合)만큼이 필요하다. 수치로는 1척(30cm)이다. 문을 활짝 연 상태에서 보면 문짝 전체가 바깥 홍예의 선단석을 벗어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문짝이 좌우 2개이므로 합하면 2척이다. 이 2척이 바로 안팎 홍예의 크기 차이가 되는 것이다. 차이를 확인해 보자. 장안문의 경우 18척 2촌과 16척 2촌으로 차이가 2척이 난다.


팔달문, 북옹성, 남옹성 경우는 18척과 16척으로 차이가 2척이고, 창룡문과 화서문도 14척과 12척으로 역시 2척이 차이가 난다. 모두 바깥쪽이 안쪽보다 2척이 좁다.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이로써 안쪽이 아닌 바깥쪽 홍예에 설치한 이유, 바깥여닫이가 아닌 안여닫이로 한 이유, 안쪽 홍예보다 바깥쪽이 2척이 좁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옹성의 문도 바깥쪽 홍예 뒤에 문짝을 설치하고 안여닫이로 했다.

그러면 암문(暗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까?


답은 "마찬가지"이다. 


암문(暗門) 5곳도 바깥쪽 홍예가 안쪽보다 작다. 안팎 차이는 북암문이 5촌, 서남암문과 동암문이 1척, 남암문 1척 3촌, 서암문 1척 5촌이다. 


차이의 크기와 비율이 서로 다른 이유는 5곳 암문의 통로 폭과 길이가 달라 문 두께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북암문은 경사지에 세워 문짝도 작고, 안팎 홍예 크기 차이도 작다.


결론으로, 모든 문에서 바깥쪽 홍예가 안쪽 홍예보다 작고, 안 여닫이로 한 이유는 문짝의 취약부인 나무 축(軸, 지도리)을 홍예 뒤에 숨겨 보호하고, 적을 옹성 안에 묶어놓기 위해서다.

서남암문의 문짝이다. 암문도 바깥쪽 홍예에 문을 설치하고 안쪽으로 여닫는다.

본론은 끝내고, 문짝에만 나오는 용어를 정리해 보자.

문짝에 대해 "두 선문(扇門)은 철엽(鐵葉)으로 싸고 횡경(橫扃)을 갖추었다"라고 의궤에 기록하고 있다. 


선문(扇門)은 문짝을 말한다. 두꺼운 나무 판재 9 매를 세로로 세우고, 가로로 7개의 띠장을 붙여 만들었다.


철엽(鐵葉)은 문짝에 씌운 두께 3푼(分)의 철판을 말한다. 화공(火攻)을 받았을 때 나무 문짝이 타는 것을 막거나, 타기 시작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횡경(橫扃)이란 문을 잠그는 나무 빗장을 말한다. 좌우에 있는 돌(무사석) 구멍에 끼운다.   


원산석(遠山石)이란 문을 닫았을 때 문짝이 더 이상 못 나가게 막는 돌을 말한다. 문 밖 중앙 바닥에 박는 돌로 땅속 2, 땅 위 1의 비율로 설치한다.

화공(火攻)에 나무 문짝이 터지 않도록 철판을 덮었다. 이를 철엽(鐵葉)이라 란다.

선문(扇門), 철엽(鐵葉), 횡경(橫扃), 원산석(遠山石)은 문에만 나오는 용어이다. 이런 장치가 보조해줘야만 효과가 커지는 것이다.


성에서 문(門)과 문짝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설치 위치, 여닫는 방식, 그리고 안팎 홍예의 크기 차이 이유를 살펴보며 정조(正祖)의 전략적 사고(思考)를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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